티맵모빌리티, 카카오 규제 영향권 ‘흐림’…원스토어, 구글갑질방지법 수혜 ‘순풍’ 기대
#플랫폼 규제에 울고 웃는 SK텔레콤
오는 11월 1일 SK텔레콤으로부터 인적분할된 ICT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가 공식 출범한다. SK하이닉스(반도체)를 포함해 16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SK스퀘어는 반도체·ICT(정보통신기술) 영역에서 △적극적 투자‧인수합병(M&A) △새로운 ICT 포트폴리오 성장 △미래성장동력 창출 등과 같은 전략을 기반으로 2025년까지 순자산가치(NAV)를 현재 세 배인 75조 원 규모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의 핵심 축이 ICT부문 자회사 IPO다.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자금을 확보해 ‘수익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IPO를 위한 정지작업은 진행 중이다. 앱마켓(원스토어), 커머스(11번가), 융합보안(ADT캡스), 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등은 선제적 투자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 11번가는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과 함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했다. 지난 4월 티맵모빌리티는 글로벌 플랫폼 우버와 합작해 ‘우티’를 출범시켜 택시 호출 시장 공략에 나섰다.
IPO를 위한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티맵모빌리티는 2025년까지 티맵모빌리티를 연매출 6000억 원, 기업가치 4조 5000억 원으로 성장시켜 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라이프 플랫폼 모빌리티 멤버십 출시 △T맵 오토 △모빌리티 온 디맨드(택시호출, 대리운전 등) △MaaS(서비스형 모빌리티) 등 4대 사업을 중심으로 한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대리운전에 이어 내비게이션 앱 티맵에 렌터카 중개 플랫폼 ‘카모아’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화물운송 중개기업 와이엘피를 790억 원에 인수했다. 최근에는 티맵모빌리티는 임직원 대상 스톡옵션으로 70만 50주를 지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플랫폼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 축소와 더불어 신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실제 내년 상장을 준비 중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주관사 선정을 잠정 연기했다. △택시 스마트호출 전면 폐지 △택시기사대상 프로멤버십 요금 인하 △기업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서비스 사업 철수 등을 담은 상생안까지 발표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의 플랫폼 사업 규제는 그 내용이 독과점 규제,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규제로 공익적 목적이 강하고 국민 일반 정서에도 부합하는 것이라 업체 입장에선 정부 규제 목소리와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며 “카카오모빌리티 등 여러 플랫폼 사업 범위와 확장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기업가치 하향요인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존에 그려놓은 로드맵대로 해나갈 것”이라며 “카카오는 인수합병 등을 통해 직접 시장에 문어발식으로 진출하면서 소상공인의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저희가 추구해온 방향은 기존 업체와 제휴를 통해 사업에 진출하는 상생형 모델을 택해왔다”고 말했다.
#‘구글갑질방지법’에 원스토어 반등 가능할까
반면 자회사 IPO 첫타자인 원스토어는 규제 바람이 오히려 순풍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 31일 인앱(자체)결제 강제 금지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앱 마켓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애플이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통행세)를 부과하는 인앱결제 시스템 도입을 마켓 입점사에 강제하는 관행을 막는 것이 개정안 핵심이다. 일명 ‘구글갑질방지법’이 세계 최초로 9월 14일부터 한국에서 시행됐다. 빅테크 플랫폼인 구글·애플의 앱마켓 시장점유율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90% 이상이다.
지난 8월 23일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인앱결제 강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원스토어는 이미 3년 전에 인앱결제를 오픈했다는 것이 주목 받고 있다”며 “개정안 통과로 인한 시장 변화는 원스토어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독점 규제 흐름에 따라 제3의 앱마켓이 많아질 것이고, 원스토어는 준비된 회사인 만큼 글로벌 시장과 한국에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원스토어는 앱마켓 수수료를 20%로 낮추고, 자체 결제를 허용하며 수수료를 5%로 내렸다. 지난해는 중소기업 1만 6000개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10%까지 인하했다. 감면 혜택 규모만 1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앱·콘텐츠 개발, 자금, 서비스 역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개발·배포가 상대적으로 쉬운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우선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앱 매출액의 58.3%(4조 5476억 원)를 차지하는 모바일 게임을 입점시키지 못하고 있다.
원스토어는 합종연횡 등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지난 8월 메이저 게임사인 블리자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서 카드게임 ‘하스스톤’을 원스토어에 출시했다. 개발 중인 ‘디아블로 이모털’도 내년 1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애저를 기반으로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개발사들은 국내에서 출시한 빌드를 수정 없이 그대로 여러 나라에 출시할 수 있게 된다. 앞서 6월 마이크로소프트와 도이치텔레콤 투자전문회사인 DTCP가 원스토어 주주로 합류했다.
스토리 콘텐츠 사업 부문의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1위 웹툰 플랫폼인 콰이칸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웹툰을 공동 제작하고 이를 지식재산권(IP)화해 영상·게임화 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장르 소설 전문출판사인 ‘로크미디어’를 인수했고, 예스24와 콘텐츠 스튜디오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다만 웹툰·출판 분야마저 구글·애플 점유율이 90%에 육박한다.
이와 관련, 원스토어 측은 “개정안 통과로 수혜로 이어질진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며 “상장 관련해서는 시장에서 평가할 부분이고, 공식적으로 답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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