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등 외연확장 걸림돌…“2030 확실히 잡으면 보수표심 따라올 것” 관측도
“홍준표 의원의 ‘조국 수호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홍 의원 핵심 지지층인 2030 남성들 사이에서 ‘갑자기 웬 헛소리냐’는 불만이 나왔다. 홍 의원이 헛발질을 심하게 했다. 이대로라면 당도 불안하다.”
국민의힘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핵심 관계자 말이다. 홍준표 의원은 9월 16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조국 수사는 과잉이었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눈 발언이었다. 이를 두고 지지자들 사이에선 ‘조국수홍(조국 수호+홍준표)’ 비판이 거셌다. 결국 홍 의원은 다음 날인 9월 17일 “생각을 바꾸겠다”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홍 의원을 견인하는 핵심 세력은 2030세대 남성들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9월 17일 ‘차기 정치 지도자 주요 인물별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홍 의원은 2030 남성들 사이에서 지지율 강세를 보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18~29세 남성 응답자 47%가 홍 의원에게 ‘호감 간다’고 응답했고, 3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50%의 지지율을 얻었다. 18~29세 남성들 사이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23%, 윤석열 전 총장이 22%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하 동일).
2030 남성들은 6월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를 탄생시킨 주역으로도 꼽힌다. 홍 의원이 ‘조국수홍’ 논란이 일자 조기 수습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읽힌다. 2030 남성들은 조국 사태 때 강한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홍 의원 캠프에서도 2030 남성들 여론이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고 본다.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돌돌홍(돌고 돌아 홍준표)’ 등 홍 의원과 관련된 신조어를 유행시킨 것도 2030 남성들로 알려졌다. 여기에 힘입은 홍 의원은 추석 전후로 ‘골든크로스(역전)’를 자신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한국리서치’가 9월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홍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 30.2%를 기록해 윤 전 총장(21.8%)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윤 전 총장이 여러 논란에 휩싸인 것도 홍 의원 지지율 반등에 힘을 보탰다. 윤 전 총장은 ‘청약 말실수’, ‘치매 비하’ 등 연이은 설화로 곤욕을 치렀다. 정가에선 ‘1일 1실언’이란 우스갯소리도 회자됐다. 최근에는 윤 전 총장 부친과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 씨 누나가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 고발 사주’ 의혹 역시 윤 전 총장 앞에 놓인 악재다.
홍 의원 상승세로 국민의힘 경선은 ‘윤석열 독주’에서 2강 체제로 바뀌었다. 홍 의원은 2030 남성들을 겨눈 각종 공약을 공개했다. 로스쿨 폐지 및 사법시험 부활, 모병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청년층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공정과 직결된 공약들이다. 정가에선 홍 의원의 ‘사이다 어법’이 2030 남성들에게 통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하지만 2030 남성들 지지가 홍 의원에게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확장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의원이 9월 27일 여성 정책 발표를 예고했다가 연기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캠프 내에서 여성 정책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발표가 무산됐다고 한다. 홍 의원을 지지하는 2030 남성들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국민의힘도 홍 의원 상승세를 놓고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홍 의원 본선 경쟁력에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사석에서 “홍 의원으로선 2030 남성을 비롯해 외연 확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은 홍 의원이 정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면서 “이 때문에 홍 의원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점쳤다. ‘조국수홍’ 논란이 홍 의원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엄경영 시대연구소장은 통화에서 “2030 남성들은 공고한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보기는 어렵다. 홍 의원을 지지하는 지지율은 불안한 부분이 있다. 2030 세대 전체를 끌어와야 하는데 여성은 빠져 있다. 또 보수층을 결집하려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각을 세워야 하는데 조국수홍과 같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의 입장에서도 홍 의원의 대세가 계속되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홍 의원이 2030 표심을 굳힌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긴 한다. 엄경영 소장은 “최근 들어 보수 지지층이 조금 변한 부분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코어 지지층인 PK·TK(영남) 보수 민심이 2030 세대가 선택한 인물을 수용했다. 2030 세대와 60대가 연합하는 형태로 보수정당이 변한 것이다. 만약 홍 의원이 2030 세대에서 확실하게 지지를 굳히면 핵심 지지자들이 끝내 홍준표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홍준표 캠프 관계자는 “우린 페미니즘도 안티페미니즘도 아니다. 휴머니즘 정책을 낼 것이다. 조국수홍의 타격 때문에 잠시 지지율이 정체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엔 이미지 문제다. 꼰대스러운 표현을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략을 잘 펼치면 더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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