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은 성매매가 불법이며 집창촌도 없는 국가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한민국 성매매 산업은 여전히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유흥업소들의 영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불법인 성매매 윤락업소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 때문에 단속을 피해 자주 장소를 바꿔가며 불법 영업을 해온 터라 ‘코시국’에도 번창하고 있다. 보이지 않을 뿐 멀리서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바로 당신 옆집이 성매매 업소일 수도 있다. 집창촌이 사라져 한국 사회의 동맥과 정맥은 깨끗하게 청소가 됐을지 몰라도 모세혈관 여기저기서 성매매가 계속되고 있다. 모세혈관 여기저기 보일 듯 보이지 않게 흩어져 있는 오피방이 그 중심이다.
#점심시간 예약 '꽉'
‘30대 초반인 직장인 A 씨는 퇴근한 뒤 여친(여자친구)의 집으로 간다. 회사 인근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여친과의 약속 시간에 맞춰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자 밝은 표정으로 자신을 기다리던 여친이 문을 열어 준다. 집으로 들어가니 여친이 주스를 권한다. 주스를 마시며 담배 한두 대 피우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여친에게 함께 씻고 싶다고 그러니 좋다고 한다. 함께 욕실에 들어가 같이 샤워를 하고 침대에서 사랑을 나눈다. 서둘러야 한다. 한 시간 뒤에는 귀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B 씨는 계속 시계를 쳐다보게 된다. 곧 남친(남자친구)이 집으로 온다. 데이트를 가는 거라면 한껏 꾸몄겠지만 집에서 만나는 터라 옅은 화장과 헐렁한 원피스를 입고 기다린다. 약속 시간에 맞춰 벨이 울린다. 남친에게 주스를 한 잔 주자 담배를 피우려고 해 재떨이를 줬다. 이런 저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휴대전화로 문자를 한 통 보낸다. 남친과 대화중이라 길게는 못 보내고 ‘0’이라고만 보냈는데 충분하다. 남친과 함께 샤워를 하며 거품 장난을 치고 나왔다. 그렇게 침대로 향한다. 한 시간 뒤에는 남친이 집에 가야 해 서둘러야 한다.’
평범한 연인들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이른바 ‘오피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오피방의 기본 콘셉트는 ‘퇴근한 남자가 여자 친구 집으로 놀러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매매 장소인 오피방은 평범한 20대 여성의 집처럼 꾸며진다. 과거 집창촌 성매매 여성의 화려한 화장과 노출이 심한 의상을 상상하면 안 된다. 정말 집으로 놀러 온 남친을 만나는 여성처럼 평범하고 편안한 일상적인 의상을 입고 화장도 최대한 옅게 한다.
금전을 매개로 한 성관계가 목적인 만남이지만 과거 집창촌처럼 바로 성관계를 갖거나 술상 같은 게 나오는 콘셉트는 전혀 아니다. 실제 연인처럼 일상 대화를 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연애하듯 성매매를 하는 게 오피방의 기본 개념이다. 기존의 성매매에 연애 감정을 더해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퇴근 후로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 강남 등 사무실과 오피스텔이 혼재된 지역에선 점심시간에도 오피방 성매매가 이뤄진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동안 여친 집을 찾아 잠시 데이트를 하듯 오피방을 찾는다. 오히려 점심시간 무렵이 가장 예약이 힘든 지역이 있을 정도다.
이런 형태의 불법 성매매가 오피스텔에서 시작된 터라 오피방이라 불리지만 지금은 훨씬 다양해졌다. 오피스텔은 물론이고 원룸 형태의 빌라, 작은 평수의 아파트에 오피방이 차려지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 ‘평범한 20대 여성이 혼자 사는 집’에 해당되는 공간이면 모두 오피방이 된다. 아무래도 한두 시간 간격으로 다른 남자들이 계속 드나들면 이웃들이 오피방이라는 사실을 눈치 챌 수도 있지만 몇 개월 정도 짧게 오피방으로 운영되다 떠나기 때문에 의심어린 눈빛이 구체화될 무렵 그들은 그곳에 없다.
