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 악역 활약 덕 도강재 역 캐스팅, 나중에 역할 바뀌어…츤데레 형사로 글로벌 눈도장 쾅!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넷플릭스 시청 순위권 안에 들어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제가 지금 ‘유미의 세포들’도 동시에 하고 있다 보니 혹시나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워하진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같은 배우인 줄 모르는 분들도 많더라고요(웃음). 특히 외국 시청자 분들이 ‘마이 네임’ 속 전필도와 ‘유미의 세포들’ 속 구웅을 오버랩하는 게 잘 안 되시나 봐요. 그런 점이 재밌었어요(웃음). 한편으론 제가 그만큼 전혀 다른 연기를 했다는 것이니까 다행이란 생각도 들어요.”
아버지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조직과 경찰 사이 언더커버 역할을 하는 윤지우(한소희 분)의 이야기를 그린 ‘마이 네임’에서 안보현은 윤지우가 속한 인창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형사 전필도 역을 맡았다. 국내 최대 마약 조직인 동천파의 소탕을 그 누구보다 바라는 인물로 초반엔 자신의 위장 수사를 방해한 지우를 매우 싫어하고 시험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자신과 지우 사이에 아픔이 감춰져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며 서로에게 유일한 이해자이자 버팀목으로 존재하게 된다.
“처음에는 필도가 지우에게 너무 거리를 두죠. 적대하고 무시하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지우에게 자신과 같은 아픔이 있다는 걸 알게 돼요. 그렇게 두 사람이 동질감을 느끼게 되면서 ‘나까지 지우를 의심하면 안 되겠다. 나만큼은 믿어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거예요. 아픔과 슬픔을 홀로 삭이려 했던 필도에게 있어선 내 편이 처음 생긴 것이거든요. 그런 느낌으로 연기했던 기억이 나요.”
‘못된 선배’에서 ‘듬직한 내 편’까지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준 필도를 보며 시청자들은 ‘츤데레’(겉으론 새침하게 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을 뜻하는 일본의 신조어)라고 평가했다. 안보현 역시 필도의 이런 모습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악역의 이미지가 강했던 그에게 좀 더 다면적인 얼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캐릭터였으니, 필도가 갖는 의미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도강재(장률 분) 역으로 대본을 받았어요. 강재는 악역 중에 악역인데, ‘이태원 클라쓰’에서 제가 악역 연기를 너무 강하게 한 걸 감독님이 재미있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그러다 나중에 ‘악역보다 선한 이미지로, 당신에게 맞는 필도라는 역을 해 보면 어떻겠나?’ 라고 제안해 주셨어요. 사실 강재도 임팩트가 굉장히 강한 역할인데 제가 아무래도 전작에 악역이었으니 이번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굉장히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어요(웃음).”
함께 호흡을 맞춘 윤지우 역의 한소희와는 여섯 살의 나이 차를 떠나 너무 편한 오빠 동생으로 관계를 쌓아갔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둘을 포함해 출연진 모두 지금까지도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촬영 비하인드 신과 서로 티격태격하며 ‘댓글 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이들의 촬영장 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된다.
“나이 차를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소희 배우라고 생각하기보단 지우로 생각하고 연기했죠. 지우의 극 중 나이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신입, 야망과 열정이 넘치는 형사라고만 생각했어요. 서로 캐릭터에 집중해서 연기했기 때문에 합이 좋고 케미가 잘 맞아 떨어졌었던 것 같아요. 저희는 말도 바로 놨거든요(웃음). 소희가 저희와 편해지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서 장률이나 학주(배우 이학주, 정태주 역), 저한테는 말을 편하게 하게끔 유도했어요. 처음엔 선배님으로 시작해서 나중엔 극 중 이름으로 다 ‘태주 오빠’ ‘필도 오빠’ ‘강재 오빠’로 불렸고, 저희도 ‘지우야’ 하면서 호칭이 오갔죠(웃음).”
이처럼 사이좋은 관계성에도 불구하고 극 후반부에 등장하는 필도와 지우의 베드신은 ‘뜬금포’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어디에도 마음을 둘 곳 없는 외딴 섬 같았던 둘이 서로의 경계선 안에 들어가 보듬게 된다는 장치였지만, 베드신이 아니었어도 충분히 개연성을 가졌을 둘의 관계를 오히려 망쳐놨다는 게 지적의 주 내용이었다. 심지어 당초 시나리오에는 없었던 것을 중간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차가 낮아 감독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배우들에게 강요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런 반응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안보현은 매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진지하게 질문에 답을 이어나갔다.
“필도의 입장으로만 봤을 땐 지우를 사랑하게 됐다고 하기보다 ‘사랑’이라는 것이 내 안에도 존재했다는 것만을 토해냈던 것 같아요. 억지로 끌어냈다는 것이 아니라 연민이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 거죠. 필도로서는 내 편 하나 없고 나의 아픔을 느껴 본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우라는 애가 있고, 이 아이의 아픔이 더 큰 것 같고, 같이 공조하면서 보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내 편이 드디어 생긴 거예요. 자연스럽게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이 되는 과정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작품 밖 시청자들과도 함께 호흡해 온 안보현의 배우 인생은 어느덧 7년을 넘어가고 있었다. 학창 시절 권투선수를 거쳐 스무 살이던 2007년 모델 데뷔, 2014년 KBS2 드라마 ‘골든크로스’로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디뎠던 그가 달려온 7년은 악과 깡으로 칠해진 시간이었다. 조금이라도 멈춰서면 안 된다는 조바심이 그를 앞만 보며 달리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야 그런 자신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는 안보현은 잠시나마 숨 돌릴 시간을 주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7년 정도 활동하면서 두 달 이상 쉬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쉬는 게 오히려 힘들고 작품을 하며 현장에 나갈 때가 더 좋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충전하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긴 해요. 정신적인 것보단 몸이 조금 힘들다는 게 느껴져서요. 이제까지 당근 한 번 준 적 없이 채찍질만 하며 살아오다 보니 서른 중반이 된 지금은 제 자신에게 좀 미안하고 불쌍해요(웃음). 이제는 충전을 조금씩 할 때인 것 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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