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리뉴얼한 타다 서비스 선보여…관건은 핀테크·모빌리티 규제 리스크 해소
#제2의 '그랩'을 꿈꾸나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쏘카가 보유한 타다 운영사 VCNC 지분 60%를 인수하는 내용의 3사 간 양해각서(MOU)를 최근 체결했다. 올해 말 리뉴얼한 타다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카니발, 스타리아 등 타다베이직과 외형은 동일하지만, 법적 문제가 없도록 렌터카가 아니라 택시 면허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다. 직접 고가 차량을 구입해야 하고 배회 영업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개인택시 기사 위주로 모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가 운행 중인 카카오T벤티와 같은 형태다.
타다는 2018년 11인승 승합차를 통해 국내 승차 호출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뒤 170만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의 국회 통과로, 기사와 렌터카를 함께 호출하는 주력 서비스 ‘타다 베이직’을 중단했다. 이후 택시 면허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중형택시 기반 가맹택시로 사업 방향을 틀어 현재 운영 중이다. 토스가 새 주인으로 올라선 만큼, 인수 대금을 대형 택시사업에 투자해 과거 타다의 인기를 되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토스의 타다 인수가 종합생활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번째 행보라고 보고 있다. 그랩(Grab)은 말레이시아 차량 호출 서비스로 시작해 금융, 결제, 쇼핑, 예약, 음식·식료품 배달까지 생활 전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며 동남아시아 ‘슈퍼 앱’으로 거듭났다. 토스도 금융 플랫폼을 기반으로 모빌리티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해 종합생활플랫폼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토스는 제3자 MOU를 맺은 쏘카와도 활발하게 제휴할 예정이다. 2000만 명의 토스 고객과 900만 명의 쏘카·타다 고객을 대상으로 확장된 멤버십 서비스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모빌리티 이용자를 신규 가입자로 끌어올 수 있고, 토스의 유료 멤버십 ‘토스프라임’과 타다·쏘카의 통합 멤버십 ‘패스포트’를 연결해 멤버십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 이 경우 토스 플랫폼 내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소비자 생활 패턴 분석 및 금융 상품 기획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들을 뽑아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동수단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만큼, 택시 결제 수단을 토스로 설정해두면 안정적으로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이미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로 인해 소비자들은 앱을 통한 택시 호출과 자동결제 서비스가 택시업계와 이용자들에게 익숙해져 있다. 택시 결제를 위해 토스뱅크에 돈을 충전해둔 경우, 택시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과 주식 거래, 보험 가입 등에서도 토스로 결제할 수 있다. 토스 각 계열사들의 사용자를 연결하고 플랫폼에 묶어두는 ‘록인’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청사진만 화려? 쉽지 않은 모빌리티 사업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와 기존 금융업계가 플랫폼 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을 강하게 견제 중이다. 최근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국정감사에서 고개를 숙였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 폐지, 기업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시장 등 사업도 철수했다.
토스가 금융과 모빌리티에 이어 다양한 사업으로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규제 리스크는 어찌 해소할 것인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2010년대 초부터 골목상권 침해 이슈에 노출되면서 해외 위주로 계열사를 늘리고, 국내에서는 미래에셋·CJ·신세계그룹 등 사업자들과 제휴하는 전략을 택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타다는 굳이 사들이지 않아도 제휴를 통해 선보일 수 있는 서비스인데, 직접 인수한 것을 보면 플랫폼에 서비스를 추가하는 카카오식 성장 모델을 따라가는 듯하다”면서도 “민생에 속하는 부분에 대한 진출은 지양하고 유권해석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업계 한 관계자는 “슈퍼 앱을 노리지만 모빌리티 슈퍼 앱인 카카오모빌리티도 각종 제약을 받는 상황이니만큼 핀테크에 모빌리티까지 한다면 규제를 피해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모빌리티 사업 자체가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 택시업계와 노조, 플랫폼업계,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 정치권, 이용자까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규제와 부정 여론에 직면할 여지가 다분하다. 요금 인상의 한계로 수익 모델 확보도 어렵다. 배차가 빠르게 이뤄지려면 기사가 충분히 모집돼야 하는데, 기사 모집부터 이탈방지까지 전반적인 과정도 까다롭다. 1위 카카오모빌리티와 2위 티맵모빌리티·우버 합작법인 우티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라 후발주자는 더욱 차량 확보와 파격적 프로모션 등에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운행 대수와 기사만 늘린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할 수도 없다. 다양한 콜 유형과 그에 대한 기사 선호도, 운행 패턴, 이용자 호출 조건 및 위치 정확도, 목적지, 시간대별 실시간 교통, 자동결제 유무 등 수많은 조건을 분석해서 빅데이터를 돌려 기사와 이용자를 연결해줘야 한다. 이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 많은 업체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반반택시, 마카롱택시 등 시장 초기 많은 택시가맹사업자들이 등장했어도 카카오모빌리티만 독보적이었던 이유다.
모빌리티업계 한 관계자는 “마케팅에 돈을 계속 쏟아 부어야만 기사는 콜이 있다고 느끼고 이용자는 잘 잡힌다고 만족한다. 한번 콜 매칭이 지연되면 금세 이탈한다”며 “빠른 매칭을 도와주는 다양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수 역량”이라고 말했다.
#"투자 위해 모양새만 갖춰 놓을 수도"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토스의 타다 인수에 의구심을 품는 분위기다. 토스가 용이한 투자 유치를 위해 생활플랫폼으로 모양새만 갖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토스뱅크는 문을 열자마자 올해 가능한 대출 한도의 절반 이상을 소진했다. 토스뱅크가 연 2%의 이자를 주는 예금상품을 내놓은 만큼, 예금은 늘어나는데 대출이 안 되면 이자비용 증가로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토스와 쏘카가 이해관계가 엮여 내부 딜을 했다는 등 다른 목적이 있다면 모르겠는데, 토스 본연의 업무만 놓고 봐서는 타다 인수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자본금 조달이 시급한 만큼 기업공개(IPO·상장)나 투자자 모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생활플랫폼으로서의 모양새만 갖춰놓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빌리티 시장의 한 플레이어가 되기보다는 핀테크 먹을거리로 모빌리티를 택했을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용자들의 생활패턴을 분석해서 핀테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로 모빌리티를 점찍었다는 분석이다. 앞서의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자동 결제 서비스가 자리를 잡은 만큼, 핀테크 업체로서 수익을 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며 “다만 구체적인 시너지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쟁력 있는 사업자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 측은 모빌리티와 금융의 시너지와 관련해 "토스는 결제 등 금융 비즈니스 확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타다는 전략적 재무적 차원에서 더 나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업모델에 대해서는 "연말 안에 리뉴얼된 새로운 서비스를 낼 예정으로, 현재 택시기사를 모집하고 있다. 타다가 보여줬던 혁신적인 이동 경험을 다시 고객들에게 드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으로 아직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공식 언급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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