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도시의 삶을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농촌은 자연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로망, 혹은 선뜻 정착하기엔 두려운 미지의 세계이다.
그런데 여기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도, 가르침을 주는 것도 '농촌'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농촌에서 살아보기'라는 프로그램에 도전한 도시인들이다.
최장 6개월 간 전국 104곳의 농촌체험마을에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에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참가한 도시인들은 약 599가구, 786명이나 됐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과밀화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농촌생활을 꿈꾸는 도시인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0 농업·농촌 국민의식조사' 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41.4%로 전년보다 6.8%p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농업 실패나 주민과의 갈등을 이유로 역귀농 하는 사례도 만만찮다. 농촌으로 내려왔던 인구 10명 중 1명은 농촌을 떠난다는 통계도 있다. 이 같은 역귀농의 부작용을 막고 농촌생활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프로그램이 '농촌에서 살아보기'다. '농촌에서 살아보기'에 참가한 도시인들의 흥미진진 농촌 정착기를 소개한다.
강원도 횡성 태기산 자락 아래 산채마을에 의기양양 들어선 도시인들. 그들은 오랜 전부터 농부가 되고 싶은 꿈을 품어 왔다.
준비도 없이 35년 은행 생활을 명예 퇴직한 50대 가장과 15년 넘게 운영하던 자동차 정비소를 폐업하고 농부가 되기 위해 의기투합한 처남 매제 커플, 영화연출과 기자 생활로 불규칙한 생활에 찌든 전형적인 도시 남자가 나이 쉰을 맞으며 본격적인 귀농 준비에 나선 참가자까지 농부가 되고 싶은 참가자들은 각자 30평 텃밭을 배정 받아 밭갈이를 하고 모종을 선택해 심고 가꾸며 농부로서의 첫 도전을 시작한다.
취재 본능만 앞섰지 작물 다루는 손은 몹시도 서툰 참가자, 군 제대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 삽을 잡아 본 참가자, 기세 좋게 시작했지만 과연 이들의 작물은 무사할 것인가.
30여 가구 중 7가구가 귀농 가구인 봉화의 하늘휴양마을. 과수 농사와 논농사, 고추와 수박으로 유명한 이곳은 귀농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인심 좋은 곳이다. 일찌감치 청정 지역 봉화를 귀농지로 선택하고 집을 알아보던 중 프로그램에 참가한 도전자.
엔지니어로 직장생활 10여 년, 5살, 3살 두 아이를 둔 가장이기에 섣부른 귀농을 감행할 수 없어 1년 간 봉화를 드나들며 귀농을 준비했었다. 준비된 농촌의 일꾼인 듯 인심 좋은 하늘마을에 스며들고 있던 중 봉화에 거주지를 정하자니 먹고 살아야 할 작물이 없다.
작물은 미뤄둔 채 농지와 집터만 물색 중이던 이 남자, 농촌에는 분명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비전과 블루오션이 있다며 도전 욕구를 붙태운다. 남자는 과연 무사히 봉화에 정착할 수 있을까.
초봄부터 횡성 살이에 도전하고 있는 도시의 참가자들. 50대 아저씨 3인방의 활약은 이미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일손 귀한 농촌에서 특급 대우를 받는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런가 하면 손이 느리다고 타박 받던 기자 출신 도전자도 '방울토마토 수확'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경지에 다다랐다며 허세를 부릴 정도다.
게다가 귀농 멘토의 도움으로 700평 텃밭에 옥수수 농사를 짓고 수확까지 해서 정식으로 경매를 통해 수익도 거둬볼 예정이다. 진짜 농부가 되어 보는 경험이다. 혼자라면 할 수 없는 것들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해 내고 있는 사람들.
과연 그들의 농촌 라이프는 어떤 결실을 맺을 것인지 참가자들의 흥미진진 좌충우돌 농촌 정착기가 펼쳐진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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