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곽 의원에 준 뇌물로 볼 여지, 반면 박 전 특검엔 대가 기대 애매” 수사·기소 여부 주목
화천대유의 실소유주 김만배 씨는 경찰 조사에 출석하면서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뇌물 혐의 적용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통상적인 퇴직금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비상식적인 규모이고, 곽상도 의원의 아들을 제외한 이들의 퇴직금은 이에 미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기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금 납부…문제없다?
곽상도 의원 아들 곽 아무개 씨가 화천대유를 퇴직하며 받은 돈은 50억 원. 이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곧바로 의혹은 확산되고 있다. 곽 씨가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기간은 6년.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를 졸업한 곽 씨는 “아버지의 소개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하게 됐고, 2020년 6월 퇴직금을 포함, 5억 원의 성과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 퇴사 전 50억 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성과급 계약을 변경했고 원천징수 후 28억 원을 계좌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세금도 모두 납부한 점 등을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었다.
김만배 씨 역시 경찰 수사를 받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50억 원은 성과급인 동시에 (산업)재해를 당한 곽 씨에 대한 위로금 성격”이라고 선을 그었는데, 아들 곽 씨 역시 곽 의원 SNS를 통해 “기침이 끊이지 않고, 이명이 들렸고, 어지럼증이 생기는 등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납득하기 힘든 금액이라는 게 법조계에서도 나오는 해석이다. 통상적으로 기업에서 6년 동안 근무하고 퇴사하는 대리급 직원에게 50억 원이라는 퇴직금이나 성과급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수처 수사도 예정돼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 시민행동은 9월 28일 곽 의원 부자를 뇌물수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는데, 이들은 곽 씨가 받은 50억 원이 사실상 곽 의원을 보고 준 뇌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50억 원이 지급된 과정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세금을 납부했다고 해서 뇌물이 아니라 정당한 상여금이자 퇴직금이라고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역할을 하고 연차도 유사한 다른 직원들의 상여금이나 퇴직금이 비슷한 수준이었는지, 곽 씨의 성과가 50억 원을 받을 만큼의 회사 기여도가 있었는지 등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며 “대학을 졸업한 신입 사원이 6년 동안 근무하면서 수백억 원의 이익을 회사에 만들어낼 수 있었겠냐. 공수처나 경찰 등 어느 조직에서 수사하더라도 기소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인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변호사 역시 “채용 과정부터 김만배 씨와 곽 의원의 인연에서 시작된 게 있기 때문에 50억 원 중 일부의 금액이라도 ‘아버지 곽 의원’을 고려해서 판단한 게 있다면 뇌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비상식적인 금액이기에 기소를 하지 않는 판단을 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화천대유가 △임원에게 수십억 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적이 있는 점 △2020년 6월 모든 직원과 5억 원의 성과급 지급 약정을 한 점 등은 기소를 하더라도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는 관측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계약을 맺은 부분이 있고 이게 모든 직원들에게 적용됐다면 뇌물이 아니라, 회사의 독자적인 판단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뇌물로 보려면 대가로 ‘바라는 바’가 있어야 하는데, 결국 수사기관이 그 ‘목적’을 수사로 찾아내야 하지 않겠냐”고 신중하게 답했다.
#법률적으로는 따져봐야
회계사 출신인 박영수 전 특검의 딸도 곽 씨와 비슷한 시기인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했다가 최근까지 근무를 하고 퇴사를 했다. 아직 퇴직금 정산을 받지 않아, 퇴직금의 정확한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른 임직원들처럼 5억 원의 기본 성과급에 통상적인 퇴직금 2000만~3000만 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의 딸 역시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화천대유로부터 회사가 가지고 있던 대장동의 84㎡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이 알려진 것. 박영수 전 특검 측은 “특혜는 없었고 아파트 구입 대금은 이미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처분한 자금으로 납입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비판은 거세다. 특히 박 전 특검의 딸에게 엄청난 규모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계약이었다는 점이다.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박 전 특검 측이 지불한 분양대금은 6억~7억 원 수준이지만 현재 이 아파트의 호가는 15억 원에 달한다. 박 전 특검의 딸이 분양 받은 시점은 지난 6월로 최소 7억~8억 원 이상의 수익을 보장받는 계약을 한 셈이다. 특히 박영수 전 특검은 2015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화천대유의 고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연간 2억 원 정도의 보수를 받았다. ‘부녀’가 화천대유로부터 엄청난 혜택을 받은 셈이다.
자연스레 ‘박 전 특검 케이스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법조계는 박 전 특검의 케이스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다. 회사 직원에게 회사 보유 물량을 인수토록 제안하는 것을 ‘뇌물’로 보기에는 애매한 지점이 있고, 또 박 전 특검으로부터 얻어내고자 하는 대가가 애매하다는 설명이다.
앞선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현직 국회의원에게는 조금이라도 과도한 선물이 들어갔다면 뇌물로 볼 여지가 있지만, 박영수 전 특검의 ‘준공무원’으로 봐야 하고 특검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제한적이지 않냐”며 “수사를 하는 입장에서 아파트 미분양 물량을 준 것을 기소하려면 확실한 뇌물의 목적성을 입증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다만 박영수 전 특검이나, 검사 출신인 곽상도 의원까지 법조인들의 자녀들이 법조 출입기자를 오랫동안 해왔던 김만배 씨와 엮인 것을 놓고는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사를 오랜 기간 하다 보면 주변의 좋은 사람들로부터 자녀에게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는 하지만, 호의라고 하더라도 경계를 해야 하는 게 공직에 있는 사람들의 기본자세 아니겠냐”며 “곽 의원이나 박 전 특검이 10억 원 넘는 혜택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법률적으로는 따져봐야 하더라도 도덕적으로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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