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엔씨소프트의 감격어린 표정과 달리 야구계는 “엔씨소프트의 고난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9구단 창단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선수 수급이 첫 번째 고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이었다.
야구계의 헌법인 야구규약엔 신생구단 선수 수급 지원안이 명기돼 있다. ‘구단별로 보호선수 20명 외 1명씩 지명’, ‘2년간 신인선수 2명 우선지명’, ‘2년간 외국인선수 3명 등록, 2명 출전’, ‘2년간 1군 엔트리 등록인원 1명 증원’이 그것이다.
하지만, 규약대로 선수를 수급했다간 프로 3군 전력에도 못 미치는 팀이 구성될 게 자명하다. KBO도 이를 잘 안다. 그래서 규약을 중심으로 몇 가지 지원안을 보강했다. KBO가 제시한 신생구단 선수 수급안은 ‘구단별로 보호선수 20명 외 1명씩 지명’, ‘2년간 신인선수 2명 우선지명 및 2라운드 종료 후 5명 특별지명’, ‘2년간 외국인선수 4명 등록, 3명 출전(기존 구단은 3명 등록 2명 출전)’, ‘2013년 종료 후 1년간 FA(자유계약선수) 선수 3명까지 계약 가능’, ‘구단에 지명되지 않은 상무, 경찰청 선수에 대한 우선교섭권 2년간 부여’ 등이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1군 즉시전력감 선수들의 지원이 빠진 지금의 KBO 선수 수급안으론 창단 후 3년 동안 승률 2할도 어렵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다. 엔씨소프트가 별도의 선수 수급안을 준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엔씨소프트는 4월 초 KBO에 선수 수급과 관련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KBO는 이를 8개 구단에 전달했다. <일요신문>이 확인한 보고서 내용은 KBO의 수급안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우선 ‘구단별 보호선수 20명 외 1명 지명’은 ‘보호선수 18명 외 1명 지명’으로 바뀌어 있었다. ‘신인선수 2명 우선지명 및 2라운드 종료 후 5명 특별지명’도 신인 선수 2명 우선지명은 그대로되 ‘2라운드 종료 후’가 ‘1라운드’로 수정돼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이와 함께 각 구단의 보호선수 50명 외 구단당 3라운드씩 지명하는 2차 드래프트도 ‘50명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그 이하로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
만약 이같은 수급안이 KBO 이사회에서 통과한다면 엔씨소프트는 확실한 1군 즉시 전력감을 확보한다. 신인선수도 7명이나 되는 유망주를 상위라운드에서 모두 지명한다. 엔씨소프트는 ‘8개 구단이 보호선수 18명에다 7명을 더해 25명 외 1명씩을 더 준다면 이 선수들에 대해선 확실한 현금 보상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금 보상 규모는 선수당 10억 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요구에 기존 구단이 순순히 응할지는 의문이다. 모 구단 단장은 “보호선수를 18명으로 줄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발끈했다. 이 단장은 “6선발 혹은 경기에 번갈아 나가는 주전 야수를 ‘날로 먹겠다’는 불순한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단장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단장은 “엔씨소프트의 수급안대로 선수단을 구성하면 한화보다 좋은 전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도 “보호선수가 18명으로 축소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신인선수 2명 우선지명 및 1라운드 종료 후 5명 특별지명’도 기존 구단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꼽힌다. 8개 구단 단장은 입을 모아 “한해 배출되는 700여 명의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2, 3년 내 1군 진입이 가능한 선수는 고작 10명 내외다. 그 가운데 고교 유망주 7명을 엔씨소프트가 싹쓸이한다면 나머지 구단은 손가락이나 빨고 있으란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요신문>의 취재 결과 엔씨소프트의 보고서엔 ‘국외리그 진출 선수들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달라’는 내용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엔씨소프트의 핵심관계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을 국내로 복귀시킨다면 한국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KBO가 ‘규약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KBO는 “어째서 이처럼 비현실적인 요구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야구계는 “엔씨소프트는 사공이 3명”이라며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사공은 이 단장과 이재성 상무, 배석현 상무를 뜻한다. 다른 구단과 달리 엔씨소프트는 홍보와 마케팅을 이 상무와 배 상무가 담당한다. 이 단장은 스카우트와 선수단 운영만 책임진다. 그러나 권한과 역할이 불분명하다. 이 상무는 야구팬들과의 만남에서 “이대호를 절대 영입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FA는 무조건 투수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정상적이라면 단장이 했어야 할 말들이었다. 그러나 단장과의 충분한 협의는 없었다. KBO에 제출한 보고서도 사공 3명의 합작품으로 알려졌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