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극장을 찾아 자발적인 선택으로 관람하는 영화와 전원 버튼을 누르고 채널을 돌리면 방송국 편성에 따라 비자발적으로 시청을 해야 하는 TV 드라마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KBS다. 지상파 방송사는 별도의 방송 출연 정지 연예인 리스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KBS의 기준이 가장 엄격하다. 병역기피, 성추문, 마약, 도박, 폭행 등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이 KBS에서 출연 정지를 당한다. 그럼에도 음주운전 삼진아웃에 빛나는 윤제문은 KBS 출연 정지의 높은 벽을 넘어 월화드라마 ‘연모’에 출연하게 됐다.
요즘 음주운전 삼진아웃 연예인의 연예계 복귀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수 길(본명 길성준)이다. 길은 2004년과 2014년에 이어 2017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 삼진아웃이다. 2014년 두 번째 음주운전 적발 이후 2년여의 공백기를 가진 길은 2016년 Mnet ‘쇼미더머니 5’를 통해 복귀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불과 1년 4개월여 만인 2017년 6월 또 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2004년과 2007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던 가수 호란(본명 최수진) 역시 2016년 9월 세 번째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이로 인해 호란은 벌금 700만 원의 약식 기소 처분을 받았다. 호란의 연예계 컴백은 2년 뒤인 2018년 10월 이뤄졌다. 방송 복귀 대신 싱글앨범 ‘바랍니다’ 발매를 통해서였다. 방송 복귀는 다시 1년이 지난 뒤인 2019년 11월 MBN 예능프로그램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를 통해 이뤄진다.
이처럼 연예인에게 음주운전 삼진아웃은 연예계 활동에 큰 걸림돌이 아니다. 짧으면 1년, 길어도 3년의 공백기만 거치면 된다. 이런 측면에서 요즘 연예계는 새로운 도전이 이뤄질지가 관심사다. 바로 대법원까지 가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배우 채민서(본명 조수진)의 사례다.
채민서는 2012년과 2015년, 그리고 정확한 시기가 알려지지 않은 음주운전까지 이미 삼진아웃 상황이던 2019년 3월, 네 번째 음주운전이 걸렸다. 2019년 3월 적발됐지만 대법원까지 가서 집행유예가 확정된 것은 지난 5월이다. 네 번째 음주운전인데도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터라 대법원 확정까지 재판 내내 화제를 유발했다. 만약 채민서까지 다시 연예계로 돌아온다면 또 하나의 신기원이 완성되는 셈이다.
비록 연예계에서 음주운전은 대단하지 않은 일로 여겨질지라도 한국 사회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2018년에는 소위 ‘윤창호법’이라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 개정안’ 및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현재 시행 중이다. 윤창호법에 따라 이제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 시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0만~2000만 원의 처벌이 이뤄진다.
음주운전에 대한 여론과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법률이지만 실제 법원 판결로 확정되는 처벌 수위는 또 다르다. 윤창호법 시행 이후인 2019년 3월 무려 네 번째 음주운전이 적발된 채민서가 대법원까지 가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다만 노엘은 음주운전 및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 등의 혐의에 따른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으며 이번에는 무면허에 음주측정을 거부했고 경찰관을 밀치고 머리를 들이받기도 해 실형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렇지만 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늘 그렇듯 판사의 판결이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