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판’까지 내걸었지만 실업률 4%까지 악화…“일자리 관련 부처간 협력 끌어내야”
일자리위원회(일자리위)는 일자리 정책을 기획·심의·조정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2017년 5월 16일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질 개선을 위해 설치됐다. 부처 간 일자리 관련 정책 조정, 일자리에 관한 국민 의견 수렴 등 일자리 전반에 대한 업무를 수행한다. 일자리 위기에 대응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고용위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자리위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 ‘업무지시 1호’였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81만 개와 민간부문 50만 개를 포함해 131만 개의 일자리 마련을 약속했다. 올해 일자리 관련 예산은 30조 5000억 원으로 2017년(15조 9000억 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일자리위는 당연직 15명, 민간위촉직 13명 등 총 28명으로 구성된다. 당연직은 기재부·고용부 등 11개 부처 장관이 맡고, 일자리 정책에 관한 학식이 깊은 인사들이 위촉직 민간위원으로 들어간다. 일자리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맡는다. 부위원장은 장관급 위촉직으로 일자리 정책을 총괄한다. 임기는 2년이다.
임기 중인 김용기 부위원장(61)은 이용섭 이목희 전 부위원장에 이은 세 번째 일자리위 부위원장이다. 김용기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 공공부문 일자리 80만 개 창출 공약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아주대 국제학부 대우교수를 지냈다. 문 대통령 대선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일자리추진단장을 맡은 바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성장분과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일자리위는 5월 14일 열린 ‘일자리정책 성과 및 과제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4년간 기존 고용정책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정부 정책과 제도를 ‘일자리 중심’으로 전면 재설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정부 조직과 법제, 통계 등 인프라를 강화하고, 재정·세제·금융 등 지원제도를 고용친화적으로 개편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질의 제고를 유도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일자리위 역할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5월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실업률은 4.0%였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요인 외에도 비경제활동인구 취업 전환율 추세 하락과 경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신생기업 감소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고용률 증가 폭도 이전 정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일자리위로부터 제공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코로나19 이전까지 고용률 증가 폭은 0.2%포인트(p)에 그쳤다(2017년 66.6%, 2019년 66.8%). 박근혜 정부에서 고용률이 1.5%p 늘었던 것과 대비된다(2013년 64.6%, 2016년 66.1%).
양질의 일자리 역시 감소했다.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전일제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꼽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65.1%, 2019년 62.0%로 감소했다. 지난해엔 50.0%대까지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위 운영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자리위는 최근 4년간 173억 원의 예산 대부분을 각종 행사나 홍보 등에 사용해 방만 운영을 지적 받았다. 2020년 예산 50억 원 중 33억 원(70%)을 인건비, 정책 광고 등 운영비에 썼다.
올해 광화문 KT빌딩 사무실 이전 추진 때도 논란이 됐다. 고용 성적표가 좋지 않은 데다, 위원회 활동 종료를 불과 1년여 남기고 사무실 이전을 추진했다는 이유다. 일자리위는 지난 5월 15억 4000만 원을 들여 사무실을 이전했다. 이는 올해 일자리위에 편성된 예산 70억 5000만 원의 약 21%를 차지하는 비용이다. 다만 KT가 노후화 된 사옥을 리모델링함에 따라 사무실 이전이 불가피했다는 게 일자리위 설명이다.
야권에서는 정부 주도 공공주도형 일자리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주도형 일자리는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 싱크탱크인 국가전략위원회는 10월 3일 발표한 ‘코리아리포트’에서 공공 일자리는 생산성이 낮아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재정만 낭비하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 청년 실업 원인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노동조합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등으로 기업이 고용을 줄였기 때문으로 봤다. 청년 실업률은 올해 2월 역대 최고치인 10.1%로 집계된 바 있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자리위의 부처 협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기 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일자리와 관련된 부처가 총 6개다. 일자리위가 부처 간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며 “임기 말인데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일자리위의 괄목할 만한 성과가 없다. 일자리 대통령의 장식품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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