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예산 비해 일자리 창출 저조 고용연계도 드물어…경기일자리재단 “사업설계 다시 해봐야” 수긍
경기도는 실질적으로 고용과 연계될 수 있는 공공 분야 일자리를 중점적으로 창출하겠다며 2019년 ‘경기 징검다리 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경기도가 도내 공공기관, 사회적기업에서 취업 연계가 가능한 일자리를 찾아 취업취약계층에 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취업 연계까지 지원하는 형식이었다. 당시 경기도 경제노동실장은 “민선 7기 경기도가 처음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하며 “경기도가 좋은 일자리의 징검다리가 돼 드리겠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콘텐츠진흥원,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킨텍스, 경기테크노파크, 경기관광공사,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문화재단 등의 경기도 공공기관과 사회적경제기업의 일자리를 발굴해 구직자들을 매칭했다.
구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기업, 공공기관답게 공고문에는 직무 내용, 필수 자격, 우대사항 등이 기재돼있고 국가, 민간 자격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가령 경기주택도시공사의 보상업무 데이터 관리 직무는 법학 전공자, 부동산 관련 자격증, 운전면허 소유자, OA활용능력 우수자, 컴퓨터 활용 능력자를 우대한다는 내용이 있다. 2019년 100명을 모집하는 공고(공공기관)에는 921명이 신청해 9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도일자리재단(대표이사 제윤경)이 위탁 수행하는 이 사업에는 2019년과 2020년 각 46억 1000만 원씩의 예산이 투입됐다. 참가자들은 지난 2년간 매해 10개월씩 공공기관과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며 직무 경험을 쌓고 취업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일자리 창출 수’는 2019년 72건, 2020년 111건에 불과했다.
2년간 9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창출한 일자리가 183건이라는 것도 기대 이하지만 해당 일자리들이 모두 참가자들이 일을 배우고 경력을 쌓은 기업, 즉 경기도가 발굴하고 연계한 일자리가 아니라는 게 더 문제다. 참가자들이 자신이 일한 기관에 취업한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경기도 징검다리 사업 종료 후 연계 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참가자들은 10개월의 근무 기간이 지나면 징검다리 일자리 사업을 통해 경험한 직무와 관련 없는 직무로 다른 회사에 취업한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경향은 사회적 기업보다 공공기관에서 더 두드러졌다.
모 공공기관에서 사회복지 직무로 10개월간 경험을 쌓은 참가자가 개인 어학원에 취업한 경우도 있고, 교육 직무를 보다가 제조업체에 취업한 경우도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일모아시스템으로 취업 상태를 확인하다 보니 창업을 하거나 단기 일자리를 구해도 고용보험만 가입돼 있으면 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경기도는 이를 ‘일자리 창출 수’에 포함시켰다.
게다가 도가 집계한 ‘사업 종료 후 6개월간 일자리 창출 수’도 해당연도 사업이 종료된 후 6개월간 취업이 얼마나 됐는지 파악한 것이라 그 이후의 데이터는 없었다. 즉 2019년, 2020년 참가자들이 현재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징검다리 사업 참가자들의 급여를 기업이 부담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경기도일자리재단 행정감사에서 경기도의회 김인순 의원은 제윤경 대표에게 “46억 원이라는 사업비가 성과와 비교해 굉장히 과 투입되는 것 같다. 경기주택도시공사에서, 가족여성연구원에서 사람을 썼으면 이 회사에서 급여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관에 인재를 보내면서 돈은 재단에서 준 거예요? 그게 무슨 취업시킨 겁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경기도일자리재단 제윤경 대표는 “지금 지적하신 바가 다 맞습니다. 이건 전체적으로 사업설계부터 다시 해보고 성과 목표치에 대한 설계도 다시 해봐야 하는 사업임은 분명하다고 동의합니다”라고 했다.
도의회와 사업을 수행하는 경기도일자리재단 수장이 공통된 인식을 가질 만큼 사업의 설계와 운영에 미진한 면이 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결국 2021년 징검다리 일자리 사업 예산은 도의회에서 전년 대비 14억 원이 삭감됐다.
3년째 사업을 수행하는 경기도일자리재단에 징검다리 일자리 사업의 운영상 개선사항이 있는지 묻자 재단은 “참여자 기회 확대를 위해 사업 횟수와 기간을 1회 10개월에서 2회 6개월로 조정했으며 사업 분야를 민간까지 확대해 추진하고 있다”는 답을 했다.
그러면서 “2020년에는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경력 형성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업 종료 후 111명이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59.6%)를 올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단이 자화자찬한 111명의 취업 성공은, 앞서 언급한 10개월 근무 후 해당 기업에 취업 연계되지 않고 다른 사업장에 취업한 경우도 포함하는 수치다. 이를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사업 성과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경기도가 밝힌 취업 연계 사례 중에는 사회적 기업에서 통‧번역 직무를 수행하던 결혼 이주 여성이 징검다리 사업 종료 후 해당 기업의 정규직으로 채용된 경우와 파주시 공공기관에서 직무 경험 후 해당 기관의 신입 공채에 합격한 케이스도 있다. 징검다리 일자리 사업의 가장 이상적인 일자리 창출 사례다.
하지만 상당수의 기업에선 근무 종료 후 채용으로 연계하지 않고 있다. 참가자 급여를 세금으로 부담하다 보니 기업은 무상으로 10개월간 노동력을 이용하기만 하고 기한이 지나면 떠나보내는 일이 흔하다. 경기도가 양질의 공공일자리를 만들 의지가 있다면 공공기관이 먼저 적극적인 채용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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