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현장 목격한 할아버지에겐 “할아버지도 따라가셔야지”
28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일)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형 A 군(18)과 동생 B 군(16)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형제는 2020년 8월 30일 대구의 자택에서 친할머니(77)를 흉기로 60여 차례 찔러 살해하고 이를 목격한 할아버지까지 죽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동생 B 군은 형이 살인을 저지르는 동안 비명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 군은 동생에게 ‘할머니 죽일래. 즐기다 자살하는 거지 어때’ 등 메시지를 보내 함께 죽이자고 권유했다”며 “흉기로 할머니의 등, 옆구리 부위를 힘껏 60회 가량 찔러 직계존속을 살해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들은 평소 “휴대폰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 등의 할머니의 꾸중이 듣기 싫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A 군은 할머니를 살해한 뒤 범행을 목격하고 복도에 나와 있던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도 간 것 같은데, 할아버지도 같이 갈래”라며 흉기로 위협했다. 할아버지가 “흉기 내려놓고 이야기하자, 할머니 병원에 보내자”고 하자 A 군은 “할머니 이미 갔는데 뭐 병원에 보내냐. 이제 따라가셔야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 군은 동생 B 군이 “할아버지는 놔두자”라고 말리자 범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의 할머니는 형제가 각각 9세, 7세일 때부터 올해까지 9년간 이들을 양육했다. 형제의 조부모는 모두 신체 장애 판정을 받았다.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에 대해 피고인들과 변호인은 “모두 인정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재판 2~3일전 각각 반성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A 군은 주의력 결핍 등으로 진료를 받은 점, 범행 계획 당시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법제도를 이용해 감옥생활을 반복하기로 용인하기도 했다”며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심경을 묻자 ‘웹툰을 못 봐서 아쉽다’고 하는 등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 재판부에 보호관찰명령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 기일에는 각 피고인에 대해 정상 관련을 확인하기 위해 신문 형식으로 성장 과정, 범행 관련 심경 등 피고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다”고 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12월 6일 오후 2시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린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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