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둑한 실탄 바탕 종합금융플랫폼 거듭나기…“가상자산 활용 금융상품? 법 없어 현실화 요원”
#종합금융사 도약 발판?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최근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진행하는 우리금융 지분 매각 절차에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인수 대상은 우리금융 최대주주 예보가 보유한 지분 15.13% 중 최대 10%다. LOI를 제출한 곳은 두나무 외에도 호반건설과 KT 등 총 18개 업체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대만 푸본금융 등 우리금융의 기존 과점주주들과 유진프라이빗에쿼티 등 사모펀드들이 포함됐다. 지분 중 4% 이상을 확보할 경우 회사법상 사외이사 추천권을 얻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두나무의 인수전 참여는 안정적인 거래소 사업을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가상자산거래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에 따라 원화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확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은행은 실명계좌 심사를 담당하는 등 거래소 운영에 큰 영향력을 미치다 보니, 아예 금융권 지분을 확보해 실명계좌를 쉽게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금융권 내 입지도 높일 수 있다. 전통 금융사인 우리금융과 다양한 사업 제휴를 맺고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면 금융사로 인정받거나 신뢰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실탄은 두둑하다. 두나무는 현금성 자산을 지난해 기준 1조 800억 원을 쌓았다. 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도 1조 800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만큼, 인수합병(M&A)을 위한 자금력은 충분하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제도권에 포함되지 못했고 금융사 취급도 못 받고 있지만, 기존 금융사와 협업하면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할 수 있다”며 “거래소들은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반년 단위로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갑을관계가 정해져 있다. 우리금융 지분을 확보하면 케이뱅크에 종속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고 봤다.
종합금융기관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행보로도 읽힌다. 금융의 디지털화로 국내외 금융사들은 해외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는 등 가상자산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두나무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투자 상품을 만들어내려면 정교한 설계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는 기존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의 영역인 만큼, 금융사 지분을 확보해 다양한 노하우와 상품을 디지털 형태로 선보이려는 목적 아니겠느냐는 주장이다. 전통금융사의 금융 고도화 기술과 인프라도 활용할 수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가장 큰 가상자산 시장이자 전 세계 돈이 몰리는 곳은 미국으로, 진출 의지가 있지만 현재로선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금융 지분을 투자한다면 자금세탁 방지, 사기 경고 등 체계와 명성 관리를 강화해 미국 진출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국내에서는 직접적으로 비트코인 상품 출시를 하기 힘들단 점에서 자사인 캐나다 법인 운용사를 통해 비트코인 ETF를 발행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금융지주에 대한 영향력을 갖게 되면 전통 금융권의 금융기술과 건전성 관리 노하우를 배우고 금융산업의 흐름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업비트가 국내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카카오는 두나무의 주요 주주이고, 두나무 조직 구성원들도 CFO(최고재무책임자)나 CSO(최고전략책임자) 등 C레벨은 카카오 사람들인 것으로 안다”며 “카카오는 뱅크·페이 등 탄탄한 플랫폼에서 금융상품을 판매 중이고 두나무도 증권플러스 플랫폼을 보유한 만큼 이를 연계해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인' 넘어 NFT, 메타버스까지
두나무는 최근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와 5000억~9000억 원의 규모의 주식 맞교환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 대체불가토큰(NFT)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케이팝 아티스트 기념품을 NFT와 연계해 판매하는 등 디지털 자산시장에 진출할 전망이다. 두나무는 지난 7월 JYP 최대주주 박진영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2.5%를 사들이기도 했다.
NFT는 예술품과 부동산, 디지털 콘텐츠 등 자산에 고유의 값을 매긴 디지털 자산이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시스템으로 모든 거래내역을 추적할 수 있고, 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 메타버스의 활용도 점쳐진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생태계이기 때문에 디지털 금융인 가상자산을 구현하기에 현실세계보다 용이하다. 규제를 피하기에도 유리할 수 있다.
블록체인업체 한 관계자는 “케이팝 기반 NFT 모델로 메타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 같다”며 “기업공개(IPO·상장)를 위한 큰 그림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두나무가 해외 명품들을 수입·판매하는 플랫폼 사업을 준비한다고 들었다”며 “카카오 가상자산인 클레이를 연동하거나, 업비트와 연계해 거래소 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결제할 수 있는 지불결제사업을 하려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리스크는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다.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현실화는 요원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 서비스와 가상자산 서비스를 합칠 수 있는 물리적 방법이 국내에서는 없다. 관련 규제가 아예 존재하지 않아 증권사나 가상자산거래소마다 상품을 출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이 시세가 불안정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취급하면 신뢰도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요인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와 손잡는다면 증권 및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가상자산을 활용한 금융상품을 출시하거나 캐피탈이나 벤처 등 통해 가상화폐를 유통시키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법이 생겼을 때의 얘기”라며 “우리나라에서 가상자산거래 시스템과 기존 금융 서비스를 연계하려면 새로운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또 “은행은 안정성 자산을 보관하는데 비트코인은 여전히 투기성 상품으로 인식된다. 역할이 상충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가상자산을 활용한 상품을 만들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화인 에반젤리스트는 “기존 금융권의 탄탄한 시스템을 두나무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거래소에 여러 금융상품을 내놓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글로벌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서비스 기관으로서의 신뢰성과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두나무 측은 우리금융 지분 인수, 하이브와의 지분 교환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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