#실거주 오피걸도 많아
상당수의 오피방은 실제로 성매매 여성이 사는 곳이다. 성매매 여성 입장에선 별도의 거주 비용이 들지 않는 데다 업주 입장에선 ‘평범한 20대 여성이 혼자 사는 집’이라는 콘셉트가 더 완벽하게 구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오피방에서 일했던 여성들 가운데 이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오피방 출신 여성은 “내가 사는 곳에서 남친처럼 손님을 받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삶과 일의 경계가 무너져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면서 “몸은 계속 누군가와 반복적으로 감정 없는 성관계를 가져야 하는데, 정신은 반복적으로 누군가와 연애하는 감정을 꾸며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어 그 일을 오래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지금은 룸살롱에서 일하고 있는 이 여성은 “매일 술을 마시고 술시중 드는 게 힘들고 2차도 나가야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지금이 훨씬 편안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오피방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을 ‘오피걸’이라 부른다. 오피걸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준비와 교육이 필요하다. 우선 ‘남친을 기다리는 평범한 여성’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의상과 화장 등을 준비한다. 연인처럼 일상 대화를 나눠야 해 실장이라 불리는 성매매 조직 중간관리자에게 일상적인 얘기를 10분 이상 이어갈 수 있는 대화의 기술까지 배우기도 한다.
요즘에는 오피방을 찾는 성매수남들 가운데 몰래 카메라를 찍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오피걸들 입장에서는 가장 두려운 사안이다. 성관계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되는 것 자체도 엄청난 공포인데 자신이 오피걸이라는 사실이 주위에 알려질 수 있다는 부분은 더욱 두렵다. 이런 까닭에 실장들은 휴대폰이나 시계 등 손님 소지품을 가급적 한 곳에 모아 두고 수건 등으로 살짝 덮어 두라고 조언해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성매매 여성이 누군가에게 ‘0’이라고 보낸 문자는 실장에게 손님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표시다. ‘0’이나 ‘1’이라고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대개의 경우 서비스 타임이 끝나기 5분 전쯤에 실장에게 콜이 온다. 시간이 됐으니 손님을 보내라는 의미인데 이미 서비스가 끝난 경우에는 손님이 갔다고 알린다. 예약에 따라 다음 손님을 받기 위한 준비 과정이기도 하지만 행여 모를 돌발 상황을 실장이 관리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실장은 기본적인 애무와 성관계 매뉴얼까지 성매매 여성에게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런 매뉴얼을 넘어서는 변태적인 요구를 하는 성매수남도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에도 실장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한다.
이런 오피방 가격은 한 시간 기준으로 10만 원에서 20만 원대 초중반 사이다. 이 가운데 5만~6만 원가량을 실장에게 주고 나머지는 성매매 여성이 갖는다. 대부분 한 시간 기준인데 90분이나 120분 코스는 가격이 더 올라가며, 성매매 여성의 외모가 출중해도 가격이 올라간다.
오피걸로 일하는 여성들 가운데 외국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애초에는 백인 여성들이 오피걸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요즘에는 태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오피걸로 가세하면서 가격대가 10만 원 밑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이 붙잡은 성매매 운영 조직, 소위 ‘부천의 왕’ 일당은 태국인 등 외국인 여성을 주로 오피걸로 고용했는데 이들은 서울 강남을 비롯해 경기 부천와 인천 부평 등 수도권에서 오피방을 운영했다. 이들이 받은 가격은 8만~23만 원 수준이었다.
#성인물 다운로더 홍보 타깃
문제는 성매수남들이 어떻게 경찰도 못 찾을 정도로 숨어서 영업하는 오피방을 찾을 수 있느냐다. 반대로 성매매 조직은 어떻게 오피방을 몰래 홍보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술집이 밀집한 번화가에서 명함 형태의 전단지를 다량 유포하는 방식이 위주였지만 이런 경우 단속 우려도 높다. 게다가 코로나 시국엔 번화가를 오가는 행인도 많지 않다.
요즘에는 각종 온라인 사이트와 SNS가 오피방 홍보의 장이 되고 있다. 알음알음 알려진 불법 성매매 알선 사이트가 가장 중심이 되는데 ‘부천의 왕’은 아예 인터넷 광고 전문가를 고용해 불법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오피방 광고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노출되도록 해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렸다.
일본 등 해외 불법 성인 동영상이 유포되는 사이트를 통한 홍보도 많다. 제휴 콘텐츠가 아니라 데이터 비용 정도만 내면 다운받을 수 있는 해외 불법 성인 동영상에 오피방 홍보 문구와 전화번호 등을 노출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불법 성인 동영상 업로더들에게 광고비를 지불하는데 성적 흥분을 위해 불법 성인 동영상을 찾는 다운로더를 대상으로 한 타깃 홍보라 광고 효과도 좋다고 전해진다.
