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모델 브랜드들 ‘불똥 튈라’ 얼굴 지우기…범법 아닌 사생활 문제 ‘위약금 여부’ 따져봐야
#도미노피자 김선호 논란 일자…
연극배우 출신 김선호는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라이징 스타로 꼽힌다. 2020년 수지와 호흡을 맞춘 tvN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주연배우 입지를 다졌고 최근 ‘갯마을 차차차’의 성공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드라마가 종영되기도 전에 영화 3편에 잇따라 캐스팅되면서 달라진 위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드라마 종영 바로 다음 날인 10월 18일 전 여자친구인 방송인 출신 최 아무개 씨로부터 ‘낙태 종용’과 ‘혼인빙자’의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 그야말로 블랙홀에 빠졌다. 진위를 알 수 없는 폭로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제기되고 의혹이 증폭되자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다름 아닌 광고계였다. 김선호의 소속사조차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광고계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폭로 제기 당일인 10월 18일 오후 김선호가 모델을 맡고 있던 도미노피자는 즉각 김선호와 방송인 신동엽이 함께 출연한 광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앞서 2월 도미노피자는 김선호와 신동엽을 광고 모델로 발탁해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해왔다. ‘갯마을 차차차’에도 간접광고(PPL) 사로 참여했다. 논란이 일기 불과 하루 전 방송한 ‘갯마을 차차차’ 마지막 회에서는 김선호가 손수 휴대전화 앱을 열고 도미노피자를 주문해 먹는 장면까지 PPL로 삽입됐지만 ‘손절’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말을 앞두고 쇼핑 대전을 준비하던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역시 공식 홈페이지와 SNS 계정에서 자사 모델인 김선호를 내세운 광고 배너와 사진을 전부 내렸다. 캐논코리아, 식품회사 푸드버킷도 SNS 등에서 김선호 관련 게시물을 일제히 중단했다.
지난 4월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배우 김정현, 서예지의 이른바 ‘가스라이팅 스캔들’ 당시에도 양상은 비슷했다. 김정현이 소속사와 전속계약 기간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시작된 분쟁이 과거 연인 사이었던 서예지로 옮겨 붙으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이들이 모델을 맡았던 브랜드들 역시 ‘손절’을 택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업체들은 일단 온라인 광고부터 중단했고, 제품을 알리는 모델 사진도 삭제했다. 논란이 불거지고 온라인에서 의혹이 증폭되자 사실 확인을 기다리는 대신 선 긋기부터 감행한 것이다. 이번 김선호 사태와 같다.
#‘불매운동’ ‘이미지 추락’ 우려 탓
사실 광고계는 연예인 스캔들에 가장 민감한 곳이다. 거액을 주고 모델로 발탁하는 유명 연예인은 곧 자사 제품과 브랜드를 상징하는 ‘얼굴’로 통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연예인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CF모델로 주로 활동하는 유명 스타들은 ‘이미지가 곧 생명’으로 통한다. 기업들이 많게는 1년 계약기간에 10억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스타 모델에게 지급하는 만큼 철저한 이미지 관리의 책임도 주어진다. 작품 활동보다 주로 CF모델로 활약하는 몇몇 스타들이 그 흔한 SNS 활동조차 하지 않는 이유도 이미지 소비와 잡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더욱이 최근에는 ‘온라인 여론’이 연예계와 광고계에서 민감하게 작용한다. 이슈 확산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르고,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각종 의혹이 부풀려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엉뚱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광고계에서는 연예인의 부정적인 이슈가 자사 브랜드로 옮겨 붙을 수 있다는 판단에 일단 ‘얼굴 지우기’부터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NS 등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하는 온라인 여론의 여파로 자칫 제품의 불매운동이나 브랜드 이미지의 추락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여론전도 문제이지만 논란을 일으킨 모델이 배상해야 하는 위약금 부분도 이슈다. 광고 모델로 활동하다가 문제를 일으켜 손해배상 책임에 놓인 스타들은 종종 있었다. 2014년 개그맨 이수근은 불법 도박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직후 모델을 맡고 있던 자동차용품 업체로부터 2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범죄에 연루돼 브랜드 이미지를 추락시킨 점이 계약위반 사항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법정 분쟁을 벌인 끝에 이수근은 모델료 2억 5000만 원에 위약금 등을 더해 7억 원을 이 업체에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외에도 아내가 있는 홍상수 감독과 연인 사이를 인정한 배우 김민희도 모델로 활동하던 화장품 업체로부터 계약위반 사항을 지적받아 위약금을 문 것으로 전해졌다. 알려지지 않은 위약금 배상 사례는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런 사례가 공개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각 업체들은 자사 모델의 스캔들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위약금을 요구하는 등 분쟁 자체가 또 다른 부정 이슈로 확대될 우려가 큰 탓이다.
논란의 중심인 김선호는 최근 6~7개의 브랜드의 모델로 활약해왔다. ‘갯마을 차차차’의 성공으로 더 많은 모델 제안을 받고 있던 와중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새롭게 제안 받은 브랜드들과의 모델 논의는 일제히 멈췄지만, 문제는 기존에 모델로 활약했던 업체들이다.
한 광고 에이전시 관계자는 “브랜드마다 계약 조건이 다르기에 위약금 금액까지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계약 기간 내 모델이 사건, 사고에 휘말려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나 피해를 입힐 경우 보통 계약금의 2배 이상의 위약금을 지불하는 조건을 넣는다”고 밝혔다. 다만 법적인 갈등을 야기하는 사건이 아닌 김선호처럼 사생활의 문제라면 실제 위약금 지불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광고계의 설명이다. 계약 조건에 대한 해석 및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해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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