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만난 사이버수사 담당 경찰 관계자는 “도박 사이트들은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만들어진다. 특히 필리핀과 같은 도박이 합법화된 곳을 중심으로 서버가 개설되며 대포통장으로 베팅액을 받는다. 이용자들과의 소통과 영업을 위해 대포폰이 사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이트 운영자는 보통 베팅액의 10%를 수수료로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에 적발된 김제 마늘밭에서 110억 원이 나왔다는 점은 해당 사이트에서 최소 1000억 원대의 도박자금이 거래됐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케 한다. 또 베팅액 규모가 커지면 아예 사이트를 접고 도주하는 경우도 많아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온라인 도박사이트들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기자와 만난 ‘단도박 모임’(dandobak.or.kr) 김 아무개 사무국장은 “도박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데에는 ‘인터넷’이라는 편리성이 큰 몫을 차지한다. 인터넷 대중화 이후 우리 단체에 상담을 요청한 사람들 중 인터넷 도박중독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며 “한 예로 내가 단체를 운영하면서 한 고등학생이 직접 도박 사이트를 만들어 큰 돈을 버는 것도 목격했다. 집과 고급 승용차까지 구입하는 것을 보니 정말 돈이 되긴 되나보더라”라고 말했다.
공간에 제약이 없는 인터넷의 접근성과 사행산업이 접목되면 ‘큰 장사’가 된다는 논리였다.
또 도박사이트는 그 특유의 접근성 때문에 연령층도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국장은 “다른 도박과 비교해 인터넷 도박은 연령대가 다양하다. 다른 도박처럼 장벽이 높지 않고 최초 베팅액으로 적은 금액도 걸 수 있기 때문에 나이 어린 학생들도 향유 층으로 끌어 모으고 있는데, 심지어 10대들까지 도박사이트를 드나들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도박사이트의 중독성은 꽤나 심각해 보였다. 도박사이트를 이용해본 적이 있다는 대학생 심 아무개 씨(27)는 “나는 스포츠 베팅 마니아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 중 특히 불법 토토 사이트가 큰 인기다. 베팅 상한액도 없고 횟수 제한도 없을 뿐 아니라 배당금도 훨씬 높다. 한 번 걸기 시작하면 나도 종잡을 수 없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극단적인 중독성으로 도박 중독자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는 이들 도박사이트의 단속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일선의 한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형법 제247조에 의거해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박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구축하고 있어 수사에 한계가 있고 도박자금 환수는 더욱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