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05년 뉴욕주에 부지 기부…통 큰 기부 가장 세금 탈루 의혹 삐죽
이곳은 엄밀히 말하면 공원이 아니다. 방문한다 해도 볼 수 있는 것이라곤 도로 양쪽에 세워져 있는 ‘도널드 J. 트럼프 주립 공원’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과 휑한 주차장, 그리고 몇 갈래 흙길이 전부다. 몇몇 버려진 폐허 건물이 있긴 하지만 볼거리라곤 전혀 없다. 다시 말해 공원은 없는데, 공원을 광고하는 표지판만 있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이곳이 ‘트럼프 공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까닭은 과거 트럼프가 매입했던 부지였기 때문이다. 1998년과 2000년에 걸쳐 트럼프 기업은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176만㎡의 부지를 매입했다. 당시 매입가는 약 275만 달러(약 33억 원)였다.
다소 저렴한 가격에 매입이 가능했던 이유는 언덕과 바위가 많은 축축한 습지인 데다 주변에 저수지가 있어 환경보호법에 따라 개발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근의 부유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뒷마당에 골프장이 건설되는 것을 반대하면서 결국 사업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손해를 보고 있을 트럼프가 아니었다. 부동산 투자의 귀재인 만큼 2005년 이 부지의 가치를 2610만 달러(약 300억 원)로 끌어올린 트럼프는 이듬해 뉴욕주에 이 부지를 기부하면서 엄청난 세금 감면을 받았다. 당시 트럼프는 “나는 항상 뉴욕을 사랑해왔고, 이것이야말로 뉴욕에 보답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나는 이 땅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으로 탈바꿈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의 의도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요컨대 통 큰 기부를 가장한 세금 탈루 의혹이다. 더구나 당시 이 기부는 트럼프의 절친이자 뉴욕 공원 관리자였던 버나데트 카스트로에 의해 승인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심을 받았다. 카스트로는 “트럼프 공원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살린 곳으로 지역 주민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개방된 장소가 될 것”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당시 뉴욕 주지사였던 조지 파타키 역시 트럼프의 측근이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홍보했던 바와 달리 공원 사업은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10년이 지나도록 폐허나 다름없이 방치되어 있자 당초 의도를 의심했던 사람들은 “사기극에 다름 아니다”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현재 ‘트럼프 지우기’에 한창인 뉴욕 검찰총장인 레티티아 제임스가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에 지난해 뉴욕주 상원의원인 브래드 호일만은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하나는 2017년 샬럿즈빌 시위 도중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해 살해된 헤더 헤이어의 이름을 따서 공원 이름을 바꾸자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공원 이름을 짓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가 뉴욕주와 체결했던 기부 협약에는 ‘이 기부에 대한 보답으로 각 공원에는 트럼프의 이름을 붙여야 한다’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뉴욕주와 맺었던 트럼프의 계약이 무효임을 입증하면 된다. 계약 당사자가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증명될 경우 대부분의 계약은 무효가 된다. 만일 트럼프가 이에 반대해 뉴욕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서 ‘데일리비스트’는 “만일 그럴 경우 아마도 추가적인 세무 조사가 실시될 테고, 그렇게 되면 트럼프의 또 다른 사기 행각을 입증하는 몇몇 스모킹건이 나올 수 있다”면서 트럼프 측에서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지난 1월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뉴욕시와 트럼프 그룹 사이에 체결한 모든 계약을 파기하겠노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센트럴파크 내 아이스 링크 두 곳과 회전목마 운영권, 브롱크스시 소유 골프장(트럼프 골프 링크스)의 사업권이 포함돼 있다. 만일 이 세 곳의 사업권을 잃을 경우 트럼프는 수백억 원의 수익을 잃게 될 전망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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