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로 신뢰 잃어’ 지적 속 내년 3월 임기 만료…NH “전체 IB 실적 괜찮아 연임과 연결 짓는 건 무리”
NH투자증권이 IPO를 주관(골드만삭스 공동대표주관)한 케이카가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하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날 케이카는 공모가 2만 5000원 대비 8% 내린 2만 3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시장에서는 케이카 상장과 관련해 '흥행 실패'라고 입을 모은다.
케이카는 공모가를 산정할 때부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40 대 1에 그쳤다. 심지어 수요예측을 통해 확정된 공모가 2만 5000원은 희망밴드(3만 4300~4만 3200원) 하단을 하회했다.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투자자 청약 경쟁률도 8.7 대 1로 올해 진행된 일반 청약 중 두 번째로 낮았다. 일각에서는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기관 투자자들이 배정받은 물량을 포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며 “기관 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은 기관 투자자가 모두 인수했다”고 말했다.
시장이 약세인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3000선을 사수하는 것이 위태해 보이더니 6개월 만에 2900선으로 내려앉았다. 14일 코스피 종가 기준 29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투자심리가 약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IPO가 흥행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주관사가 발행사 가치 산정을 통해 공모가를 매력적으로 만들면 투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IPO 흥행 실패를 시장 악화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가장 큰 장점과 매력은 IB(투자금융)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정 사장이 사장자리에 오른 원동력 중 하나도 'IB 전문가'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정 사장이 IB업계에 몸담은 기간만 30년이다. 대우증권에 입사한 후 투자금융2 담당 상무를 거쳐 우리투자증권 투자금융사업부장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증권과 합병한 뒤 NH투자증권이 설립되는 과정에서 정 사장은 투자금융사업부 대표와 부사장을 역임했다. 업계 일부에서 정 사장을 ‘IB업계 대부’로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올해 들어 NH투자증권은 IB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IPO 주관 실적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14일 기준 올해 들어 NH투자증권이 주관한 IPO 실적은 9건이다. 미래에셋증권(19건), 한국투자증권(13건), KB증권(10건)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2019년 NH투자증권의 IPO 실적은 13건으로 한국투자증권(21건)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2년 만에 두 계단 내려왔다.
공모총액 기준으로 봐도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2019년 NH투자증권은 공모총액 1조 3175억 원으로 1위를 기록했지만 올해에는 지난 13일 기준 3조 7103억 원으로 미래에셋증권(8조 8490억 원), KB증권(4조 8338억 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순위가 두 계단 내린 것이다. 특히 뒤이은 한국투자증권(3조 5311억 원)·CS증권 서울지점(3조 6325억 원)과 격차가 적어 3위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이 주관사로서 신뢰를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주관사는 발행사와 기관 투자자들 모두 수긍이 가는 방식으로 발생사의 가치평가를 해야 하는데, 이는 IPO 성패와 연결되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NH투자증권이 이들에게 수긍할 만한 결과를 제시하지 못 하면서 NH투자증권에 대한 신뢰감이 낮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최근 굵직한 IPO를 진행하지 못한 것이 컸다”며 “IPO의 경우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한데 NH투자증권에서 영향력 있는 직원들이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안다. 그 부분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측은 한국거래소 수치가 납득이 안 간다고 주장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통상 대표주관사나 공모주 인수단은 비슷한 수수료율이 책정되기 때문에 인수 수량만큼 수익(공모액)을 나눠 봐야 한다”며 “대표주관사, 공동대표주관사만 IPO 주관 실적에 포함한 한국거래소 자료는 이런 이유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모주 인수 비율을 중심으로 IPO 주관 수익 실적을 평가하면 자사가 1위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IB 전문가로 알려진 데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영채 사장 입장에서 IPO 주관 실적 부진은 아픈 손가락일 수 있다. 이미 이번 임기 기간 옵티머스 사태로 내부통제 실패라는 ‘흠결’을 남긴 상황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PO 주관 사업은 IB 사업 영역 중 하나인데 이를 정 사장의 연임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며 “전체 IB 관련 실적은 괜찮게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상위 5개 국내 증권사 가운데 NH투자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률이 키움증권(-31.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감소(-27%)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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