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제보자는 “한국체대 내부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피해자가 학교 측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고 했다. 이 제보자는 “학교 측에서 내부적으로 해당 사건에 대해서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사건 내용이 10월 7일경 한국체대 교수들에게 깜짝 공개된 것으로 파악됐다. 교수진 회의를 마친 뒤였다. 제보에 따르면 회의를 마치고 교수들이 하나둘 회의실을 나가는 시점에 한 교수가 “교수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제보자는 “(그 교수의 발언은) 그러면 안 된다는 경고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발언으로 피해자 보호 조치가 유명무실해졌다”면서 “이 발언으로 일부 교수들 사이에선 순식간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특정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학교 측의 피해자 보호 노력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폭탄 발언을 한 교수는 최근 상담 과정에서 A 교수와 B 교수를 둘러싼 성폭행 의혹에 대한 내용을 청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체대는 피해자 분리 조치를 취하고 총장 직권으로 내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체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교수들 사이에서 내부조사 및 징계로 권고사직을 유도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이 피해자 증언 내용을 모두 전해 들었다는 점”이라면서 “피해자는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A 교수는 10월 19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학교에서 조사받은 내용이 없으며 언제 조사를 한다는 내용도 없다”면서 “학교 측 문서에 따르면 나와 OOO(B) 교수가 가해자로 지목된 것 같다”고 했다. A 교수는 “성폭력을 한 일도 없다”면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 사실관계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어떤 것 때문에 이러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면서 “일단 학교에서 조사를 받고난 다음에 형사·민사 소송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 교수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학교로부터 (관련 내용을) 통보받긴 했다”면서 “저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제가 어떤 가해를 했다는 것인지 기본사실조차 아는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저는 한 번도 조사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모함을 받고 있다. 곧 학교 등을 상대로 형사고발을 예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체대 측은 성폭력 의혹 관련 조사 진행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즉답을 하지 않았다. 한국체대 측은 “피해자 보호 때문에 답변을 하기 어렵다”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 기사는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