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 후 에이스토리 20% 폭락, 공동제작사·후원사도 하락세…이전 급상승 따른 ‘조정기’ 분석도
2020년 8월 6000원대이던 에이스토리의 주가는 2020년 9월부터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해 12월부터 급등한다. 12월 초 1만 3000원 대이던 주가가 2021년 1월 20일에는 4만 7800원까지 올랐다. 9월부터 시작된 급등은 ‘지리산’이 주도했다. 9월에 ‘지리산’의 국내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방영권이 중국계 OTT 아이치이에 선판매됐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12월부터 촬영 현장 스틸 사진 등이 공개되며 본격적인 드라마 홍보가 시작된 것.
그렇지만 단순히 ‘지리산’ 효과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토리의 주가 급상승 시기는 KBS 2TV 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 방영 시기와 일치한다. ‘바람피면 죽는다’는 2020년 12월 2일부터 2021년 1월 28일까지 방영됐는데 이 시기에 에이스토리의 주가 급등이 이뤄졌다. 비록 ‘바람피면 죽는다’는 최고 시청률이 5.8%에 그쳤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이 드라마를 제작한 에이스토리의 가능성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던 에이스토리 주가는 3월 2일 3만 4800원까지 떨어지지만 다시 급상승해 3월 30일 5만 1500원이 된다. 이런 주가 상승의 원동력은 넷플릭스를 통해 3월 13일 공개된 드라마 ‘킹덤2’다. 큰 기대를 모았던 에이스토리의 야심작 ‘킹덤1’은 다소 아쉬운 반응을 얻었지만 ‘킹덤2’는 호평을 받으며 화제를 양산했다. 이런 과정이 에이스토리의 주가로 반영된 셈이다.
다시 하락하던 주가가 7월에 한 번 반등하는데 피델리티매니지먼트가 에이스토리 지분 5.11%를 신규보유하게 됐다는 공시와 에이스토리가 2분기에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이유였다.
8월 23일 2만 6900원까지 떨어진 에이스토리 주가는 9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10월 22일 4만 9550원까지 치솟는다. ‘지리산’이 10월 23일부터 tvN을 통해 방송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첫 방송 직전까지 에이스토리의 급등세가 이어진 것.
문제는 첫 방송 이후다. 10월 23일과 24일 1, 2회가 방송됐는데 월요일인 10월 25일 열린 주식시장에서 에이스토리의 주가가 급락했다. 25일 종가가 3만 9750원으로 무려 19.78%(9800원) 급락했는데 이런 분위기가 지속돼 10월 28일 기준 3만 8400원을 기록 중이다.
왜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제작사의 주가가 급락한 것일까. 물론 2020년 연말부터 최근까지 급등과 하락을 반복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온 에이스토리의 주가 흐름을 놓고 볼 때 ‘지리산’에 대한 기대감으로 폭등했던 주가가 잠시 조정기를 거치고 있을 뿐이라는 분석도 가능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지리산’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라는 분석이 더 지배적이다. 사실 ‘지리산’은 300억 원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킹덤’ 시리즈와 ‘시그널’ 등의 김은희 작가와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의 조합으로 큰 기대가 집중됐었다. 게다가 전지현과 주지훈이 주인공이다. 이런 기대감이 에이스토리의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
그렇지만 1, 2회 방송에는 아쉬운 대목이 많았다. 태풍으로 불어난 계곡물, 암벽에서 쏟아지는 암석 등에 활용된 컴퓨터그래픽(CG)이 매우 엉성해 시청자들의 몰입을 오히려 방해했으며 전지현과 주지훈의 연기 호흡도 원활해 보이지 않는다. 이응복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연기력 검증이 끝난 전지현과 주지훈의 연기력까지 논란이 된 까닭이 결국 이응복 감독의 연출력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제작비가 엄청나게 투입되면서 불가피했을 것으로 예상된 과도한 PPL도 역시 문제가 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에 PPL로 등장했지만 가맹점주들과의 분쟁으로 시즌2에는 합류하지 않았던 에그드랍이 ‘지리산’에 다시 PPL 업체로 등장했다. 다만 병원과 달리 지리산 대피소에서 에그드랍 샌드위치를 먹는 장면은 너무 어색했다. 심지어 지리산 인근에는 에그드랍 매장조차 없다.
게다가 에이스토리의 주가만 하락한 게 아니다. 공동제작을 맡은 스튜디오드래곤 역시 10월 22일 9만 5400원에서 25일 9만 1800원으로 3.77% 하락했고, 28일에는 8만 7800원까지 빠졌다. 또한 ‘지리산’ 제작 후원사인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의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업체 태평양물산도 10월 22일 3345원에서 25일 2940원으로 12.11% 급락한 뒤 28일에는 2750원을 기록 중이다.
아직 드라마 초반부인 만큼 반등의 기회는 충분하다. 드라마 성공의 가장 객관적인 수치인 시청률만 놓고 보면 2회에서 벌써 10.7%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좋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또한 김은희 작가 본연의 미스터리가 3회부터 본격 시작되는 만큼 반등의 여력도 분명하다. 반면 아쉬움이 반복되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빠르게 식어 본격적인 시청률 하락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 역시 공존하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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