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대장동’과 ‘고발사주’ 의혹 변수…비주류에 텃밭 기반 약해 경선 이겨도 ‘위기감’
각 당 내부에선 일찌감치 ‘대선주자 1위 완주 불가론’도 제기됐다. 대선 막판 후보 교체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이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경우에 따라 2002년 대선 이후 20년 만에 후보 교체론이 대선판을 관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처럼 불안한 상태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0월 5일 서울시의회 기자회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의혹이 많아서 선거하기 어려울 것이다(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10월 2일 한 라디오 인터뷰).”
여야 대선 1위 주자가 나란히 흔들리고 있다. 각 당 내부에선 ‘대선 플랜B’ 얘기가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정치권 한 인사는 “둘 다 비주류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끊임없이 흔들리는 이유로 태생적 한계를 꼽은 것이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진영 내 적통성이 약하다는 점이 ‘후보 교체론’의 불씨가 잦아들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친문(친문재인)계가 최대 주주인 여권에서 이 지사는 철저히 비주류 길을 길었다. 보수진영에 다시 정권을 내준 2007년 대선에서 이 지사는 비노(비노무현)계인 정동영 전 의원을 지원했다. 친노(친노무현) 한 관계자는 “친문계 일부와 이 지사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치신인 윤 전 총장도 보수 적통성과는 거리가 멀다. 국정농단 게이트 당시인 2016년, 윤 전 총장은 박영수 특별수사팀장에 임명돼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규명했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19일 서울지검장, 2019년 7월 25일 검찰총장에 각각 임명됐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 품 안에서 두 번에 걸쳐서 벼락출세하고 보수 궤멸하는 데 선봉장을 했다”고 직격했다.
여의도 안팎에선 “2강이 비주류인 만큼, 대선 막판까지 후보 흔들기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후보 교체론이 불거진 대선은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다. 모두 여권발 사건이었다. 제15대 대선에선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가, 제16대 대선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완주 불가론에 시달렸다.
대법관과 감사원장, 국무총리 등을 거친 이회창은 대구·경북(TK) 구심점인 민정계의 지지를 받았다. 문민정부 주류는 김영삼(YS) 전 대통령 최측근들이 주축인 부산·울산·경남(PK) 민주계였다. 양 계파의 갈등은 민주계 지원을 받은 이인제 전 의원 탈당으로 이어졌다. 민주계 인사들과 함께 국민신당을 만든 이인제 후보는 그해 대선에서 19.21% 득표율로 돌풍을 일으켰다. PK 표를 갈라치기 당한 이회창(38.7%)은 김대중(DJ) 전 대통령(40.3%)에게 1.6%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전투(당내 경선)에서 이겼지만, 전쟁(대선 본선)에선 패한 셈이다.
2002년 여권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는 지금껏 정치권에 회자되는 초유의 사건이다. 후단협은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내 비노계가 만든 기구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노 전 대통령은 노풍(노무현 바람)을 앞세워 대역전극을 펼쳤지만, 당내 동교동계가 가세한 비노계는 끊임없이 노 전 대통령을 흔들었다.
동교동계는 당초 권노갑 전 의원을 주축으로 ‘이인제 대세론’을 지원했다. ‘리틀 DJ’인 한화갑 전 의원은 독자 출마했다. 경선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도가 흔들리자, 동교동계는 후단협에 본격적으로 올라타기 시작했다. 당시 선거를 경험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 핵심이었던 김민석의 ‘탈당 역풍’과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단일화 승부수’가 없었다면, (친노 측도) 판을 뒤집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는 2022년판 후보 교체론의 현실 가능성 여부다. 여권발 경선 불복론의 변수는 ‘대장지구 특혜 의혹’이 될 전망이다. 이 지사 측근으로 분류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10월 3일 전격 구속 수감되면서 대장지구 특혜 의혹은 연일 확산하고 있다. 의혹 몸통이 이 지사로 결론이 나거나, 지지도가 급속히 붕괴될 경우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친문 인사들이 후보교체론을 들고 나올 수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10월 5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동규 구속 수감’을 언급, “1위 후보의 위기는 민주당의 위기이자, 정권 재창출의 위기”라며 “그런 불안을 안고 대선을 이길 수 있겠나”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간 침묵하던 청와대도 같은 날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핵심 관계자)”는 반응을 내놓으며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사실상 이 지사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민주당 의원들도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 지사의 연루 의혹이 드러난다면, 후보 교체론의 불길이 여권 전체로 번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국회 한 보좌관은 “2007년 대선 때 친노와 비노가 갈등하다가 정권을 뺏겼는데 또다시 이를 반복하겠느냐”라며 “어느 쪽도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다른 관계자도 “이 지사가 아웃사이더라는 것은 여의도 문법”이라며 “현역 의원 다수가 이재명 캠프에 있다. 2002년 대선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고발사주 의혹에 휩싸인 윤 전 총장의 본선 경쟁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내 경선 최대 라이벌인 홍준표 의원은 10월 2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을 직접 겨냥, “공격 포인트가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대선은 본인과 직접 연결된 게 아니더라도 망칠 수 있다. 이회창도 아들 병역 문제로 10년 동안 두 번이나 당했다”고 했다.
홍 의원이 꼽은 윤 전 총장 아킬레스건은 △본인의 고발사주 연루 의혹 △수십억 원대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한 윤 전 총장 장모 의혹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대장동 부동산 연루 의혹이다. 야권 내부에서도 “대선 본선에서 윤 전 총장이 의혹을 버틸 수 있겠느냐”라는 말이 파다하다.
흔들리는 여야 1위 주자의 포지션은 각각의 텃밭인 호남과 대구·경북(TK) 위기론으로 이어졌다. 둘 다 이곳에서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10월 1~2일 조사해 10월 4일 공개한 여론조사(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 지사의 호남 지지도는 43.7%였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의 지지도 합은 31.2%(윤석열 9.4%+홍준표 17.9%+유승민 3.9%)에 달했다. 이 지사의 라이벌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도는 11.6%였다.
한국갤럽의 9월 첫째 주 조사(8월 31일~9월 2일 조사, 9월 3일 공개)에선 이 지사의 호남 지역 선호도는 31%였다. 이낙연 전 대표 선호도는 25%로 집계됐다. 보수 3인방은 16%(윤석열 11%+홍준표 4%+유승민 1%)였다. 여당 한 인사는 “지지도도 지지도지만, 더 큰 문제는 호남 투표율”이라며 “대장지구 특혜 의혹으로 호남 투표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호남 지역에서 예상보다 투표율이 낮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도 TK에서 과반을 밑돈다. ‘KSOI·TBS’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TK 지지도는 44.7%에 그쳤다. 이 지사는 16.5%, 홍준표 의원은 11.7%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윤 전 총장 TK 지지도는 25%에 불과했다. 이 지사와 홍 의원은 각각 10%와 8%를 얻었다. TK에서 의견을 유보한 비율은 39%로, 전 지역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한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 TK 구심점을 형성한 후보는 없는 것 같다”며 “민주당은 호남, 국민의힘은 영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게 당선의 지름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각각 텃밭에서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당 안팎에선 ‘반이재명·반윤석열’ 측이 대선 플랜B를 끊임없이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각각의 후보를 옥죄는 대장지구 특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이 될 전망이다. 진보진영 한 관계자는 “두 이슈는 대선판을 뒤엎을 수 있는 메가톤급 변수”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에 대선 주자의 운명이 달렸다”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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