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럴 수도 있겠다. 먹은 맘 없이 좀 더 다양한 친구를 사귀고, 책을 가까이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 여행경비를 만들고, 배낭여행을 가고, 밴드를 만들고, ‘나’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 봉사를 할 수도! 그러나 그렇다고 엄마아빠들의 걱정이 그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엄마 아빠들이 기대하는 ‘공부’가 아니니까.
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우리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65.98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꼴찌였다. 주관적 행복지수는 스스로 느끼는 건강 정도, 학교생활 만족도, 삶의 만족도, 소속감, 주변 상황 적응도, 외로움 등 6가지를 평가한 것이다. 그런데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스페인은 113.6점이고, 그리스 112.5, 우리보다 한 단계 위로 22위를 한 헝가리도 86.7이다. OECD 평균은 100점이었다. 꼴찌도 꼴찌지만 점수 차도 심각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방과 후 학원으로 뺑뺑이 돌려지고, 국가적으로 혹은 동네마다 언제나 미화되어 존재하는 ‘엄친아’에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주눅 들고, 돈이 없으면 제대로 놀 수도 없는 천박한 자본주의 문화에 길들여져 고등학생이 되면 벌써 사는 데 ‘돈’이 제일 중요하다고 대답하는 문화! 대학입시에 올인하는 교육현장에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중심부에서 사는 길이 너무나 어려운 환경에서 어떻게 청소년들이 활달하고 자유롭고 열정적이고 희망적인 젊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는가. 출구를 찾지 못해 병이 든 열정이 성취감을 상실한 채 염세적이 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 결과가 20대 자살률 세계 1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가장 가까이에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끼치는 우리 부모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배우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을 강요하지 말고, 물질로 매수하지 말고, 무엇보다도 자녀를 한 인격으로 이해해야 한다. 알게 모르게 아이들은 부모의 세계관을 그대로 배우고 부모의 행동방식을 그대로 배우지 않나. 아이들이 이렇게 행복하지 않은 것은 부모가 행복을 만들 줄 모른다는 결정적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