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갯벌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왔다. 낙지와 짱뚱어, 조개를 비롯하여 게에 이르기까지 이렇듯 우리들에게 늘 가깝게 여겨지고 흔한 풍경이 갯벌이다.
그런데 이 갯벌이 얼마 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인류가 미래를 위해 지속적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 있는 곳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도대체 우리 갯벌의 그 무엇이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한 것일까.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이 네 곳의 갯벌에 대해 알아본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주변 갯벌이 점점 사라지면서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충남 서천의 유부도. 유부도의 갯벌은 겨울을 나기 위해 지구의 남쪽으로 날아가는 희귀 철새들이 먹이를 먹고 쉬어가는 곳이다.
어민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갯벌의 선물인 백합과 긴 부리를 갯벌 속에 찔러 넣어 게, 갑각류, 갯지렁이 등을 먹는 알락꼬리마도요, 넓적한 부리가 특징인 멸종 위기 1등급 넓적부리도요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철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먹이를 먹는 공간이자 물새들의 삶의 터전인 유부도는 면적이 1제곱 킬로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섬이지만 섬의 스무 배가 넘는 광활한 갯벌을 품고 있다.
또 미세한 입자의 펄 위로 갯골이 새겨진 순천 갯벌. 올해로 15년째를 맞는 흑두루미 영농단은 여름내 땀방울을 흘리며 귀한 새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 준비란 새 무리가 도착하기 전 그들을 위해 벼를 베어 놓는 것.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 1996년에는 겨우 65마리만 순천을 찾았지만 지난 해에는 새끼까지 3000 마리가 넘는 흑두루미가 찾아왔다. 개체 수가 늘어난 데에는 어민들의 노력이 크다.
바로 전통 방식을 고수하여 갯벌을 해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어업을 하는 것.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새'이지만 새가 계속해서 찾아오고 생명을 지속한다는 것은 미생물과 같은 가장 하위단계의 먹이부터 상위단계까지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어떻게 하면 이렇듯 건강한 생태계의 갯벌을 훼손하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 줄 수 있을까.
콩팥이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 주는 것처럼 갯벌은 바다에 흘러드는 오염물질을 정화해 준다. 갯벌에 사는 각종 동식물에 의해 분해되고 정화되는데 우리나라 갯벌의 정화 능력은 전국의 하수종말처리장을 합친 것보다 약 1.5배 뛰어나다고 한다.
또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70% 이상이 숲이 아닌 바다에서 생산된다. 식물 플랑크톤이 바다에서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내는 원리인데 갯벌의 흙에는 1g당 수억 마리의 식물 플랑크톤이 있어서 같은 면적의 숲보다 더 많은 산소를 배출하기도 한다.
금강에서 가까운 서천 갯벌의 경우 강이 실어 온 영양 염류 덕분에 생물들의 먹이원이 많다. 특히 엽낭게는 모래 속의 유기물만 먹고 깨끗한 모래를 뱉어내 갯벌을 정화한다. 이 과정에서 오염된 강물이 깨끗하게 걸러진다.
유부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백합도 바다를 정화하는 데에 기여한다. 그들이 오고 가면 깊은 펄 속에 산소가 공급되고 바닷물 속의 플랑크톤을 먹을 때마다 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것.
1억 년 전 화산활동에 의해 오랜 세월 퇴적층이 쌓여 전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갯벌로 손꼽히는 신안 갯벌. 특히나 국내 최대 규모의 염전을 주목할 만하다. 소금의 맛을 결정하는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갯벌인데 그 속의 유기물은 소금에 미네랄을 더해 준다.
이처럼 광활한 바다를 청소해 주는 것은 사실상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한 일인데 자연 갯벌이 정화해 줌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가치가 엄청난 것으로 나타난다.
고요한 듯하지만 수많은 작은 생명들이 꿈틀거리며 바다를 숨쉴 수 있게 해 주는 갯벌. '유산' 이란 우리 세대가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 물려 주어야 하는 가치 있는 것을 뜻한다. 앞으로 어떤 모습의 갯벌을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지 고민해 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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