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 환수 미채택’ 국감 발언 번복 논란…이 지사 국감 판정승 평가에도 법조계 ‘수사 통해 확인해야’ 시각
#국감 두 차례에서 미묘하게 바뀐 발언
10월 18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 때, 야당은 성남시가 민간업체 측과 대장동 개발사업 협약을 맺으면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지 않은 것에 대해 집중 공격했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이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했다고 몰아붙이자 이 후보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게 팩트”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왜 안 만들었냐, 이거는 제가 고정으로 이익을 확보하라고 한 지침 때문에 생긴 일이다. 거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 제 지시 위반이 된다”며 자신이 직접 초과이익 환수조항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음을 시사했다.
‘털어서 나올 게 없다’고 단호하게 밝힌 이재명 지사가 털어야 하는 굴레는 바로 배임이기 때문이다. 국감 때만 해도 검찰이 유동규 성남도시개발 전 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등을 구속영장 청구하거나 기소할 때 1100억 원 상당의 배임 혐의를 적용했는데, 당시 최종 결정권자인 이재명 후보도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이 후보는 10월 9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안 만든 게 배임죄라는 주장과 관련해 “초과이익 환수조항 논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라 해도 배임은 어불성설”이라며 “땅값 올랐다고 잔금을 더 달라는 것이 부당한 것처럼, 그런 실무의견 불채택이 배임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18일 발언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쏟아졌다. 특히 ‘보고 미채택’ 부분을 지적하면서 “사실상 최종 승인권자였다고 자백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익명의 대검 관계자는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주체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었다면, 결국 성남시장이 ‘손해’가 될 수 있는 결정을 밀어붙인 게 된다”며 “배임을 적용하기 가장 좋은 근거가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10월 20일 열린 국감에서 발언을 조금 손봤다. 20일 진행된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에서 이 발언을 놓고 지적이 제기됐다. 성남시 대장동을 지역구로 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국감에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누락해) 초과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1조 원 가까운 돈을 화천대유에 몰아준 게 결국 이 지사가 한 일”이라며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행안위 국감에서 이 지사가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직원이 건의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정)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그러자 이 지사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니 확인해 보라”고 18일 발언을 부인한 뒤, 책임의 주체를 구체화했다. 그는 “(직원이 자신에게) 건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뒤, “제가 (행안위 국감에서) 얘기한 것은 언론보도를 보고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했다고 해서 알아보니, 협약과정에서 일선 직원이 (건의)했다는 것, 간부들 선에서 채택하지 않았다는 것이 팩트다. 이번에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첨언했다. 그러면서 “(당시에) 건의를 받았는지 제가 모른다”고 부인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국감 발언이 바뀐 것만 놓고 보면 책임이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보고 받고 결정한 주체를 본인이 아니라고 바꿔서 배임 혐의 적용을 피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검찰이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 아니겠냐”고 말했다.
#갑자기 배임 혐의 신중해진 검찰
문제는 현재 검찰의 수사 흐름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등을 구속영장 청구하면서 적용했던 배임 혐의를 신중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에 1100억 원대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던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정작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할 때는 혐의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김만배 등 주요 관계자들의 진술이 달라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수사하겠다”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구속 영장 심사 과정에서 배임 논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리하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이재명 후보가 ‘초과이익이 날 것을 알면서도 제외했다’면 배임이 100% 적용 가능하고 법원도 유죄를 선택하겠지만 ‘초과이익이 날 줄 모르고 제외했다’면 거꾸로 기소가 애매하다. 검찰도 이런 지점 때문에 고민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를 기소하지 않기 위해 검찰이 유동규 전 본부장부터 신중하게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런 특수사건은 이미 처음 수사할 때부터 수사대상과 혐의는 정해놓고 가는 것”이라며 “배임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결정했다면 처음 기소할 때부터 포함시키고 재판 도중에 수사 진행 상황에서 드러나는 사실들을 가지고 공소장 변경을 해도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로 낙점된 상황에서 오해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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