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이어 디즈니플러스도 한국 콘텐츠 대대적 투자…‘경찰수업’ ‘무빙’ 등 단독 공개 유력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가 11월 12일부터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막강한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는 사실 넷플릭스의 최대 파트너였다. 넷플릭스에 가입하면 엄청난 콘텐츠를 마음껏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었는데 그 핵심 콘텐츠의 상당수를 디즈니에서 공급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콘텐츠 유통 공룡이었고 디즈니는 콘텐츠 보유 공룡이었다. 결국 디즈니가 넷플릭스에서 나와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직접 OTT 시장에 뛰어들면서 넷플릭스는 상당한 위기감에 빠져들었다. 핵심 콘텐츠 공급처를 잃는 것만으로도 위기인데 그들이 직접 경쟁 OTT 업체까지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거액을 투자하며 상당한 재미를 본 넷플릭스는 디즈니 등 기존 할리우드 콘텐츠 의존도가 줄어드는 만큼 오리지널 콘텐츠에 더 큰 투자를 했고 이 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넷플릭스의 세계적인 유통망을 타고 큰 성공을 거둬왔다. 이렇게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해온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더 큰 성장 동력을 확인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유료 가입자는 올해 2분기 기준 2억 918만 명으로 1억 2000만 명인 디즈니플러스를 크게 앞서고 있다. 그렇지만 디즈니플러스는 아직 서비스 초기이며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는 국가도 많아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e마케터는 디즈니플러스가 2023년 넷플릭스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변수가 ‘오징어 게임’이다. 유료 가입자 수가 2억 명을 넘긴 이후 구독자 증가 정체 상태에 접어든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 등 경쟁 OTT로 구독자가 빠져 나가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었다. 그렇지만 넷플릭스를 가입해야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으로 구독자수 증가 기대감이 커졌고 이는 바로 주가로 반영됐다.
9월 한 달 동안 7.5%의 상승률을 기록한 넷플릭스 주가는 장중 사상 최고치인 619달러를 찍기도 했다. 시가총액이 322조 1253억 원까지 치솟았는데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지난 9월 17일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약 13조 원이 늘어났다. ‘오징어 게임’ 효과로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의 거센 추격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콘텐츠가 정답’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자 경쟁 OTT들의 커닝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디즈니플러스가 대표적이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를 아우르는 디즈니의 콘텐츠는 확고부동하다. 이제 막 TV를 접하는 어린 아이들이 보는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니션으로 시작해 젊은 층이 열광하는 마블 콘텐츠, 그리고 중장년층의 추억이 깃든 '스타워즈'와 20세기폭스 영화들로 전연령층을 아우른다.
그렇지만 기존 콘텐츠 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사실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확인됐다. 물론 디즈니플러스 역시 로키,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솔저, 만달로리안, 하이스쿨 뮤지컬 등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다. 마블은 페이즈4 라인업을 공개할 때 기존의 극장 개봉용 영화와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할 오리지널 콘텐츠를 구분해서 발표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도 기존 디즈니 콘텐츠의 확장판이라는 한계가 명확했다.
디즈니는 지난 연말 디즈니플러스에 ‘스타’라는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이 카테고리는 전세계 지역별 오리지널 콘텐츠가 담기는 영역이다. 넷플릭스와의 정면 승부를 위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 방식을 가미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한국에도 투자가 시작됐는데 우선 스튜디오앤뉴와 5년 동안의 콘텐츠 계약을 맺었다. 스튜디오앤뉴는 영화투자·배급 전문기업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설립한 방송·드라마 콘텐츠 제작사다.
현재 스튜디오앤뉴에서 제작하고 있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과 ‘무빙’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경찰대학을 무대로 청춘들의 꿈과 사랑, 도전과 패기를 담은 청춘성장 캠퍼스 드라마로 강다니엘의 첫 연기 도전 작품이라 기대치가 높다. 채수빈, 신예은, 박유나, 사강 등도 출연한다. 강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한 ‘무빙’은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등이 출연하는 제작비 500억 원 규모의 대작 드라마다.
지난 4월 스튜디오앤뉴가 디즈니플러스와 매년 한 편 이상의 드라마를 공급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어 이 두 드라마는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가에는 이 두 편의 드라마에 66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받는 스튜디오앤뉴가 디즈니플러스와 40%가량의 마진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려져 있다. 제작비 대비 10~20%의 마진을 인정해주는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보다 파격적인 조건이다.
에이스팩토리가 제작하는 드라마 ‘그리드’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비밀의 숲’을 집필한 이수연 작가의 신작인 SF스릴러인 ‘그리드’에는 김무열, 서강준, 김아중 등이 출연한다. 또 SBS 인기 예능 ‘런닝맨’의 스핀오프 버전인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도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로 제작될 예정이다. 다만 유재석 등 일부 멤버들은 출연하지 않아 기존 TV ‘런닝맨’과는 출연진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이처럼 4편 정도의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를 준비 중인 상황인데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투자 폭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 게임’ 같은 글로벌 히트작이 하나 나올 경우 디즈니플러스의 넷플릭스 추격에 훨씬 속도가 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답을 확인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제작비로 투자한 돈은 200억 원 정도지만 올 한 해 한국 시장에 투자한 액수는 총 5000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대규모 투자로 정답을 찾은 셈이다. 게다가 한국 콘텐츠는 비교적 제작비가 저렴하다. OTT 업계의 대대적인 투자로 현재 미국에서는 회당 제작비가 1000만 달러(119억여 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의 회당 제작비는 140억 원 수준이다. 9부작으로 제작된 ‘오징어 게임’이 200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비교가 힘들 만큼 저렴하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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