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대신 ‘프론트맨’ 스토리 다룰 가능성…공유 주연 ‘관리자’ 얘기로 확장될 수도
#“시즌2 하게 된다면…”
9월 28일 온라인으로 기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진 황동혁 감독은 시즌2에 대해 다소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그렇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시점일 뿐, 시즌2는 제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황 감독 발언을 종합해보면 시즌2의 주인공은 이병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병헌은 영화 ‘남한산성’을 황 감독과 함께한 인연으로 짧은 분량을 우정 출연한 수준이지만 ‘프론트맨’으로서 그의 비중은 상당했으며, 존재만으로 반전 포인트였다.
또한 황 감독은 “시즌2를 하게 된다면 프론트맨(이병헌 분)과 관련한 부분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남겨 뒀다”며 그의 동생인 형사 황준호(위하준 분)에 대해서는 “준호의 생사는 비밀”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훈(이정재 분)이 돌아서는 모습이 다시 게임에 참가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며 “기훈이 ‘나는 말이 아니라 사람이고 인간이다’라는 걸 자각하는 걸 뜻한다”고 마지막 장면을 설명했다.
가장 손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즌2는 이병헌과 이정재의 대립이다. 일남(오영수 분)이 세상을 떠나며 무인도에서 펼쳐지는 게임 레이스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된 이병헌과 해외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고 돌아선 이정재의 대립이 그려질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둘이 전화 통화로 주고받는 대사가 바로 그 열쇠다. 이정재가 “잘 들어! 난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그래서 궁금해. 너희들이 누군지, 어떻게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라고 말하자, 이병헌이 “456번 허튼 생각 하지마!”라고 말한다. 이에 이정재가 “그래서 난 용서가 안 돼! 너희들이 하는 짓이”라고 말하자 이병헌은 “그 비행기를 타! 그게 당신에게 좋을 거야”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정재가 비행기를 타지 않고 뒤돌아서는 게 마지막 장면이다.
#이병헌이냐 이정재냐
비록 시즌1에는 우정출연 수준으로 합류한 이병헌이지만 시즌2에선 충분히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이병헌 입장에서 이런 세계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K드라마의 주인공 역할을 거부할 까닭이 없다.
이정재는 아예 시즌3 이후로 출연을 미뤄두고 시즌2는 이병헌의 이야기로 풀어갈 수도 있다. 과거로 돌아가 2015년에 열린 28회 게임에 132번으로 참가한 ‘황인호’(이병헌 분)가 우승자가 되고 몇 년 뒤 ‘프론트맨’까지 되는 과정을 그려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동생인 형사 황준호(위하준 분)의 비중도 커지게 되며, 시즌1에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 일남도 다시 출연할 수 있게 된다.
#시즌2 이상 확장 가능성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오징어 게임’은 시즌2는 물론 시즌3, 시즌4, 시즌5, 그 이후까지 확대될 세계관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일남이 만든 무인도에서의 게임 레이스는 1988년 1회 대회가 열린 뒤 30년 넘게 매년 열리고 있다는 설정 때문이다. 이병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즌2가 제작돼 또 큰 성공을 거둘 경우 거기서 더 과거로 돌아가 또 다른 주인공을 내세우는 새 시즌도 가능하다. 아예 첫 대회가 열린 1988년이 배경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참신함이다. 이병헌이 2015년 28회 게임에 참가자로 등장할 경우 이미 시청자들은 그가 우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시즌1의 게임들도 반복되다 보면 참신함이 사라질 수 있다.
아예 방향을 틀 수도 있다. 황동혁 감독은 “게임 참가자들과 관리자들은 동전의 양면 같은 사람들”이라며 “관리자들이 어쩌다 게임을 관리하게 됐는지에 대해선 시즌2에서 하게 될 것 같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중 누구에겐 게임 참가를 제의하고 누구는 관리자로 쓰는 것이다. 관리자들도 오죽했으면 이런 일을 하게 됐겠나”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게임 관리자에 대한 얘기를 시즌2에서 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지만, 충분히 그들만의 이야기로 새로운 시즌을 하나 더 만들 수도 있다. 게임 관리자에 대한 얘기를 위주로 하는 시즌이 별도로 제작될 경우 시즌1에서 ‘딱지치기’를 제안하는 ‘지하철남’으로 출연한 공유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될 수도 있다. 참고로 공유 역시 황동혁 감독의 ‘도가니’에 출연한 인연을 계기로 시즌1에 우정 출연했다.
문제는 의지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오징어 게임’의 시즌2를 강렬하게 원할 것이며 엄청난 제작 지원도 보장할 것이다. 이미 넷플릭스는 시즌2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성공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시즌을 거듭해서 내놓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 황 감독이 “‘오징어 게임’ 마무리 과정에서 영화 아이디어가 떠올라 영화를 먼저 할 수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연출하는 동시에 대본도 직접 집필했다. ‘남한산성’ ‘도가니’ 등의 영화에서도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는 등 황 감독은 대부분의 연출작 대본을 홀로, 내지는 공동 집필했다. 그만큼 힘든 작업일 수밖에 없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제작하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치아가 6개나 빠졌다”면서 “시즌2와 관련해 가장 큰 걱정은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고, 그러다 틀니를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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