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막을 올리는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은 20일 본선 32강을 시작으로 28일 준결승까지 단판 토너먼트로 결승 진출자 2명을 가린다. 이어 11월 1일∼3일 결승3번기로 챔피언을 탄생시키게 된다.
#한국, 7년 만에 우승컵 탈환 노려
한국은 랭킹 1~4위 신진서, 박정환, 변상일, 신민준 9단을 비롯해 15명이 출전한다. 한국과 우승컵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은 커제, 양딩신, 미위팅, 롄샤오, 판팅위 9단 등 세계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기사들을 주축으로 12명을 내보냈다.
4명 출전권을 배정받은 일본은 자국 내 일정 관계로 에이스급이라 할 수 있는 이야마 유타, 이치리키 료, 시바노 도라마루가 빠지고 대신 쉬자위안, 야마시타 게이고, 야마시로 히로시 9단, 오니시 류헤이 7단이 출전하며 대만은 왕위안쥔 9단이 출전권을 잡았다.
이창호 9단이 3연패(1997~1999년), 이세돌 9단이 통산 4회 우승(2004년, 2007년, 2008년, 2012년) 등 삼성화재배는 한국바둑의 전성기와 그 궤를 같이 한 기전이었지만 최근 6년은 치욕의 연속이었다. 2014년 김지석 9단이 탕웨이싱 9단을 2-0으로 꺾고 우승한 이후 6년 연속 중국에 우승컵을 넘겨주고 있다.
지난해는 절정의 신진서 9단이 결승에 올라 국내 팬들의 기대가 컸었는데 결승1국에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마우스패드 오류 사건’이 발생하면서 커제에게 또 우승컵을 넘겨주고 말았다.
1년이 지났지만 신진서는 당연히 절치부심의 심정이다. 신진서는 얼마 전 끝난 춘란배 우승 직후 제일성으로 “다음 목표는 당연히 삼성화재배 우승이다. 지면 바로 탈락하는 토너먼트 방식이라 마음을 놓을 수 없지만 가장 우승하고 싶은 기전”이라며 삼성화재배 우승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체력전 예상 "변상일, 첫 판만 잘 넘기면…"
7일 열린 본선 조 추첨식에서 신진서는 첫 판에서 중국 셰얼하오 9단과 맞붙게 됐다. 1998년생으로 신진서보다 두 살 많은 셰얼하오는 LG배 세계기왕전 우승 경험이 있는 만만치 않은 상대. 하지만 신진서 9단에겐 유독 약세를 보여 6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전기 대회 4강에서도 신진서 9단이 불계승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바 있다. 최근 세계대회 11연승의 무패행진을 하고 있는 신진서 9단이 삼성화재배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진서가 설욕을 벼르는 커제는 32강전에서 김지석 9단을 상대하게 된다. 32강전 대진은 다음 라운드로 이어지지 않고 16강전, 8강전, 4강전 대진은 최대한 같은 국가 기사 간의 맞대결을 피하도록 해서 새로 추첨한다.
한편 국내랭킹 2위 박정환 9단은 중국 신예 리웨이칭 9단과 대결한다. 리웨이칭에게 상대 전적 4승 1패로 앞서 있는 박정환 9단은 2019년 춘란배 우승 이후 세계대회 우승과 인연이 없고, 삼성화재배에서도 4강 진출 3회가 최고 성적이어서 올해는 어떨지 주목된다.
세계대회 첫 우승을 꿈꾸는 랭킹 3위 변상일 9단은 중국 미위팅 9단과 만나고, 작년 LG배 우승자 신민준 9단은 중국 당이페이 9단을 상대하게 된다. 또 예선에서 최정 9단을 제치고 세계대회 첫 본선에 오른 한국의 홍일점 조승아 4단은 일본의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을 상대로 첫 승에 도전한다.
바둑계 한 관계자는 “삼성화재배 경기 방식이 32강전부터 결승전까지 한 번에 진행되는 방식으로 규정이 바뀌면서 체력과 함께 고도의 집중력이 중요해졌다. 15일 동안 많게는 6~7판을 소화해야 하는데 이게 보통 강행군이 아니다. 따라서 한 살이라도 어린 기사가 유리할 것이다. 역시 최근 세계대회 성적이 군계일학인 신진서 9단의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변상일 9단도 중국 미위팅 9단과의 첫 판이 고비로 생각되는데 이것만 잘 넘기면 순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 상금은 3억 원, 준우승 1억 원이다. 이 밖에 4강전 패자 5000만 원, 8강전 패자 2500만 원, 16강전 패자 1250만 원, 32강전 패자에게도 500만 원의 대국료가 주어진다. 그동안 나라별로는 한국 12회, 중국 11회, 일본이 2회 우승했다.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 출전선수 명단
한국(15명) : 신진서·박정환·변상일·신민준·이동훈·안성준·김지석·원성진·윤찬희·이창호 9단, 이창석·김승재 8단, 한승주 7단, 설현준 6단, 조승아 4단
중국(12명) : 커제·양딩신·미위팅·롄샤오·판팅위·셰얼하오·리웨이칭·셰커·당위페이 9단, 자오천위 8단, 펑리야오 7단, 팡뤄시 4단
일본(4명) : 쉬자위안·야마시타 게이고·야마시로 히로시 9단, 오니시 류헤이 7단
대만(1명) : 왕위안쥔 9단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