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복판서 딱지치기 이벤트…주요 외신 ‘오겜’ 속 한국문화 소개…미국 여행업계 방한상품 개발 박차
#‘미드’ 대신 ‘한드’
한때는 한국에서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이 일었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한드(한국 드라마)’의 열풍이 거세다. 미국 잡지들에선 ‘오징어 게임과 함께 보면 좋을 한국 드라마’까지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 관광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SNS에선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의 여러 배경지로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외국인들의 글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세계로 방영되는 아리랑TV의 ‘캣치코리아(CATCHY KOREA)’에서도 ‘오징어 게임 열풍! 전 세계가 푹 빠진 한국 골목놀이’를 소개하고 있다.
이런 열풍을 따라 최근 뉴욕 한복판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놀이를 따라하는 행사도 열렸다. ‘오징어 게임과 함께하는 뉴욕 속 한국여행’이라는 테마로 참가자 80명을 모집했는데 일주일 만에 3114명이 신청해 미국 내 ‘오징어 게임’ 광풍을 실감케 했다. 한 참가자는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11시간 비행기를 타고 새벽 2시 반에 도착했다”며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참가자들은 타임스퀘어 앞에서 ‘딱지치기’를 하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등 드라마에 등장하는 놀이를 서버이벌식으로 체험하며 열광했고, 주변 관광객들도 이런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봤다. 최종 우승자에게는 한국행 왕복 항공권이 경품으로 제공됐다. 우승자는 “한국 게임은 미국 게임보다 다양하고 규칙을 몰라도 어느새 어우러져서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시청자들이 ‘오징어 게임’을 더 잘 이해하는 법이라며 ‘한국인이 아닌 이들을 위한 오징어 게임의 숨은 언어와 신호 해독’이라는 제목의 기사까지 냈다. ‘오징어 게임’ 속 등장인물의 직업과 배경 등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특수한 의미와 맥락을 비롯해 ‘달고나’와 ‘깐부’, 쌍문동과 편의점이 가지는 의미 등에 대해서도 설명하며, 서구 등 다른 문화권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만의 상황과 한국인의 뉘앙스까지 전했다.
#한국 관광, 콘텐츠로 간다
이러한 광풍에 따라 미국 여행업계도 한국 관광 재개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미국은 전 세계 관광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가 가운데 하나다. 10월 중순엔 ‘2021 KOR-US 트래블마트’ 참석을 위해 미국의 주요 여행업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방한 관광시장의 물꼬를 선제적으로 트기 위함이다. 미국여행업협회장을 비롯해 미국 주요 도매여행사 관계자 14명이 방문했고 방한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서울, 부산, 경주 등 주요 관광지를 답사했다. 미국여행업협회장의 한국 방문은 처음이었는데 그만큼 최근 한국 여행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협회장은 “미국은 2021년 겨울 휴가는 물론 2022년 이후 여행에 대한 사전예약도 급증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의 한류 관광 콘텐츠를 비롯해 이색적인 전통문화와 자연을 직접 경험하면서 한국 여행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인바운드 여행업 관계자는 “최근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그룹 BTS(방탄소년단)와 영화 ‘기생충’ 덕분에 여행지로서의 한국의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또 한국이 보여준 ‘K-방역’의 영향으로 안전에 대한 이미지도 강화돼 코로나 이후 미국인의 방한 관광이 성장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미국인 30~40대 2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관광공사 설문조사에서도 ‘국제관광 재개 시 가장 먼저 방문하고 싶은 아시아 국가는 어디?’라는 질문에 한국이 66.5%로 1위를 했다. 이들이 1년 내 방한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도 53%로 높았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선진국 위주로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체계 전환이 이어짐에 따라 향후 폭발할 것으로 기대되는 해외여행 수요를 한국으로 빠르게 끌어온다는 계획”이라며 “한국이 아시아 국가 가운데 국제관광 재개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2020 두바이 엑스포’에서도 ‘오징어 게임’ 열풍은 대단하다. 드라마의 열풍은 곧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엑스포 내 ‘필 코리아(Feel Korea) 2021’ 행사장에는 3만 명이 몰렸다. 현지 언론과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취재 열기도 남달랐다는 후문이다. 여기에서도 인기 콘텐츠는 단연 ‘오징어 게임’이었는데 딱지치기, 달고나 게임 등 한국의 놀이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관엔 행사 기간 내내 줄이 끊이지 않았다. 증강현실(AR) 기술에 트릭아이를 접목한 ‘한국여행 트릭아이 갤러리’도 인기를 끌었다.
한 UAE(아랍에미리트) 체험자는 “‘오징어 게임’을 흉내 내며 달고나 뒷부분을 핥아 먹었다. 중동 현지에서 다양한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너무 짜릿하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 이런 감흥을 한국에서 또 한 번 느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이 촬영됐던 장소도 ‘명소화’되어가고 있다. 촬영지에서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SNS의 반응도 좋다. 배우 공유가 ‘딱지치기’ 게임을 제안했던 공항철도 플랫폼을 비롯해 인천 월미도, 1번 할아버지와 이정재가 만났던 쌍문동 편의점 등은 이미 조금씩 관광객이 늘고 있다. 쌍문동 편의점 창문에는 ‘오징어 게임’ 속 편의점 장면이 붙어 있다. 편의점주는 “외국인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관광객들은 편의점 앞에서 대부분 영화 속 장면처럼 소주에 라면을 사서 부숴 먹는다”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탈북자 ‘새벽(정호연 분)’은 “동생, 엄마와 함께 제주에 가고 싶다”고 말해 세계인의 이목을 제주도로 집중시켰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기사에서 “‘오징어 게임’ 참가자가 방문하고 싶어 하는 제주는 ‘한국의 하와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여행 플랫폼들엔 한국 랜선여행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 각 국의 현지 여행사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나라, '오징어 게임'의 나라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문의도 많아졌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만큼 아직 개인 여행은 할 수 없지만 국경이 열리면 여행사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단체 관광객 수요는 이전보다 월등히 많아질 것이라는 것이 여행업계의 전망이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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