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철강업계 2위 대기업 일신제강과 대형 건설업체 공영토건이 부도로 쓰러지고 전두환 정권 실세 이규광, 조흥은행 은행장 등 32명 구속 되며 전두환 정권 11개 부처 장관이 경질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이 모든 시작이 한 결혼식에서부터였다. 대한민국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정재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결혼식, 이 결혼식을 연 부부가 바로 '장영자 , 이철희'였다.
장이 부부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에게 먼저 다가가 파격적인 이자 조건으로 2배에서 많게는 9배의 어음을 쓰게 한 뒤 사채시장에서 일명 '어음할인'으로 싸게 팔아 현금을 손에 쥐는 형식으로 약 6400억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갈취했다.
100억을 빌려준다면 200억의 어음을 쓰게 한 뒤 200억 어음을 180억을 받고 사채시장에 팔아 기업에 100억을 주고 자신이 80억을 손에 쥐는 것이다. 이렇게 유통한 어음 규모가 1982년 당시 대한민국 정부 예산의 10%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내노라하는 대기업의 수장, 수뇌부였던 사람들이 왜 이들 부부에 속았을까. 장이부부의 결혼식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시 사건 담당 검사였던 박주선 전 국회의원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기발한 사기수법의 실체가 밝혀진다.
초유의 경제 스캔들을 일으키고 복역한 이후에도 장영자는 사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후 3번의 사기를 추가로 저질러 구속과 출소를 반복하다 1998년 사기 사건을 마지막으로 현재는 수감 중이다. 장영자는 왜, 무슨 이유로 사기를 멈추지 않는 걸까. 편취한 천문학적인 돈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표창원은 장영자가 몰래 은닉해 놓은 재산의 존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사기를 멈추지 못하는 것은 거짓된 인생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이수정은 자금난에 시달린 장영자가 생활비를 벌기 위한 '생계수단'으로 사기를 계속해서 벌이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뒤흔들었던 건국 이래 최악의 사기 사건의 주범 장영자는 말한다. "경제는 유통아닌가요? 저는 정당한 경제활동을 한 겁니다."
32년의 감옥 생활에도 장영자는 "나는 억울하다"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피해자들에게 두 번 상처를 주고 있다. 열심히 살던 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꿈을 무너뜨렸지만 여전히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는 희대의 사기꾼 장영자는 2022년 출소 예정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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