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천화동인 4040억 배당금, 4000억 분양수익…정치권·법조계 로비 액수도 한번에 수십억
대장동 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2015년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 총 발행주식 100만 주 가운데 93만 1주는 우선주고, 보통주는 6만 9999주였다. 납입자본금은 총 50억 원으로, 우선주 46억 5000만 5000원에 보통주 3억 4999만 5000원으로 돼있었다.
지배회사인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우선주를 택해 25억 원에 50%+1주를 가져갔다. 금융사들의 경우 21억 5000만 원으로 43%의 우선주를 확보했다. 자산관리회사(AMC) 화천대유자산관리와 SK증권 신탁은 각각 4999만 5000원과 3억 원으로 보통주 1%와 6%를 보유했다.
사업이 시작되고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서 일종 우선주주였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제1공단 공원조성비 2761억 원과 북측 터널 공사비 920억 원, 배당금 1822억 원 등 개발이익 5503억 원을 선순위로 보장 받았다. 이종 우선주주인 하나은행 등 금융사들도 사업연도별로 액면금액 연 25%를 배당 받았다.
보통주를 보유한 화천대유와 SK증권 신탁은 우선주주들의 배당 뒤 남는 금액 전액을 나누는 구조였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던 사업 설계 당시와 달리 부동산 시장이 급등하면서 화천대유와 SK증권 신탁은 엄청난 수익을 거두게 됐다.
지분 7%를 가진 이들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성남의뜰로부터 3년간 총 4040억 원의 배당을 받았다. 화천대유가 577억 원에 SK증권 신탁이 3463억 원이었다. 천화동인 1호부터 7호로 이뤄진 SK증권 신탁은 화천대유 지분 100%를 보유한 언론인 출신 김만배 씨와 그의 지인 개인투자자 6명으로 구성된 특정금전신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 자회사로 사실상 김만배 씨가 소유주다. 1억 466만 원을 출자해 약 1208억 원을 배당 받은 것으로 계산된다. 2호와 3호는 김만배 씨 부인과 누나가 보유했는데, 각각 872만 원씩을 출자해서 약 101억 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는 남욱 변호사로 8721만 원을 출자해 배당금 약 1007억 원을 받았다. 5호는 정영학 회계사가 보유해, 출자금 5581만 원으로 배당금 약 644억 원을 수령했다. 6호와 7호의 소유자는 조현성 변호사와 김만배 씨 동료 배 아무개 전 기자로, 각각 2442만 원과 1046만 원을 출자해 약 282억 원과 121억 원을 배당 받았다.
화천대유가 소요한 초기 사업비 350억 원을 고려해도 성남의뜰 지분 각각 1%(화천대유)와 6%(천화동인)를 가진 민간 업체들이 51% 지분을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보다 2배가 넘는 배당금을 가져간 것이다.
배당수익뿐만 아니라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수천억 원의 분양이익도 챙겨갔다. 화천대유는 2017년 성남의뜰로부터 대장지구 전체 15개 블록 중 5개 블록(공동주택 4개, 연립주택 1개)을 수의계약으로 매입했다.
대장지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토지수용권을 통해 원주민들에 토지를 싸게 매입했는데, 민간사업으로 분류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수익률이 높은 것이다. 화천대유는 분양을 통해 4000억 원이 넘는 분양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수천억 원대의 개발이익을 만들고, 이어 이러한 수익을 지키기 위해 정치권 법조계에 대한 수십억 원대 로비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가장 먼저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6년간 근무하다 퇴직하면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곽상도 의원에 대한 대가성 뇌물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화천대유 측은 곽 의원 아들의 산재위로금 성격이 크다는 취지로 해명해 의혹에 불을 지폈다. 결국 곽 의원은 국민의힘 탈당에 이어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검찰은 곽 의원 아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 딸도 화천대유에 입사해 근무하다 퇴사했는데, 화천대유로부터 회사가 가지고 있던 대장동의 84㎡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박영수 전 특검 역시 2015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연간 2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또 김만배 씨가 박 전 특검의 친척인 A 분양대행업체 이 아무개 대표에게 100억 원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김만배 씨의 누나이자 천화동인 3호 소유주인 김명옥 씨는 지난 2019년 4월 윤 전 총장 부친이 살던 서울 연희동 주택을 19억 원에 구입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우연의 일치”라며 “급매로 내놔 시세보다 싸게 판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 외에도 화천대유 고문에는 권순일 전 대법관, 원유철 전 국민의힘 의원과 그의 부인, 김수남 전 검찰총장, 자문 변호사에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이 이름을 올리고 급여를 받아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면책특권을 활용해 이른바 ‘화천대유 50억 원 클럽’ 6명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단에 오른 인물들은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검, 곽상도 의원, 김수남 전 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언론인 홍 아무개 씨 등이다.
대주주 김만배 씨는 지난해까지 화천대유 법인으로부터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473억 원을 현금 인출했다. 그 돈 중 100억 원은 앞서 언급한 박 전 특검 친척 이 대표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경찰은 나머지 돈의 행방은 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앞서 김 씨는 473억 원에 대해 “9월부터 상환할 계획이었는데 일이 터져서 정리를 못하고 있다”며 “순차적으로 갚을 예정”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들 사이에서도 돈을 두고 여러 공방이 오가고 있다. 천하동인 5호 소유자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화천대유 관련자들의 녹취록 19개가 ‘핵심 증거’로 사용되고 있다. 정 회계사 녹취록에는 ‘대장동 키맨’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이 김만배 씨로부터 사업수익 700억 원을 약속 받았고, 올해 1월 그중 일부인 수표 4억 원 등 총 5억 원을 뇌물 명목으로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 10월 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뇌물 혐의 등으로 유동규 전 본부장을 구속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녹취록에는 “성남시의장에게 30억, 성남시의원에게 20억이 전달됐고 실탄은 350억 원이다” 등 정치권 법조계 인사 로비 정황도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 당사자들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화천대유 측은 350억 로비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개발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게 되자 투자자들 간에 이익의 배분비율에 있어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들이 녹취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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