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1000만을 넘어섰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애플리케이션(앱)과 앱스토어 창업자의 증가다. 국내외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앱 창업자들의 사례가 소개되면서 청년 창업자와 오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관심이 앱 시장으로 대거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활용, 앱 시장에서 노다지를 캐기 위해 관련 기관에는 오늘도 많은 이들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앱스토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3.5인치의 기적’ 마지막 회. 지금껏 지면에 소개됐던 창업자들의 성공 포인트를 짚어본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이던 김기철 씨(가명·30). 여러 회사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등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수차례 고배를 마셔야 했다. 직장인이 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자 김 씨는 창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마침 정부에서 1인 창업, 청년 창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고 김 씨는 아이디어만으로도 승부가 가능하다는 생각에 일반 창업이 아닌 앱 창업을 택해 관련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사업 계획을 인정받아 앱 개발 관련 교육은 물론 사무공간과 창업 자금까지 지원받으면서 그의 창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6개월 뒤 김 씨는 음악이 가미된 게임 앱을 개발했고, 2000원의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다운로드 수는 하루에 1~2건 정도에 불과했다. 6개월이 지나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매출이 신통치 않자 김 씨는 앱 개발 용역에 나섰다. 그러나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경력이 짧다보니 직접 용역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고, 소개와 하청을 통한 용역은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치다보니 수익이 크지 않았다. 김 씨는 “고민이 많다보니 이제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앞으로 이 상황을 견디며 앱 개발을 지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시 취업을 준비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하다”고 털어놨다.
김 씨처럼 많은 사람들이 ‘앵그리버드’ ‘카카오톡’ 같은 소위 대박을 꿈꾸며 앱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개인 창업자가 앱 하나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드문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획에서 개발 디자인 등 모든 과정을 혼자서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국내 유료 앱 이용자 수도 기대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니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의 어려움, 언어장벽 등의 문제에 부딪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
콘텐터 박승환 사장과 유앤아트 유재현 사장은 직접 경험해본 결과 1인 창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브레인타입 테스트 앱과 일정관리 앱 ‘두잉오얼돈’(Doing or done)으로 잘 알려진 박 사장은 “도서관 좌석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앱을 최초로 개발, 이슈가 됐을 때 국내 한 대학에서 무료로 동영상 강의 앱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프로그램 하나를 개발하는 데 노력과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면 결코 무료라는 말을 내뱉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1인 창업의 경우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나온 앱이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최근 영어 교육 게임 앱 ‘알파벳 판타지’를 출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유 사장 역시 “개인 개발자로 독립 후 사무실 마련에서 금융 마케팅 등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이동통신사의 지원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품질 면에서도 디자이너와 음악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좋은 상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1인 창업이라고 해서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하기보다는 전문기관의 도움,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 앱 ‘폭투왕 레전드’로 유명한 리토스 신진석 사장은 “오래 인기를 끄는 앱은 사용자의 패턴 분석 등 기획 단계부터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나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능, 디자인 등 사용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아야 하는데 혼자서 이러한 앱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창업 당시 함께 일을 시작했던 1인 창업자 상당수가 현재 개발을 포기하고 취직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다방면의 전문가로 구성해 창업에 나섰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넛지지수, 앱MBA’ 등을 개발한 ㈜사이럽스 박연진 사장은 “성공이 전문가 수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수익성과 시장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잘 만들어야 하는데 기획에서 최종 개발까지 팀워크가 잘 이뤄져야만 좋은 앱이 나올 수 있다”고 구성원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용자들의 높아진 눈높이 역시 새롭게 등장한 복병이다. 초창기에는 생활밀착형 앱이 유저들에게 상당히 각광을 받았지만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고 스마트폰 사용자 역시 증가하면서 앱에 대한 평가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
상호작용 입체만화 앱 ‘갤럭시서퍼’를 개발한 ㈜알에스프리소울 이한종 사장은 “일정 수 이상의 구매자가 모일 경우 파격적인 할인가로 상품을 제공하는 소셜커머스가 등장했을 당시 소비자들은 반값에 열광했다. 그러나 이제는 가격보다는 제대로 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원한다”면서 “게임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콘텐츠보다는 재미있는 스토리와 다양한 효과를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인 콘텐츠에 관심을 보인다. 이것이 앞으로의 앱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3.5인치의 기적’에 소개된 창업자들은 하나같이 한 가지 앱으로 대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따라서 사용자들의 니즈(욕구)를 정확하게 분석, 다양한 앱 개발을 통해 수익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보다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앱을 부가적인 비즈니스와 연동할 것을 주문했다. 이한종 사장은 웹진 형태의 소설커머스를 통해서는 음식점 업계와 연동한 비즈니스와 수익을, 만화를 통해서는 앱 다운로드 수익은 물론 광고수익, 해외 판권을 통한 수익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임경수 지식발전연구소장은 “훌륭한 앱은 빠르고 독창적이며 풍부한 콘텐츠를 담고 있는 실용적인 그릇과 같다. 장인이 도자기를 굽듯이 한 번에 좋은 그릇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개발 과정에서 있을 고난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야만 한국에서도 앵그리버드와 같은 신화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