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대출 끌어와 ‘최대한 많이, 빠르게’ 주택 공급…당국 부동산 옥죄기 직격탄 맞고 358조 빚더미 앉아
1997년 설립된 헝다의 초고속 성장 비밀은 간단했다. 창업주 쉬자인은 최대한 빠르게, 많은 집을 지어 공급했다. 이를 위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때마침 불었던 부동산 광풍은 쉬자인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다 줬다. 헝다는 한때 세계 500대 기업 중 122위까지 올랐다. 헝다에 소속된 인원은 20만 명가량이며 협력업체 직원들은 380만 명에 달한다. 쉬자인은 알리바바의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에 이어 중국 부호 순위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헝다는 2016년부터 부동산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전기차, IT, 보험 등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늘려갔다. 차입금은 갈수록 증가했지만 부동산 호황 덕에 회사 규모는 커져갔다. 하지만 무리한 대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 와중에 거금을 투자했던 사업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갔다.
2020년부터 중국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시장 옥죄기에 나섰다. 이는 헝다에 직격탄이 됐다. 헝다의 돈벌이는 ‘주택은 거주가 목적이지 투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중국 정부의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헝다는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밀려오는 파도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앞서 2016년 헝다의 채무는 1조 위안(약 181조 7900억 원)을 돌파했다. 2015년 말 채무가 5000억 위안가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6년 한 해만 5000억 위안 이상을 차입한 셈이다. 현재 헝다의 빚은 1조 9700억 위안(약 358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핀란드 GDP(국내총생산) 총액인 1조 8700억 위안(약 340조 원)보다 많은 규모다.
9월 21일 평황망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헝다가 보유한 상장회사 4곳의 시가총액 합계는 18조 5000억 원에 불과했다. 이들 회사의 시가 총액은 한때 200조 원을 넘어선 바 있다. 헝다의 총자산은 2조 3000억 위안(약 418조 원)이지만 막대한 부채로 인해 현재는 은행 이자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헝다가 올 연말까지 내야 할 이자는 우리 돈으로 환산해 8000억 원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에선 창업주 쉬자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연이은 사업 실패 책임과 함께 과도한 배당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홍콩 언론에선 “회사가 파산하더라도 쉬자인 재산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한 블로거는 “정부에서 막지 않았다면 쉬자인은 일찌감치 해외로 도망갔을 것”이라면서 “돈 버는데 일가견이 있는 쉬자인이 자동차를 만든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다”고 꼬집었다.
중국에 따르면 헝다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개인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700억 위안(12조 7400억) 정도다. 이 중 쉬자인이 챙긴 금액은 최소 500억 위안(9조 원) 이상이다. 쉬자인의 지인으로 알려진 일부 주주들도 40억 위안(7200억 원)가량의 배당금을 받았다고 한다. 헝다의 배당금을 놓고 쉬자인 등이 ‘돈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헝다에 위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2020년에도 쉬자인은 막대한 배당금을 받았다.
헝다의 파산 가능성이 제기된 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헝다와 거래하는 시중은행들이다. 주식시장에서 은행주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부 은행들은 헝다와 거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서둘러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시중은행엔 일반 고객은 물론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헝다와 거래했던 상하이은행은 “관련 문제에 대해 헝다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위험은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헝다발 태풍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동오증권에 따르면 6월말까지 시중은행의 부동산 대출 비중은 6.35%에 불과하다. 이 중 7.2%가 부실대출로 분류됐다. 지난해부터 중국이 부동산 대출을 강도 높게 규제하면서 그 비중을 낮췄기 때문이다. 리옹증권 역시 ‘시중은행이 신중한 태도로 부동산 개발업자의 신용 대출을 처리하고 있다.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헝다가 분양하는 아파트를 계약한 주민들의 피해도 우려스럽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헝다가 무너지면 은행, 개인, 국가 모두에게 불행하다”면서 “현재 헝다의 공사장 대부분이 일을 멈추고 쉬고 있다. 피땀 흘려서 번 돈으로 계약한 집이 (헝다의) 자금 부족이나 관리 부실 등으로 시공이 중단돼선 안 된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직 중국 당국에선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고 있진 않다. 헝다 측은 9월 23일 부동산 투자자를 위한 10개 입장문을 공개했다. 원할 경우 청약 자금의 전액 환불, 투자 상품 진행 상황의 투명한 공개, 주택 구입 자금 미납분 상쇄 등을 골자로 한다. 투자한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 없이 헝다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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