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폐자재 빻은 신종 마약 ‘봄베’ 취해 흐느적…“가난 잊기 위해” 빈민가 젊은이들 사이 급증
좀비라도 출몰한 걸까. 그렇진 않다. 마치 좀비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이들의 정체는 신종 마약의 일종인 ‘봄베’에 취한 사람들이다. 현지 링갈라어로 ‘강력한’이라는 뜻의 ‘봄베’는 갈색의 가루 형태며, 놀랍게도 주성분은 중고차 부품에서 나오는 폐자재다. 요컨대 촉매변환장치(자동차의 유독가스 배출 저감 장치)의 세라믹 코어(자기 소체)를 빻아서 만드는 분말이다.
이런저런 알약에 이 분말을 혼합해서 흡입하면 몇 시간, 때로는 며칠 동안 움직이지 않고 서있거나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카타토닉(긴장성 분열증)’ 상태에 빠진다. 이들을 가리켜 ‘킨샤사의 좀비’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독극물학자인 은델로 디 판주 교수는 “이 분말을 흡입하면 마치 좀비처럼 된다”고 경고하면서 “무의식 상태가 시작되면서 걸음걸이가 바뀌며, 선 채로 잠을 자거나 팔을 긁기 시작한다. 표정도 변하고, 명백한 이유 없이 때로는 울거나, 웃기도 한다”며 우려했다.
전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과 싸우고 있는 동안 수백만 젊은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신종 마약과 싸우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킨샤사 경찰은 “확산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새로운 전염병과 다를 바 없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특히 빈민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1회 복용에 1달러밖에 안 하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이 가루를 흡입하는 이유에 대해서 빈곤층 청년들은 “잠시라도 가난을 잊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일종의 탈출구인 셈이다. 한 청년은 “‘봄베’는 모든 현실을 잊도록 도와준다. 서양 사람들에게는 (돈이 있는) 은행 계좌가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게 없다”라고 털어놓았다.
이 갈색 가루가 장기적으로 인체에 어떤 해를 입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아무도 건강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의사들은 “촉매변환장치가 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과 희귀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는 데는 불과 수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위생 상태와 영양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는 점도 문제다. 디 판주 교수는 “‘봄베’ 사용자들은 이상하게 행동하고, 청결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생 상태도 나빠진다. 또한 아무 것도 먹으려 하지 않고, 거의 하루 종일 어디서든 잠을 잔다”면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킨샤사 당국은 ‘봄베’ 판매상과 사용자들을 단속하는 등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급속도로 늘어가고 있는 중독자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인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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