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의 시대가 열렸다. 연간 8조 원에 육박하는 게임 산업의 수출액은 만화, 음악, 영화 등 11개 콘텐츠산업 분야 가운데 가장 크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K팝의 10배에 달한다.
전 세계에 10억 건 이상 다운로드된 국산 게임이 나오고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에서 판매 랭킹 1위를 차지하는 일도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 글로벌 매출을 기반으로 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게임사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 오락실용 게임기가 상륙한 건 1970년대 후반. 갤러그, 보글보글, 슈퍼마리오 같은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은 대번에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동전 한 줌 쥐고 오락실에서 행복해하던 아이들은 대한민국 게임 1세대가 됐다.
공부 뒷전이고 게임만 한다고 눈총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가정용 PC가 보급되고 인터넷 기반의 PC게임 등장하며 '게임 1세대'로 직접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95년, 역사상 최대 예산이 투입된 '초고속정보통신망 마스터플랜(종합계획)'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가 갖춰지며 게임 산업은 날개를 달았다. 이 시기 게임 1세대들이 본격적으로 게임산업에 뛰어들며 온라인 게임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들은 오락실에서 키운 열혈 게이머의 감성으로 국산 게임을 직접 기획개발하며 'K게임'의 DNA를 하나씩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K-게임 역사의 시작이다.
한 게임사의 특수 촬영 스튜디오. 176대의 카메라가 사진을 찍는 순간 176장의 사진 데이터는 자동으로 추출, 실시간 변환되어 3D 스캔 시스템으로 데이터화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래픽은 게임 속 주인공의 의상, 무기, 소품, 배경으로 사용된다.
한국 게임의 가장 큰 경쟁력인 실감 나고 화려한 비주얼이다. 그 중심엔 첨단 그래픽 기술이 있다. 게임업계는 지난 몇 년간 그래픽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힘써왔다. 3D스캔과 모션캡쳐 스튜디오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세계에서도 부러워하는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3D 스캔 기술은 건축 시뮬레이션, 영화 등 그래픽을 활용하는 모든 분야에 사용 가능한 기술이다. 일상이 된 신기술은 게임업계를 넘어 영화, 애니메이션, 메타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기존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보다 진보된 개념이다. 기존의 SNS 서비스와 다른 점은 아바타로 인한 실재감과 자유로운 경제활동, 현실세계와의 연결성이다.
올 초 메타버스 속에서 입학식을 열어 화제가 됐던 한 대학은 코로나19로 대중이 군집되는 행사를 열 수 없게 되자 메타버스 속에서 입시설명회를 개최했다.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며 캠퍼스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메타버스가 강의실을 대체하기도 한다.
가상 공간이지만 VR장비를 이용하면 마치 현실과 같은 실재감을 얻을 수 있다. 이른바 메타버스 대학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게임과 현실, 게임과 미래사회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금 메타버스 속에서 살아갈 미래.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 답은 게임 속에 있다.
단순한 여가 생활이었던 게임이 미래 선도 산업으로 바뀌고 있는 지금 메타버스의 기반이 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K게임의 저력을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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