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공정위 “카나비 강요·협박 명백한 증거 없어”…롤 관계자 “징계 풀려도 복귀 쉽지 않을 것”
롤드컵은 동시시청자 4600만 명을 기록한 세계 최고의 e스포츠 이벤트다. 카나비 사건은 2019 롤드컵(롤 게임계 월드컵) 기간 직전 조규남 그리핀 대표와 김대호 그리핀 전 감독과의 갈등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조 전 대표와 김 전 감독 갈등을 통해 서진혁 선수의 노예 계약 의혹과 협박 논란이 수면 위로 나왔다. 김 전 감독 언급과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진혁 선수 논란은 이렇다.
당시 조 전 대표는 서 선수를 중국 징동 게이밍에 매각하고 싶어 했다. 징동 게이밍은 서 선수에게 영입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징동 측의 단순한 연락이었지만 조 전 대표는 이를 ‘탬퍼링’(선수가 계약이 끝나기 전에 다른 팀과 허가 없이 접촉하는 행위)이라고 말했다. 미성년자였던 서 선수는 탬퍼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자신이 한 행동을 탬퍼링이라고 믿게 됐다.
조 전 대표는 탬퍼링 위반으로 서 선수를 압박했다. 규정을 위반한 줄 알게 된 서 선수는 탬퍼링에 따른 자격 정지 등을 걱정해 연봉 2억 원, 계약기간 5년 조건으로 징동 게이밍으로 이적하게 됐다. 이 사건은 하태경 당시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등 국회 차원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청와대 청원에 오른 ‘라이엇 코리아의 그리핀, 조 전 대표, 김 전 감독 징계에 대한 재조사 요구’는 청원 동의 20만 명이 넘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답변하기도 했다.
2019년 11월 논란이 뜨거웠을 당시 LCK 운영위원회는 “조규남 전 대표 행위가 형법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판단은 사법기관의 역할이지만 운영위원회는 이에 관계없이 조사 결과 문제로 확인된 사항들에 대해 엄중한 판단을 내리는 게 책임이자 의무”라며 “조 전 대표에게 징계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전 대표 징계 사유에 대해서는 “팀 책임자는 미성년자인 선수 신분에 어떤 변동이 생기는 경우, 그 변동이 선수 법적 권리와 의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해당 미성년 선수와 선수의 법정대리인에게 충분히 정보를 안내하고 동의를 얻은 후 필요한 조치와 절차가 진행되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LCK 운영위원회는 “다른 팀으로 이적할 때, 이적 의사뿐만 아니라 이적 조건에 대해서도 선수의 부모님과 충분히 협의하고 그에 필요한 동의를 얻었어야 했다”며 “선수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조 전 대표가 미성년자인 선수 단독으로 이적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고, 미성년 선수가 특정한 선택을 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대표로서의 임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고 LCK 명예 및 공정성을 훼손시킨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고 징계 수위에도 롤 팬들은 ‘이미 사임을 표명한 조규남 전 대표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가 과연 실효성이 있냐’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LCK 운영위원회는 “무기한 출장 정지는 최고 수위의 징계이며, 선수, 감독, 대표 등에게 동일한 효력을 가진 즉, 어떠한 방식으로도 라이엇 게임즈가 주관하는 e스포츠에 관여할 수 없다. 따라서 조 전 대표가 형식과 보직에 상관없이 어느 팀에 소속되거나 지분 등을 보유하게 될 경우 해당 팀은 리그 참가 승인을 받을 수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같은 처분은 지난 7월 8일 e스포츠공정위원회에 의해 변경된다. e스포츠공정위원회에 따르면 조 전 대표는 무기한 출장 정지를 변경해 줄 것을 신청했다. e스포츠공정위원회는 “여러 증거자료와 조 전 대표, 참고인 조사 결과 관련자들 진술을 종합적으로 검토 및 심의했다”며 “신청인이 부당이익 편취를 위해 강요, 협박을 했다고 판단할 만한 명백한 증거를 찾아보기 힘들어 이 사건 원 처분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신청인은 미성년자인 선수에 대한 적절한 지도와 보호의무를 소홀히 했고, 임대기간을 계약기간에 산입하지 않고 LCK 운영위원회에 고지하지도 않았다”면서 “LCK 규정을 위반한 것 등 e스포츠 프로팀을 운영하는 회사 대표로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24개월의 자격정지 징계처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대표는 2019년 11월 20일에 무기한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처분이 2년 자격 정지 처분으로 변경되면서 오는 11월 20일 자격 정지 징계가 풀린다. 조 전 대표가 롤 등 라이엇 게임즈가 주관하는 대회에 다시 등장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e스포츠 관계자는 조규남 전 대표 복귀와 관련해서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내비쳤다.
한 롤 관계자는 “조 전 대표가 얽힌 사건으로 인해 1군 승격 이후 엄청난 인기를 받으며 상장을 노리던 게임단인 그리핀이 아예 날아갔다. 조 전 대표가 다시 복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전 대표는 과거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인 CJ엔투스 감독으로 명성을 쌓은 바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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