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물가안정 ‘올인’ 내년 하반기 1.5% 전망…예금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을 듯
#유독 한국만 빠른 금리상승
시장금리가 저점을 찍었던 지난 7월과 비교하면 지난 10월 18일 국내 국채 10년물 금리는 0.4%포인트(p)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은 0.38%p, 독일은 0.31%p, 일본은 0.074%p 상승했다. 한국이 이들 국가보다 상승폭이 더 큰 것이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75%로 올린 한은은 최근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미국과 영국도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한국보다는 강도가 낮은 편이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내년 초 1.25%를 넘어 내년 하반기 1.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0.75%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잇따른 매파적 발언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미 1.5%를 반영하고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자산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이주열 총재가 최대한 금리를 올리려 한다는 분석이다.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채권을 200조 원 넘게 보유 중인 외국인들은 국채선물을 매도해 가격 하락 위험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기준 지난 한 달 동안 외국인 국채선물 매도액은 3년물 12조 6000억 원, 10년물 4조 9000억 원에 달한다.
#금리 상승에 이자 부담 커질 듯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기준 역할을 하는 금융채 금리도 오른다. 신규로 대출을 받는 개인들은 인상된 대출 기준금리를 적용받는다.
가장 최근 한은 기준금리가 1.5%였던 때는 2018년 3분기다. 당시 대출금리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이 3.4%대, 신용대출이 4.5%대였다. 올해 8월 말 기준 평균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이 2.8%, 신용대출이 3.9%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지난 18일부터 적용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031∼4.67% 수준으로 지난 8월 말(2.62∼4.19%)과 비교해 하단과 상단이 각 0.411%p, 0.48%p 높아졌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신규 대출뿐 아니라 잔액 기준도 영향을 받는다. 2018년 3분기 당시 잔액 기준 평균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이 3.2%, 신용대출이 4.4%대였다. 올해 8월에는 각각 2.6%, 3.3%대였다. 2018년 3분기 수준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1억 원을 빌릴 때 주택담보대출은 60만 원, 신용대출은 110만 원의 이자부담이 더해질 수 있다.
#원자재값도 급등…변수는 인플레이션
2018년 3분기 배럴당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77달러(약 9만 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0달러(약 8만 2300원) 선이다. 현재는 각각 84달러(약 9만 8800원) 82달러(약 9만 6400원) 수준이다.
유가는 더 오를 전망이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과 경기 회복 과정에서 석유 수요 증가, 미국의 원유 생산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WTI 가격이 연말 배럴당 100달러(약 11만 7600원)를 넘어설 것에 베팅한 옵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및 탄소 중립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소위 그린플레이션으로 통칭되는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 동시에 공급망 차질 장기화 혹은 병목 현상에 기인한 새로운 형태의 인플레이션 및 비용 상승 압력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지난 9월까지 6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10월에는 3%대 상승이 예상된다.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 1.8%,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치 2%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은 통화정책 최대 과제는 물가안정이다. 원자재 가격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 기준금리가 1.5%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유가가 90달러(약 10만 5800원) 안팎일 때 기준금리는 2.25~2.5%였다.
한편, 기준금리 상승에도 은행 예금 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1%다. 2018년 3분기 기준금리가 1.5%일 때 정기예금 금리는 2% 안팎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에도 대출 총량을 규제하면 대출 확대가 제약된다. 은행은 예금을 통해 대출 재원을 마련한다. 대출이 제한되면 예금을 더 받을 필요가 줄어든다. 대출 총량 확대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가 어려워지면 예금 금리를 낮춰 마진을 늘릴 수밖에 없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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