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서적 청산 도서 직매입 포기, 경영권 매각 과정 사업 정리 추측…인터파크 “매각 이슈와는 무관”
#송인서적 청산으로 갈등 수면 위로
인터파크는 2017년 출판 도매업체인 송인서적의 지분 56%를 50억 원에 인수했다. 송인서적은 출판사의 책을 서점에 유통하는 업체로 북센에 이은 업계 2위 사업자다. 하지만 독서 인구가 감소하면서 송인서적은 부도 위기에 몰렸고, 이에 인터파크가 송인서적을 인수한 것. 인터파크는 송인서적을 인수할 당시 송인서적 경영정상화를 신속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기존 출판계에 문제점으로 지적된 어음결제 관행 축소, 거래정보 투명화 등 출판유통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파크가 인수한 후에도 송인서적의 실적은 부진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송인서적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21억 원, 1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2020년에도 33억 원의 적자를 냈다. 2020년 말 기준 송인서적의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28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재무 상황이 악화하자 인터파크는 2020년 6월 법원에 송인서적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올해 초에는 송인서적 매각도 시도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출판업계에서는 이러한 인터파크의 행보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인터파크가 약속한 송인서적에 대한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당시 일부 출판사는 대승적 차원에서 송인서적의 빚을 탕감해주는 등 송인서적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바 있다. 1000여 개 출판사로 구성된 송인서적 채권단은 송인서적 법정관리 신청 당시 “인터파크를 믿었기에 인터파크가 송인서적을 인수함에 있어 채무의 대부분을 탕감해주는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출판계가 힘든 시기를 감내하고 있는 현재 송인서적은 기습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출판계를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한때 한국서점인협의회가 송인서적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지만 자금 문제로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송인서적 채권단도 지난 5월 “송인서적은 채무가 자산보다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회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송인서적 운영진과 파산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히며 송인서적을 포기하기로 했다. 법원은 지난 5월 송인서적 파산 결정을 내렸고, 현재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도서 직매입 중단과 신사옥 건설
인터파크는 최근 도서 직매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간 인터파크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직접 매입한 후 해당 도서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10월 1일부터는 도서 판매를 직접 하지 않고, 제휴를 맺은 교보문고가 인터파크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도서를 판매한다. 즉, 인터파크에서 도서를 주문하면 교보문고가 해당 도서를 배송해주는 구조로 인터파크는 단순 플랫폼만 제공하는 구조다. 인터파크는 출판사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도서 직매입을 중단하는 이유에 대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파크가 도서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에 현재 보유 중인 재고 도서도 처분해야 한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재고 도서를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파크가 책을 다른 서점에 판매하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다른 곳에 그만큼 책 납품을 못하게 된다”며 “대형 출판사는 그렇게까지 큰 영향은 없겠지만 중소형 출판사 입장에서는 영향이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객 입장에서도 불편함이 있다. 그간 인터파크에서 도서와 함께 음반, DVD 등을 주문하면 한 번에 수령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인터파크가 도서 직매입을 중단하면서 도서와 음반·DVD의 통합수령은 불가능해졌다.
이런 가운데 인터파크는 지난 9월 1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사옥을 신축하겠다고 공시했다. 투자비용은 854억 원으로 오는 12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터파크는 신사옥 건축 이유를 △임차비용 절감 및 경영 효율화 △근무 환경 개선 △벤처타운 조성이라고 설명했다.
출판업계 일각에서는 출판사 지원에는 인색하면서 사옥에 거액의 돈을 투자키로 한 인터파크에 날을 세우고 있다. 인터파크가 그간 밝힌 입장과는 사뭇 다른 행보이기 때문이다. 인터파크는 송인서적 인수 당시 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출판인회의와 ‘송인서적 경영정상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6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주관으로 ‘유통-납품 상생협약’을 맺으면서 중소 출판사 지원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몇 차례나 출판업계와의 상생을 거론해왔다.
이와 관련, 출판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서점인협의회가 송인서적 인수를 시도할 당시 15억 원이 부족해 공개 모금까지 할 때는 외면하더니 부동산에는 수백억 원을 투자한다”며 “인터파크가 직매입을 하지 않음으로써 도서 시장의 몰락이 가속화된다는 불안감도 있다”고 전했다.
#매각 위한 포석? “직매입 중단은 수년 전부터 고민”
지난 7월, 인터파크 최대주주인 이기형 인터파크 대표는 NH투자증권을 매각자문사로 선임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기대와 달리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 업체는 인수전에 불참했고, 여기어때와 트립닷컴 정도만 인터파크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파크 예상 매각가는 2000억~3000억 원으로 거론되지만 2020년 말 기준 여기어때의 현금성 자산은 323억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여기어때가 인터파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사모펀드(PEF) 등을 구성해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그러나 인터파크가 지난해 258억 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2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좋지 않아 투자자 모집에 난항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인터파크의 최근 움직임이 매각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사옥을 건설하면 임차료 지출을 막고, 부동산 수익도 발생해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터파크 신사옥 부지의 공시지가는 2020년 ㎡당 54만 원에서 2021년 100만 4000원으로 크게 올랐다. 또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함으로써 기업 가치도 상승할 수 있다. 인터파크 인수전이 흥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 가치를 상승시켜 매각가를 높이려 한다는 분석이다.
인터파크는 도서 직매입 중단과 매각 이슈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앞서의 인터파크 관계자는 “독서 인구 감소로 인해 도서 사업이 수익을 내기 어려워져 적정 수익을 내기 위한 고민을 수년 전부터 했다”며 “직매입을 하면 재고 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고, 도서정가제로 인해 할인도 할 수 없어 오픈마켓 형태로 사업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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