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림 ‘일감 몰아주기’ 제재 심의 앞두고 닭고기 담합 검찰 고발키로…노조 탄압 정황엔 “개입한 적 없어”
공정위는 8일 전원회의를 열고 하림의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 입장은 “공정위로부터 제재 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전원회의 결과에 따라 검찰 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공정위는 하림이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의 회사 ‘올품’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올품은 현재 하림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다. ‘김준영→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하림지주→기타 계열사’ 형태다.
올품의 대주주는 김홍국 회장이었으나 2012년 김준영 씨에게 회사를 증여, 김준영 씨가 지분 100%를 확보했다. 연결기준 매출액 2011년 약 709억 원, 2012년 861억 원이었던 올품은 2013년 이후 연 매출 3000억 원대의 회사로 급성장했다. 하림지주 측은 올품 매출 급증은 2013년 당시 ‘한국썸벧판매’와 합병으로 인한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공정위가 하림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2017년인데 지금까지 조사에 종지부를 찍지 못한 것은 심사보고서를 받은 하림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시간이 지체돼서다. 하림은 공정위가 심사 결과의 근거가 되는 ‘핵심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걸었고, 올해 초 법원이 공정위에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리며 소송전은 마무리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판단이 하림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하림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의혹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난 것이고 그 규모도 크기 때문에 무거운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며 “B2C(기업과 고객 간 거래)인 식품기업은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데, 과징금 부과 이후 아무리 행정소송으로 역전을 시도하려 해도 사람들은 ‘부당행위’만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림이 이번 공정위 판단 결과에도 행정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너무 억울하거나 과징금이 지나치게 높다고 받아들여질 때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도 “기관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 만큼 기업은 행정소송은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는 게 아니고서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여겨지는데, 매건 반박하는 것이 자칫 기관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공정위는 지난 6일 하림을 비롯한 닭고기 가공 및 유통기업 7곳이 2011~2017년 삼계탕용 닭고기의 가격과 출고량을 담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들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251억 원을 부과하고, 하림과 올품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출신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하림의 ‘내부거래 건’에 대한 전원회의가 열리기 이틀 전인 6일 ‘담합’에 대한 결과를 내놓은 것에 대해 “굉장히 오래된 담합 건을 지금 와서 꺼냈다는 것은 공정위가 하림에 강력한 철퇴를 내리겠다는 의지”라며 “하림이 공정위 판단에 불복하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하고 시간을 끈 것에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가 하림 조사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만큼 높은 수위의 제재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림그룹은 2017년 ‘김상조 공정위’에서 첫 직권조사 대상이었다.
공정위가 하림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총수를 고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그럼에도 사건은 형사처벌 수준에서 마무리되고 김준영 씨의 승계는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 정무위원으로 활동한 채이배 전 의원은 “벌금을 받고 징역형이 나온다고 할지라도 (부당행위로 인한 수익 등을) 원상회복하거나 지분을 되돌리는 등의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55개의 회사를 가진 하림이 국내 대규모기업집단 31위에 이름을 올린 만큼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만약 승계를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썼다면 잘못한 것이고 즉각 시정하고 고쳐야 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정도 경영을 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실천해야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하림에 대해 ‘노조탄압’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배기영 하림 신노조위원장은 참고인으로 출석해 하림이 ‘구노조’에 개입하고 ‘신노조’를 탄압하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2019년 신노조가 결성되자 다음 날 하림의 인사담당 상무가 신노조인 배기영 위원장에게 전화해 신노조 해산을 요구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구노조를 넘겨주겠다고 회유했다는 것이다. 신노조 측은 회사가 구노조의 조합비를 조합원에게 환급한 정황 등을 감안할 때 회사가 구노조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하림 측은 “개입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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