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선 ‘오징어 게임’ 제치고 1위…디즈니플러스와 계약 NEW 영화 중 드라마화 기대감 커져
요즘 드라마 시장에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좋은 드라마가 될 탁월한 기획만 있다면 투자 유치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방송국의 편성이 떨어지지 않으면 제작이 아예 불가능했던, 그래서 드라마 제작사들이 방송국 편성을 따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것은 이미 오랜 과거의 일이다. 지상파 방송사 몇 곳으로 한정돼 있던 방송국이 케이블 채널과 종합편성 채널 등으로 다변화됐고, 굳이 방송국 편성을 받지 않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와 협상을 해도 된다. 차라리 요즘에는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하는 OTT가 대세이기도 하다. 문제는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탁월한 기획이 기본전제라는 점이다.
가장 검증된 카드는 웹툰이다. 10년 넘게 대한민국 웹툰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원작이 돼 왔다. 그만큼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좋은 작품도 양산했다. 그렇지만 웹툰 원작의 드라마나 영화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린 사례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아무리 인기 웹툰일지라도 영상으로 제작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드라마 업계에서는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갯마을 차차차’를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색다른 기획에서 시작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갯마을 차차차’는 2004년에 개봉한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 원작이다. 러닝타임이 108분인 이 영화를 16부작 드라마로 늘리는 색다른 기획에서 시작된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11.4%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관련기사 미스터리로 남은 홍반장 정체, ‘갯마을 차차차’에서 밝혀질까). 넷플릭스에선 전세계 톱10 TV 프로그램(쇼) 부문 8위에 올라 있으니 OTT를 통한 글로벌 인기가 국내 시청률을 뛰어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본의 경우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제작돼 큰 인기를 끌어 왔으며 국내에서도 웹툰 원작 영화와 드라마가 다수 제작됐다. 이런 경우의 문제점은 방대한 분량의 만화나 웹툰을 압축해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에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막힌 각색과 편집을 통해 원작을 능가하는 수작이 나오기도 하지만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한다.
반면 ‘갯마을 차차차’는 정반대의 작업을 거쳤다. 러닝타임이 채 드라마 2회 분량도 안 되는 108분이다. 캐릭터와 설정, 대략의 스토리 라인과 주요 에피소드 등 원작이 큰 뼈대라면 새롭게 창작된 이야기와 캐릭터가 드라마의 피와 살이 돼야 한다. 새롭게 창작된 피와 살이 자칫 큰 뼈대를 휘거나 왜곡시키면 엄청난 지적과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유제원 감독의 연출과 신하은 작가의 대본은 큰 뼈대와 새로 창작된 피와 살을 잘 결합시켜 큰 사랑을 받는 드라마를 완성해냈다.
이런 흐름은 드라마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 한국 영화 중 드라마로 재탄생해도 성공 가능성이 엿보이는 작품을 찾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제2의 ‘갯마을 차차차’가 탄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이미 한 차례 대중의 검증을 거친 영화를 원작으로 할 경우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고, 감독과 작가 입장에서는 원작인 영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 등 새로 창조할 수 있는 영역이 충분히 확보되는 장점이 있다. 방대한 원작을 각색하고 편집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드는 방식은 흔했지만 정반대 과정이라 거의 시도되지 않은 방식을 ‘갯마을 차차차’가 성공시키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낸 셈이다.
게다가 리메이크된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OTT 시장에서 기존 영화를 찾아서 보는 이용자도 급증한다는 메리트까지 있다. 실제로 ‘갯마을 차차차’가 큰 인기를 얻으며 원작 영화 ‘홍반장’을 다시 찾아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요즘 드라마 제작 사업에 기존 영화투자·배급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부분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와 5년 동안의 콘텐츠 계약을 맺은 스튜디오앤뉴는 영화투자·배급 전문기업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설립한 드라마 제작사다. 만약 스튜디오앤뉴에서 과거 NEW가 만든 영화를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 내놓는다면 엄청난 흥행을 일궈낼 수도 있다.
NEW는 수많은 영화를 투자·배급해 왔는데 이 가운데 1000만 관객 영화인 ‘7번방의 선물’은 충분히 드라마화가 가능해 보인다. 영화의 드라마 각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캐릭터의 생명력과 설정, 그리고 스토리 라인이다. 여섯 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와 딸 예승, 그리고 7번방 수용자들 등 캐릭터가 살아 있는 영화로 삭막한 기존 교도소 배경 드라마와 전혀 다른 색깔의 드라마가 가능하다. 게다가 용구와 예승이의 설정은 이미 할리우드 영화 ‘아이 엠 샘’ 등을 통해 글로벌 흥행력까지 입증됐다. 사법연수생이 된 예승이의 현재 모습과 7번방에서 숨어 사는 어린 예승이의 모습이 교차 편집되는 방식이라 드라마로 러닝타임을 늘리는 것도 용이하다.
예로 든 ‘7번방의 선물’처럼 한국 영화 가운데에는 드라마로 각색하면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날 뛰어난 작품들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지점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업체의 투자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기존 영화를 보여주고 당시 국내 반응과 흥행 성적 등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과연 ‘갯마을 차차차’의 새로운 도전이 글로벌 무대 정복을 노리는 한국 드라마 시장에 어떤 활력을 불어 넣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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