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조상우 역으로 해외 인기·득남 겹경사…“이정재와 몸싸움신 후 뜨거운 포옹 평생 못 잊어”
“해외에서 이렇게까지 큰 사랑을 받을 줄 생각도 못했죠. 얼떨떨해요(웃음). 아마 한국에만 국한된 소재가 아니고 전 세계적인 공통분모가 있는 인간성,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잘 봐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한국의 옛날 어린이들의 놀이를 담고 있지만 전 세계인들에게도 순수했던 게임들이 있었을 거고, 그게 어른들의 잔혹한 생존게임이 된다는 것도 새롭고 신선하니까요.”
박해수가 맡은 조상우는 ‘쌍문동이 낳은 수재’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456억 원이 걸린 서바이벌 데스 게임 속에서도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대형 증권회사를 거쳐 탄탄대로를 걷다가 하필 선물투자의 덫에 걸려 고객의 돈을 포함해 60억 원이 넘는 빚을 진 상우는 게임 참가자 어느 누구보다도 상금이 절실하다. 상대가 동네 친한 형인 성기훈(이정재 분)이더라도 언제든지 그의 등에 비정하게 칼을 꽂을 수 있는 인물이기에 작품이 공개된 뒤 깡패인 장덕수(허성태 분), 다소 비호감 캐릭터였던 한미녀(김주령 분)보다 시청자들의 더 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작품을 촬영하면서는 처음엔 면죄부를 주기 위해 상우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의 심리가 계속해서 변해나가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더라고요. 상우는 그만큼 간절하고 절박했던 순간에 이 게임에 들어온 인물이니까요. 연기를 하면서 ‘상우라면 그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곧 ‘나였어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로 변했어요. 그게 꼭 상우만의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면죄부까진 모르겠지만 공감이 많이 갔던 것 같긴 해요.”
‘오징어 게임’에서 기훈이 운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의지하면서도 아주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상우는 철저히 개인의 분석에 기반한 추론을 바탕으로 냉정하고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기훈과 상우가 ‘이란성 쌍둥이’처럼 보이길 원했다는 황동혁 감독의 연출에 맞춘 상반된 두 캐릭터의 변모는 ‘오징어 게임’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이 분석하고자 하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박해수는 이런 상우의 심리 변화에 특히 신경을 써야 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상우의 심리가 변화하는 지점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설탕 뽑기에서 기훈을 부르지 않는 그 에피소드에서 상우의 심리 변화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또 심리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징검다리에서 누군가를 내 손으로 직접 밀어 죽였던 신인데 그 이후부터의 심리가 사실 굉장히 어려웠어요. 특히 기훈에게 모든 걸 다 폭로해 버리는 장면이 가장 어려웠는데 스스로도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만큼, 상반된 캐릭터 상을 균형적으로 함께 맞춰나가야 하는 이정재와의 호흡이 중요했다. 그 호흡의 결실은 최후의 게임인 ‘오징어 게임’에서 진가를 터뜨린다. 두뇌와 운, 체력이 중요했던 이전 게임들과 달리 정말 어린 아이들이나 골목에서 벌였을 법한 ‘막싸움’이 목숨을 건 최후의 게임이라는 아이러니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들끼리의 싸움이 아닌, 정말 막바지에 처절한 진흙탕 싸움, 어린 아이들의 막싸움 같은 거죠. 게임을 진행한다기보단 감정적인 싸움으로 보이도록 연출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액션에 대한 디렉션도 막싸움 위주, 죽기 살기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어요. 실제로 보면 주먹도 이상하게 쥐고 막 머리도 잡고, 몸도 잡고 그래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정재 선배님과 액션신을 한다는 것에 감사함도 있었고 영광이었는데, 날씨가 너무 추운 거예요(웃음). 비도 엄청 쏟아 부어서 몸이 완전 얼음장이었는데 선배님이 끝없이 뜨거운 물을 가져와서 부어주셔서 서로 따뜻하게 촬영했어요. 그 신이 끝나고 한 번 크게 안아주셨는데, 그게 저한테는 평생의 에피소드가 될 것 같아요(웃음).”
캐릭터에 깊이 ‘동기화’됐기 때문인지 박해수는 아직 ‘오징어 게임’과 조상우를 떠나보내기가 아쉽다고 말했다. “많이 아쉬워요. ‘시즌 2에 꼭 상우가 있었으면 좋겠다’ ‘상우도 스핀오프가 필요해!’ 이런 말 많이 해주세요. 그럼 감독님도 다시 생각해 주실 것 같아요”라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전까지는 두려움도 많고 겁도 많았어요. ‘내가 잘하고 있나’하는 궁금증도 있었고요. 그랬는데 이렇게 좋은 반응을 받고, 또 조상우에 대한 공감 같은 것도 마치 제게 주시는 칭찬과 응원 같아서 너무나 감사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들로 인해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징어 게임’은 제게 있어서 정말 애착이 많이 가고 사랑하는 작품이에요. 조상우란 인물에도 애착이 많이 갔고요. 그래서 더 잘 떠나보내야 하는 거겠죠.”
박해수가 말한 것처럼 황동혁 감독의 생각에 뭔가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시즌2가 제작되더라도 상우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배우 박해수는 10월 30일 방송 예정인 OCN 토일 드라마 ‘키마이라’를 거쳐 내년에는 ‘종이의 집’과 ‘수리남’으로 다시 넷플릭스에 컴백할 예정이다. 영화로는 2019년 ‘페르소나’에 이어 이듬해 ‘사냥의 시간’, 곧 공개될 ‘야차’에 이르기까지 최근 작품들이 대부분 넷플릭스 공개작이다. 송강이 ‘넷플릭스의 아들’이라면 박해수에겐 ‘넷플릭스의 공무원’이란 별명이 붙는 이유다.
“넷플릭스 작품에 감사하게도 여러 번 참여하게 됐죠. 넷플릭스 공무원이냐고 하시던데, 제가 어릴 때 아버지가 공무원 되라고 하셨거든요. 이렇게 꿈을 이루게 됐네요(웃음). 넷플릭스 작품에 자주 나오다 보니 굿즈 이런 걸 많이 챙겨주셨는데 방 하나가 다 넷플릭스 물건으로 채워졌어요. 이번엔 방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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