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내가 직접 목격했던 대검 중수부의 한 모습이었다. 국회에서 대검 중수부를 없애고 특별수사청을 설치하려는 사법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검찰이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이나 인권문제에서 국민적 신뢰를 받는 데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나 정치권과 연결된 대형 비리사건 같은 살아있는 권력의 수사는 정말 힘들 것이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나 장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설령 그런 강직한 인물이 있어도 그는 총장이 되기 힘들 것이다. 인권유린의 문제도 있다.
중수부 경험자들은 고문보다 더 심한 정신적인 테러들을 호소했다. 수사도중 자살한 사람들의 배경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사가 오히려 뇌물범의 입에 매달려 허둥대는 황당한 경우도 봤다. 공명심이 앞선 검사의 입바른 말 때문에 온 나라가 흔들거리기도 했다. 권력은 적당히 분리해 견제시키고 무게중심을 바꾸어야 부패와 나태를 없앨 수 있다. 수사권한이 한 곳에 오래 독점되면 부작용이 누적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수부를 폐지하고 특별수사청을 설치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가끔 태풍이 이는 이유는 바다 전체를 흔들어 물속의 깊은 곳이 썩지 않게 산소를 공급해 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사법개혁에 문제가 있다. 국회는 새로 설치되는 특별수사청의 조사대상을 판검사와 검찰수사관으로 한정했다. 개혁한다면서 슬며시 알맹이를 뺀 느낌이 든다. 사회 혼란의 주범은 정치인과 재벌, 그리고 고위공직자였다. 그들이 없으면 특별수사청의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판검사만 조사하는 특별수사청이라면 생기고 나서 바로 개점휴업상태가 될 것이다. 사건이 많을 리가 없고 법에는 모두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인사와 예산이 독립된 특별수사청을 검찰의 산하에 두자는 것도 이상하다. 검찰은 수사기능이 독립되어 있다. 그 안에 또 다시 독립된 기관을 두자는 발상이다. 개혁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어떤 재벌도 정치인도 치외법권 지역이 되지 못하게 하려면 특별수사청을 권력의 입김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견제와 감시의 절차가 절대 필요하다. 사법개혁을 하자고 하면서 원래보다도 못한 괴물을 만들면 안 된다.
변호사 엄상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