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키로나 수출 실적 부진에 증권가도 주가 전망 부정적…셀트리온 “EMA 허가 위해 노력 중”
#급락하는 셀트리온 주가
2020년 1월 초 18만 원으로 시작한 셀트리온의 주가는 2020년 12월 한때 40만 원을 넘겼다. 증권가에서는 주가 상승의 원인으로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에 대한 기대감을 꼽았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3월 렉키로나에 대해 사용 권고 의견을 내렸고, 셀트리온은 지난 10월 1일 EMA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도 긴급 사용승인을 협의하고 있다.
기대와 달리 파키스탄 정부와 맺은 10만 바이알 외에 이렇다 할 렉키로나의 수출 실적은 없다. 여러 국가가 미국 머크앤드컴퍼니(머크)의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선구매를 추진하는 것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몰누피라비르 역시 EMA나 FDA의 허가를 아직 받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올해 10월 들어 셀트리온의 주가는 20만 원을 겨우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렉키로나의 효능에 의구심을 보인다. 렉키로나의 수출 실적 부진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월 8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렉키로나의) 몸에서 바이러스 음전까지 걸린 변수를 1차 변수로 잡았는데 신뢰할 수 없는 값이 나왔다”며 “1차 변수에서 효과가 없다면 사실상 실패한 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강립 식약처장은 “의약품 심사에 있어 안전성과 효과성을 통한 국민 건강 보호를 최고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며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임상을) 서두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소액주주의 반란
셀트리온의 주가가 하락하자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한 후 지분 모으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지분 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주식은 1150만 주가 넘는다. 이는 셀트리온 지분 8%가 넘는 수치로 셀트리온 지분 7.48%를 가진 국민연금공단과 7.06%를 보유한 아이온인베스트먼트와 연합하면 경영진 교체까지 가능하다. 현재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측은 셀트리온 지분 23.02%를 갖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10월 17일 국민연금에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국민연금에 “셀트리온의 대주주로서 회사 경영진의 일방적인 독주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요구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정책에 따라 셀트리온의 경영 활동 전반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경영진 교체는 어렵더라도 사측이 소액주주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셀트리온스킨큐어 3사 합병 추진 과정에서 셀트리온스킨큐어 소액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3사 합병 계약서에는 500억 원 이상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합병을 철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영업양도 등 주요 사안이 결의된 경우 결의에 반대했던 주주가 사측에 주식을 매각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권리를 뜻한다.
결국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10월 15일 셀트리온스킨큐어를 배제하고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두 회사만 합병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셀트리온홀딩스 측은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를 단일화하고 경영 업무 전반에 걸쳐 시너지 및 비용절감 효과를 창출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자 하는 기존의 합병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셀트리온 주가의 미래는?
셀트리온 주력 제품인 자가면역 치료제 ‘램시마SC’의 판매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생산한 의약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구입해 유통하는 구조다. 그런데 지난 6월 말 기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이 2조 원이 넘고, 이 중 램시마SC 재고가 6000억~7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이미 충분한 램시마SC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램시마SC를 추가 구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렉키로나 수출 실적이 부진한 셀트리온에게 악재가 추가된 셈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셀트리온의 목표 주가를 32만 원에서 26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출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로벌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사들의 향후 실적 기대감이 축소되며 주가도 부진하고 있다”며 “램시마SC의 2020년 매출 368억 원과 2021년 예상 매출액 904억 원을 감안하면 당분간 셀트리온헬스케어향 램시마SC 매출액은 부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 내부에서는 렉키로나가 EMA의 허가를 받으면 실적과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10월 중 렉키로나의 품목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몰누피라비르뿐 아니라 화이자와 로슈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경구용 치료제 선호도가 더 높아 항체 치료제인 렉키로나는 다른 치료제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경구용 치료제는) 복용 편의성과 접근성이 크고, 항체 치료제 대비 비용이 3분의 1에 불과하며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항체 치료제는 높은 안정성을 바탕으로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EMA의 정식 허가를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고, 좋은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구용 치료제와 비교해서는) 각각의 장점이 있다”라고 전했다. 주가 하락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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