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개발팀에 1155억 원 불법 대출…대출 알선자 이어 부산저축은행이 대주주였던 회사 합작법인 대표도 연관
대장동 개발 사업과 부산저축은행의 인연은 얽히고설킨 상태다. 첫 번째는 돈이다. 2009~2010년 민간개발을 추진했던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 원년 멤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토지 확보와 이를 위한 초기 자본금이었다. 대장동 일대는 2005년부터 공영개발과 민간개발이 번갈아 주도권을 가지며 줄다리기를 해오던 땅으로 특히 원년 멤버들이 사업에 뛰어든 2009년 10월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영개발을 재추진하던 시기였다. 이미 LH라는 거대한 공사가 끼어든 상황에서 민간개발사에게 1000억 원이 넘는 자본을 대출해 줄 곳은 많지 않았다.
이때 부산저축은행이 나타난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인척인 조 아무개 씨를 개발팀 자문단으로 영입한다. 그리고 2009년 11월 부산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에서 1805억 원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을 끌어오는 데 성공한다. 실제로 이 가운데 1155억 원이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5개 계열 은행에서 나왔다. 조 씨가 대출 과정에서 박 회장과의 인척 관계 등을 이용했다면,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대주주 친인척에게 대출을 금지한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건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당시 다뤄지지 않았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주임검사는 중수2과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다.
조 씨는 알선의 대가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자문단으로 있었던 민간개발사 ‘씨세븐’ 측으로부터 약 10억 3000만 원을 받았다. 조 씨는 2011년 수사 당시에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만 받았다. 그러나 2015년 수원지검 특수부의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 때 알선수재 혐의가 적발돼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한편, 대장동 사업에는 부산저축은행과 관계된 인사들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불법 대출을 알선한 조 씨는 수입 오디오 업체를 운영했는데 2020년 9월 천화동인 6호가 이 업체를 흡수합병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불법 대출을 알선한 조 씨가 대표로 있던 회사를 대장동 개발 이후 천화동인에서 흡수한 것이다. 천화동인 6호는 현재까지 배당 이익 282억 원을 받았다.
부산저축은행이 대주주로 있던 H 사의 합작법인에서 대표를 맡았던 A 씨는 현재 천화동인 1호가 지분을 취득한 아이원코퍼레이션의 대표로 있는 것으로 일요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H 사는 부산저축은행의 투자 파트너였다. 부산저축은행은 2002년부터 H 사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 최대주주가 됐다. 그런데 H 사는 2004년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산저축은행을 최대주주로 공시하지 않았다. 이에 증권거래소는 2008년 6월 H 사를 유가증권시장공시규정 제29조 및 제35조에 따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을 부과하기도 했다.
한편 부산저축은행은 과거 H 사와 함께 해외 부동산 개발 사업에 나선 바 있다. 두 회사는 2007년 국내 일부 건설사와 함께 캄보디아 현지에 1500만 달러짜리 투자를 했는데, 당시 부산저축은행 측은 이 사업으로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이후 부산저축은행은 2009년 대장동 민간개발업체 ‘씨세븐’에 1155억 원을 대출해준다. 단일 대출로는 상당한 규모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선 사업의 부실 대출 및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산저축은행은 2011년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게 된다.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진 시기에 A 씨는 H 사의 합작법인 대표로 있었다. 법인등기부 등에 따르면 A 씨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H 사가 설립한 합작법인의 대표직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해당 합작법인의 대표직을 그동안 H 사의 역대 대표들이 번갈아 역임했다는 점이다. 즉, 합작법인에서도 부산저축은행과 H 사 내부에서 벌어지던 일을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다만 A 씨의 경우 H 사 대표직은 맡지 않았다.
현재 A 씨는 천화동인 1호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아이원코퍼레이션을 운영 중이다. 천화동인 1호는 2020년 아이원코퍼레이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5%를 취득했다. 일요신문은 사실 관계에 대한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A 씨 회사를 통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신을 받지 못 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만 밝혔다.
한편,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등 11개의 저축은행이 민간개발사 ‘씨세븐’에 대출한 1805억 원 가운데 400억여 원의 원금은 여전히 미회수된 상태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
‘독도’ 노래한 엔믹스에 일본서 역대급 반발…일본서 반대 청원 4만건 돌파
온라인 기사 ( 2024.11.18 09:45 )
-
동덕여대 공학 전환 사태에 동문들 “훼손 용납 안 돼” vs “근간 흔든다”
온라인 기사 ( 2024.11.17 16:06 )
-
한국 조선은 미국 해군 ‘구원병’ 될 수 있을까
온라인 기사 ( 2024.11.19 16: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