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담팀 구성 ‘속도’ 경찰 사건 재배당 ‘시동’ 공수처 수사력 부족 ‘신중’…“대선 눈치 볼 수밖에”
살펴봐야 할 의혹들이 한둘이 아니다. 자본금 3억여 원에 불과한 신생 회사가 3~4년 만에 40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챙긴 과정에서 당시 성남시가 어떤 특혜를 줬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또, 곽상도 의원의 30대 아들이 불과 5년 남짓 근무하고 챙겨간 퇴직금 50억 원의 실체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이 미계약된 회사 소유분 아파트를 사들여 몇 달 만에 10억 원 가까이 시세차익을 챙긴 과정도 확인해야 한다.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검사장 등 화천대유의 법률 자문을 맡은 바 있는 전관 고위 판사, 검사들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도 수사해야 한다.
경찰은 논란이 불거진 후 화천대유의 실소유자 김만배 씨를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지만 5개월 동안 사건을 묵히고 있던 지점은 논란이다. 정치적으로 눈치를 봤다는 지적인데, 검찰은 고발이 접수된 지 3~4일 만에 강제 수사에 착수하며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곧바로 전담수사팀도 꾸렸다. 하지만 정치적 외풍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수처는 고발장이 접수됐지만 수사할 명분이 부족하다. 이미 진행 중인 사건 탓에 수사 여력이 부족, 검찰에 사건을 이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의 대응이 가장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발이 들어오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직접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고, 법무부 장관도 신속하게 이를 승인했다.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이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폭넓게 연루된 초대형 부패 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당초 고소, 고발 초기에는 선거범죄 전담 수사부서인 공공수사2부에 배당했던 서울중앙지검. 하지만 이 지사 측 캠프 고발과 국민의힘,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잇따르자 김오수 총장은 검사 16명 등이 투입된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또, 9월 29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등을 포함한 여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도 착수했다.
현재 검찰에 고발된 인물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및 김만배 화천대유 실소유자, 그리고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과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윤창현 의원 역시 이 지사 측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고발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
고발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9월 19일 즈음부터지만, 검찰은 발 빠르게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 개발 사업 과정에서 성남시 차원의 특혜와 대가성 뇌물, 로비 및 수익 배분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도 확보했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자 정영학 회계사가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과 대화한 녹취록을 서울중앙지검에 최근 제출한 것.
정 씨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20여 건을 직접 녹취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를 검찰에 제출했다는 후문이다. 녹취록에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소유 구조와 정계와 법조계에 대한 로비 정황 등이 담겼다고 한다. 검찰은 김만배 씨가 회사 돈을 직접 인출한 규모가 수억 원이 넘는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를 인출해 어디에 사용했는지 용처도 밝힌다는 계획이다.
고발된 사안을 검찰이 확인하려면 △성남시가 당시 화천대유를 자산관리회사로 선정하는 과정이 문제가 없었는지(배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성남시에 로비를 했는지(뇌물) △곽상도, 박영수 전 특검의 자녀가 받은 퇴직금 및 아파트 분양권 특혜 시비(뇌물)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이 지사 재판에 무죄 의견을 내고 고문으로 취임한 것이 문제가 되는지(사후수뢰) 등을 수사해야 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역시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에 접수된 관련 고발 사건을 경기 남부경찰청에 배당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2021년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의 자금 흐름 및 계좌 거래 내역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내사를 진행해왔던 경찰. 서울 용산경찰서가 사건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추석 연휴 기간 이슈가 확대되자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소속 범죄수익추적수사팀 1개 팀(5명)을 추가 투입했고, 결국 사건을 경기 남부경찰청으로 배당해 규모를 더 확대했다. 이 사이 경찰은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를 한 차례 불러 조사했고, 실소유주 김만배 씨도 용산경찰서에서 소환 조사했다.
하지만 경찰이 확보한 자료는 화천대유의 자금 흐름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다. 또, 경찰이 그동안 수사를 하지 않고 뭉개고 있었던 점 등은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다. 특히 경기 남부경찰청으로 사건을 배당한 것을 놓고는 ‘예민한 정치 사건을 서울청이 피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공수처로도 고발장이 들어왔다. 9월 24일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전철협)는 이 지사를 특정경제범죄법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검찰은 전담 수사팀까지 꾸린 상황에서, 공수처도 수사 착수에 명분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상황이 조금 애매하다. 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가 재직 당시 본인 또는 가족이 범한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데 문제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이라 고위공직자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권 여부를 놓고 해석이 나뉜다.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 전직 고위 법조인들의 경우, 사후수뢰로 볼 경우 수사가 가능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부정한 개입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건이 흘러가는 흐름에 따라, 언제든지 수사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사주 의혹 등 여러 사건을 진행 중인 공수처의 수사 여력이 없어,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찰과 공수처보다 앞서 나가는 모양새인 검찰이지만 검찰 안팎에서도 우려는 상당하다. 특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가까운 발언들이나, 친정권 검사들이 대거 배치된 서울중앙지검이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수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냐는 지적이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박 장관의 고교 후배이며 전담수사팀 팀장을 맡은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실무를 맡은 인물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친정권 성향 인물로 구성된 수사팀의 편향성 우려’를 “당치 않는 이야기다. 그러면 (사건이) 부산지검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그렇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 관련해 “손준성 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이 특별한 관계다” “텔레그램 메시지상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이 손 전 정책관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겠다” 등의 발언을 박범계 장관이 내놓았던 것이 수사팀에게 ‘가이드라인’처럼 전달될 우려가 지적된 바 있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을 국회의원이 하게 되면 발생하는 ‘정치의 수사 개입’이 아니겠냐”며 “인사권이 법무부에 있는 상황에서 저런 발언으로부터 완전 자유롭게 수사를 할 수 있는 검사가 얼마나 되겠냐”고 비판했다.
경찰이 대부분의 민생 사건을 전담하고, 정치적으로 복잡한 사건을 검찰이 전담했던 과거 수사기관 구조 대신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서로 난립하면서 발생한 ‘복잡한 상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경찰도 수사를 할 수 있게 됐고, 검찰은 원래 검찰이 하던 수사였고, 공수처는 검찰을 대체하기 위해 생겼으니 해야만 할 것 같다고 생각하다 보니 하나의 사건을 놓고 ‘내가 하네, 네가 하네’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문제는 대선이다.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수사 결과를 세게 내놓는 쪽은 조직이 공격을 받게 될 텐데 이게 정상적인 검찰 개혁의 결과물인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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