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맨 4인방 서로 ‘남탓’, 돈 흐름 추적에 수사 성패 달려…로비와 배임 사실관계 재구성 어려움 겪어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뒤, 검찰 수사팀이 신중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화천대유의 대주주이자, 천화동인 1~3호를 실질적으로 소유했던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를 소유한 남욱 변호사, 5호의 정영학 변호사 등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들이 있어 검찰 입장에서는 ‘사실 관계 정리’가 중요한 시점이 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곧 있을 남욱 변호사와 김만배 씨의 구속영장 청구 결과 및 유동규 전 본부장 기소 시 확정 혐의를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가 검찰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10월 20일 오전 0시 20분쯤, 긴급체포했던 남욱 변호사를 석방조치했다. 당초 의혹이 확산되자 미국으로 도피하다시피 떠났던 남욱 변호사이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곧바로 청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불구속 수사 방침은 아니지만, 체포시한 내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일단 석방조치했다”고 밝혔다.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이 ‘녹취록’에 근거해 수사를 속도전으로만 밀어붙인다는 비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앞서 남 변호사가 김만배 씨와 함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개발 수익의 25%를 주기로 약속한 것을 공모했다고 보고 이를 남 변호사에게 집중 추궁했다. 또,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성남시가 초과이익 환수를 하지 않도록 결정하게끔 한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유 전 본부장의 공범으로 의심하고 있다. 혐의가 복잡한 만큼, 검찰은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에 대해 추가조사를 한 뒤 구속영장을 받아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단순히 48시간의 시간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건 관계자들 간의 진술 차이를 놓고, 검찰이 ‘하나의 사실 관계’를 정립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정영학 회계사의 주장을 검찰은 가장 신빙성 있게 보고 있다. 녹취록에 유 전 본부장 등에게 개발 이익을 공유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 등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검찰은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등이 주도가 돼 사업을 이끌어 가면서 뇌물 등을 공여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만배 씨 주도로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5억 원을 건넨 정황도 포착했다.
하지만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의 주장은 다르다. 김만배 씨는 “정 회계사가 녹취를 한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발언을 다르게 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로비를 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25%의 이익을 유 전 본부장에게 공유하기로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만배 씨와 함께, 키맨으로 지목된 남욱 변호사는 ‘사업 주도’ 측면에서 완전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 “2015년에 구속되면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고 오히려 배제됐었다”며 로비 사실은 물론, 사업을 주도한 것도 김만배 씨와 유 전 본부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 로비에 쓰일 자금을 얼마나 내놓을지를 놓고 갈등이 있었을 정도로 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한 셈이다.
유 전 본부장 역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사업을 주도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지만, 김만배 씨에게 로비를 받았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재직 당시 대장동 사업의 수익배분 구조를 설계하며 화천대유에 이익을 몰아줘 공사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핵심 증거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파일이 법원에서 한 차례 ‘증거 불충분’ 판단을 받은 상황에서 △로비 여부 △대장동 사업 관련 화천대유 이익 몰아주기(배임)라는 두 가지 큰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하나의 ‘검찰 주장’을 만들어 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같이 사업을 하던 인물들도,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서로 ‘내가 주도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을 바꾸면서 형사처벌을 최소화하려고 한다”며 “이번 대장동 사건은 화천대유가 주도한 역할이 있으면서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이익 범위를 결정해 준 중요한 지점들이 다르고, 오랜 기간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던 남욱 변호사와 갑자기 등장한 김만배 씨의 이해관계도 검찰의 시선에서 해석해 판단해야 하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오수 검찰총장은 10월 18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지금까지 12일 동안 계좌 추적을 죽어라 하고 있고 (계좌 내역을) 일일이 받아야 하니 어렵다”고 언급했다. 김 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으로부터 빠져나온 자금들이 어떻게 흘러들어갔는지를 추적해, 로비 흐름과 청탁 내용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녹취록 내용에 근거한 구속영장이 아니라, 그 외 자금 흐름 수사 및 다른 관계자들의 진술까지 확보해 검찰이 정리한 ‘하나의 사실관계’가 정리될 때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그리고 유동규 전 본부장도 제대로 기소를 할 수 있지 않겠냐”며 “곧 있을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가 검찰의 수사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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