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문화재단 보유 지분 JINRO Inc에 매각…지배력 문제 관련? 하이트진로 “투자 목적일 뿐”
하이트진로그룹의 일본법인 JINRO Inc는 지난 10월 14일 하이트문화재단으로부터 하이트진로홀딩스 주식 57만 주를 매입했다. 매입가는 주당 1만 4650원으로 총 83억 5050만 원이다. 이에 따라 JINRO Inc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율은 3.75%에서 6.21%로 늘었고, 하이트문화재단의 지분율은 기존 5.00%에서 2.54%로 줄었다.
JINRO Inc는 2019년 2월에도 하이트문화재단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주식 58만 9272주를 46억 5525만 원에 매입한 바 있다. JINRO Inc는 몇 차례에 걸친 지분 매입으로 하이트진로홀딩스 3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29.49%의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이고, 2대주주는 지분율 27.66%의 서영이앤티다.
JINRO Inc가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은 박문덕 회장 영향력 아래 있다. 현재 하이트진로그룹의 지배구조는 ‘박문덕 회장→하이트진로홀딩스→하이트진로→JINRO Inc’로 이어진다. 하이트진로홀딩스가 하이트진로 지분 50.86%를 갖고 있고, 하이트진로는 JINRO Inc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하이트문화재단보다 JINRO Inc가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JINRO Inc가 재무적으로 안정된 만큼 하이트진로홀딩스 주가가 급변하더라도 보다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0년 말 기준 JINRO Inc의 자본총액은 1046억 원이지만 하이트문화재단은 162억 원에 불과하다. 또 하이트문화재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억 원도 채 되지 않고, 수년째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반면 JINRO Inc는 올해 상반기 매출 454억 원, 순이익 54억 원을 기록해 JINRO America(올해 상반기 매출 177억 원)나 북경진로해특주업유한공사(175억 원) 등 다른 해외 계열사를 압도하는 실적을 거뒀고,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27.79%에 불과하다.
하이트진로 측도 하이트문화재단의 지분 매각이 현 재무 상황과 연관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문화재단의 자산이 주식에 편중돼 있고, 현금이 부족해서 운영 자금 확보 차원에서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외적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JINRO Inc는 일본법인이므로 국내에서는 구체적인 회사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가 가끔 발표하는 공익법인의 지분 소유 현황에 하이트문화재단이 등장하지 않게 되면 최소한 기업 이미지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최근 국세청도 공익법인을 유심히 살펴보는 분위기고, 특히 하이트문화재단은 과거 탈세 혐의로 추징금을 납부한 적도 있으므로 오해의 소지를 아예 차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사실 JINRO Inc가 아니더라도 현재 박문덕 회장 일가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다. 하이트진로홀딩스 2대주주인 서영이앤티의 경우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이 지분 58.44%를 갖고 있고, 차남 박재홍 하이트진로 부사장이 지분 21.62%를 갖고 있다.
박문덕 회장은 우리 나이 72세로 지분 승계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박태영 사장과 박재홍 부사장이 직접적으로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은 없다. 박태영-박재홍 형제가 박문덕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으면 서영이앤티를 통해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해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50% 이상을 갖게 된다.
문제는 박문덕 회장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가치가 1000억 원이 넘는 만큼 막대한 증여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증여액이 30억 원을 넘으면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박문덕 회장 일가가 보유한 현금이 많지 않으면 주식을 매각해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박태영-박재홍 형제가 박문덕 회장의 지분을 온전히 증여받지 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훗날 박문덕 회장 일가가 일정 현금을 마련하면 JINRO Inc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 회장 측이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매입한 후 주가가 상승했을 때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면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박 회장 측이 아니더라도 우호 세력에 지분을 매각하거나, 다른 업체와의 지분 상호교환을 통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측은 JINRO Inc가 투자 목적으로 매입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주식을 시장에 매각하면 일반 주주들의 주식가치 제고에 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본 현지의 이자율이 낮아서 투자 목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고, 지배력 문제와 이번 주식 거래는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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