길거리에 전단지를 유포하듯 온라인 커뮤니티 여기저기에 오피방 홍보글을 무작위 배포하는 방식도 있다. 그러다 보니 엉뚱하게 오토캠핑장 홈페이지 분실물센터 게시판에 오피방 홍보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경찰 사이버 수사망에 이런 오피방 홍보 관련 글이 걸려드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까닭에 대부분의 오피방을 운영하는 성매매 조직은 치고 빠지기 수법을 활용한다. 몇 개월 단위로 오피방 위치를 바꾸고 예약 상담 전화번호도 바꾼다. 또한 단속이 떠도 바지사장과 일부 약속된 조직원만 처벌을 받고 나머지 조직원들은 계속 불법 영업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빨간 조명 아래 과한 노출 의상을 입고 집창촌을 오가는 남성들에게 “쉬었다 가세요”를 외치던 성매매 여성들의 모습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 거의 사라졌다. 그렇지만 오피방이라는 새로운 성매매 방식이 한국 사회 더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다. 수사력이 다가가면 금세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 같은 오피방의 영업 방식 탓에 경찰 단속도 쉽지 않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불법 성매매는 더욱 ‘특별’해져가고 있다.
오피걸 커뮤니티에선…“‘몸 면접 보자’ 하면 도망쳐!”
과거 집창촌이 대한민국 성매매 메카이던 시절 가장 큰 문제점은 인신매매였다. 평범한 여성들을 납치해 집창촌에 팔아넘기는 인신매매 조작이 기승을 부렸고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성매매를 하게 된 여성들이 많았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했다. 요즘에는 인신매매는 거의 사라진 분위기라 사실상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많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어떻게 경찰 수사망도 잘 닿지 않는 오피방의 세계로 오게 된 것일까.
이 부분 역시 성매수 남성을 모집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취업 관련 홍보글로 위장해 오피걸을 모집한다. 그렇지만 윤락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방식보다는 전문 브로커들을 통하는 방식이 더 일반적이라고 한다. 오피걸이 되고 픈 여성들과 오피방 업체를 연결해주는 ‘에이전시’라 불리는 브로커들이 존재하는 것.
과거 오피방에서 근무했던 한 전 직원은 “아무나 오피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술집 경험이 있거나 가출 청소년 출신 등 아무래도 유흥업계나 윤락업계 주위에 있던 여성들이 오피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 사이를 에이전시가 파고 든다”며 “아마 그런 쪽 여성들이라면 손쉽게 한두 다리 건너면 에이전시를 소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오피걸로 일했던 여성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들려줬다. 이 여성은 “생각보다 오피방이 엄청나게 많아 마음만 먹으면 골라서 일할 곳을 찾을 수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조심해야 할 오피방에 대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을 정도”라고 말한다.
오피걸들이 가장 피해야 하는 곳은 실장이 ‘몸 면접’을 요구하는 업체라고 한다. ‘2차 면접’이라고도 불리는데 몸 면접은 말 그대로 오피걸의 몸을 직접 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빌미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실장들이 있다. 이런 업체는 오피걸에 대한 보호가 잘 이뤄지지 않는 급 낮은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오피걸들의 설명이다. 오피걸이나 오피걸 희망자들 사이에선 몸 면접을 피하기 위해 카페 등 오픈된 공간에서 약속을 잡으라는 조언이 오가기도 한다.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도 중요하다. 진상 손님이 왔다 갈 경우 오피걸은 실장에게 그 내용을 알리며 해당 성매수남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달라고 요청한다. 다시 그 손님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블랙리스트 없이 영업하는 오피방도 많다. 오피걸이 어떤 상황에 처하건 한 명이라도 손님을 더 받으려는 업소들이다. 면접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실장 등 업소 관계자들이 오피걸을 얼마나 보호해줄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게 오피걸 출신 여성의 설명이다.
요즘 외국인 오피걸이 급증하면서 아예 해외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데려오거나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섭외하는 전문 에이전시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은 자칭 ‘부천의 왕’ 성매매 조직을 검거하며 이들에게 태국 여성들을 오피걸로 공급한 업자 2명도 함께 검거했다. 이들은 국내 체류 태국인 여성을 성매매 업소에 소개해주고 소개비를 받아 왔는데 외모를 기준으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부천의 왕 일당의 오피방을 비롯해 무려 100여 개의 오피방에 태국인 성매매 여성 200여 명을 소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