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 전희철, 허웅-허훈 형제에 쏠린 눈…이원석 등 대어급 신인 대거 등장 흥행 기대
#새 간판 달고 새 집에서
2021-2022 KBL의 가장 큰 외형적 변화는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탄생이다. 기존에 팀을 운영하던 전자랜드 측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농구단 운영을 포기했고 한국가스공사가 이를 인수해 새롭게 출범했다.
모기업이 달라지면서 연고지에도 변화가 있었다. KBL 출범부터 꾸준히 지켜온 인천을 떠나 대구로 적을 옮겼다. 대우증권, 신세기통신, SK텔레콤, 전자랜드 등 모기업이 바뀌는 동안에도 인천 연고지만큼은 그간 바뀌지 않았지만 이번 인수 과정에서 대구로 이사를 결정, 대구·경북 지역의 유일한 KBL 구단으로 자리 잡았다. 대구는 2011년 고양 오리온의 연고 이전 이후 10여 년 만에 다시 농구단을 품게 됐다.
수원 kt도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연고지 이전을 택했다. KBL은 지난 수년간 연고 정착을 위한 정책을 지속해왔다. 연고지 내 훈련 시설 확보, 구단 차원의 단체 숙소 폐지 등을 독려해왔다. 이에 일부 구단들은 경기도에 위치한 훈련장과 구단 사무국 등을 연고지로 옮겼다. kt의 '이사'는 순조롭지 않았다. 기존 연고지 부산광역시와 훈련장 사용 등에서 이견을 보이다 결국 경기도 수원으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2003년부터 터를 잡아왔던 부산을 떠난 것이다.
#새내기 감독의 등장
현역 KBL 감독들이 현재 팀에서 지휘봉을 잡은 기간은 평균 5.3년이다. 냉혹한 승부를 펼치는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 KBL은 다른 종목에 비해 다소 긴 임기를 보장한다. 유재학(울산 현대모비스), 유도훈(가스공사) 감독 등 10년 넘게 '장기 집권'하는 감독도 있다. 이 같은 KBL 무대에 새내기 감독이 등장했다. 서울 SK 전희철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KBL에서는 감독 교체설이 흘러나오면 경력자들이 우대를 받곤 한다. 그런 면에서 프로, 아마추어 무대를 통틀어 감독 경험이 처음인 전희철 감독은 더 큰 눈길을 끈다.
비록 감독으로서 첫걸음이지만 그가 강호 SK를 이끄는 것이 어색하지 만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어본'으로 불리던 선수 시절, SK를 마지막으로 은퇴했고 이후 쭉 팀에 몸을 담아왔다. 전력분석원 등 프런트를 거쳐 문경은 전 감독의 10년여 집권 기간 동안 수석코치로 그를 보좌해왔다. SK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그는 감독 자격으로 처음 나선 KBL 정규 시즌 전 컵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허 씨 형제에 쏠린 눈
'농구대통령'으로 불리는 허재 전 감독의 아들인 허웅과 허훈 형제는 지난 몇 시즌을 거치면서 KBL을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형 허웅이 2016년과 2017년, 동생 허훈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2년 연속 올스타전 팬 투표 1위를 차지했다. 연말 시상식에서도 허웅이 지난 2년간 인기상을 수상했고 허훈은 2020년 MVP, 2021년 베스트5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최근 활동 무대를 농구코트 밖으로도 넓혔다. 아버지 허재 전 감독의 방송활동이 활발해지자 아들들도 예능 나들이가 잦았다. 특히 허훈은 소속팀 kt와 연봉 협상 과정에서 '방송 출연에 따른 인센티브' 조건이 있었음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중에게도 이름을 각인시킨 허웅·허훈 형제에게 이번 시즌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허훈의 kt는 이번 시즌 우승도 가능한 전력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 9월 30일 열린 KBL 미디어데이에서 kt는 10구단 감독 중 6명으로부터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허훈, 양홍석의 탄탄한 코어 라인에 김동욱, 정성우 등 알짜 FA가 보강됐다. 신인 빅맨 하윤기도 즉시전력감으로 평가받는다.
허웅도 남다른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원투펀치'로 활약하던 MVP 출신 가드 두경민이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소속팀 DB의 가드진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으며 팀 내 비중이 높아졌다. 허웅과 허훈 형제가 이 같은 과제를 넘는다면 농구계 염원인 농구 인기 부활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니폼 갈아입은 스타들
한 팀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던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은 것도 이번 시즌 눈여겨볼 점이다. 공교롭게도 전·현직 국가대표 슈터들이 나란히 이적해 흥미를 더한다.
시작을 알린 것은 MVP 두경민이다. 데뷔 이후 줄곧 원주 DB에서만 활약하던 두경민은 시즌 종료 이후 지난 5월 당시 인천 전자랜드의 강상재-박찬희를 상대로 트레이드됐다. 두경민은 상무 복무로 지난 시즌 도중 DB에 합류했음에도 팀의 전력을 극적으로 강화시키는 실력을 보였다. 가스공사의 또 다른 스타 가드 김낙현과 호흡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09년부터 10년 넘게 오리온에서만 활약하던 허일영은 커리어 첫 이적을 택했다.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어 잔류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가 선택한 팀은 SK다. SK도 탄탄한 전력을 완성시킬 마지막 퍼즐로 허일영의 손을 잡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준범도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슈터다. 그는 협상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끝에 원소속팀 현대모비스와 재계약을 했지만 박지훈-김지후를 상대로 KCC에 트레이드됐다. 전준범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KCC의 외곽을 채워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인들이 만들어낼 변수
2021-2022시즌은 유난히 신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흉작'이라는 혹평이 내려졌던 최근의 드래프트와 달리 이번 신인 드래프트는 즉시전력감이 쏟아져 나온 해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2m 이상 장신 선수들이 즐비해 높이 보강을 원하는 팀들엔 기회가 됐다.
한국 농구 미래를 이끌 자원들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빅3' 이원석, 하윤기, 이정현은 리그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자원으로 불렸다. 하윤기와 이정현은 아마추어 시절 이미 성인 국가대표로도 활약, 경쟁력을 자랑했다. 지난 9월 28일 열린 드래프트에서 이들 빅3의 소속팀은 각각 삼성, kt, 오리온으로 결정됐다.
이번 신인들에게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는 각 소속팀 '합류 시점'이다. 지난 시즌까지 신인 드래프트는 11월께 진행됐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일 때 팀에 합류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지난 9월 드래프트가 열려 신인들이 시즌 전 각 소속팀에서 훈련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감독들의 선택을 받은 새내기들은 개막 이후 1~2주 이내에 코트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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