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법원에서 부장판사를 지낸 친구로부터 들은 얘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자기 확신이 대단한 것 같았다. 며칠 전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후보의 부인이 하는 말을 들었다.
“남편이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쓴 일기를 봤어요. 14세 무렵 어머니가 손을 잡고 공장에 갔대요. 다른 아이들이 중학교에 갈 때 말이죠. 공장의 반장한테 혼이 나면서 그 시절 남편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부러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는 이재명 후보의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재명은 프레스에 눌려 팔이 휘어지고 독한 약품에 후각을 잃은 장애소년노동자가 됐다고 했다. 공원이던 그는 인권변호사가 되고 시민운동을 하고 시장이 됐다. 며칠 전 오랫동안 변호사업에 종사한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그가 이런 얘기를 했다.
“이재명 변호사와 법정에서 서로 맞붙은 적이 있어. 우리 변호사들이 의뢰인을 대리할 뿐이지만 감정이입이 되어 서로 뾰족하게 싸우는 경우가 많잖아? 그런데 이재명 변호사는 다르더라고. 변호사 선배인 나한테 예의를 잃지 않고 깍듯한 거야. 그리고 정말 특이한 건 말이야. 내가 상을 당했을 때 꽃을 보내온 거야. 서로 모르는 사람인데 말이야. 대단해. 나는 이재명이란 인간한테 좋은 감정이야.”
법정에서 서로 싸우는 변호사는 선거의 경쟁 후보나 비슷하다. 상대방에 대해 감정의 앙금이 생기기 쉽다. 그가 상대방에게 꽃을 보낸 행위는 어떤 손짓이었을까. 그는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수락 연설에서 그는 경쟁했던 후보들을 존중했다. 변호사를 하던 때와 일관성이 있었다.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어 하는지 그의 연설문을 살펴봤다. 불로소득을 없애고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나라 그리고 평생교육을 책임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불공정한 세상 속에서 경쟁에서 배제됐던 가난한 소년노동자의 뼈에 사무친 한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그는 ‘부패 기득권과의 최후 대첩’이라는 강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오래전이다. 문재인 변호사를 만나 둘이서만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전에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나는 그에게 대통령이 되면 진짜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았다. 백화점식으로 이것저것 다 포함하는 공약은 겉포장일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문재인 변호사는 검찰개혁과 경제민주화라고 했다. 단순한 구호나 이념적 지향이 아닌 그의 체험에서 나온 소망 같았다.
그는 치열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만들었다. 검찰의 권한을 경찰에 분산시켰다. 그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를 나는 재벌이 돈으로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정권까지 창출하려는 데 쐐기를 박는 것으로 해석했다. 민주국가에서 국민들의 표로 당선된 대표가 그 후에는 돈에 오염되어 꼭두각시가 되는 세상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고 재벌 총수의 구속이 있었다. 그리고 재벌은 다시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은 모든 걸 다하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5년 임기의 국민 머슴으로 대중을 이끄는 나침반이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이재명 후보는 그가 바라는 공정한 세상을 위해서는 먼저 그의 주변이 정리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균열이 생긴 집안을 화합시켜야 한다. 불공정의 상징처럼 되어 버린 대장동 개발 의혹도 자신의 투명한 밑바닥까지 보여야 한다.
솔직하고 위선적이지 않은 답변을 바란다. 삶에 대한 진실성과 말에 진정성이 있을 때 국민은 갈채를 보낼 것이다. 가난과 장애가 뒤틀린 영혼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게 세상의 불안한 시선이기도 하다. 시대의 바람이 그를 높이 날아오르게 하고 있다. 거의 태양 가까이 도달한 것 같다. 그가 달았던 날개가 밀랍으로 만든 희랍신화 속의 이카루스의 날개가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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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