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노동자’들에게 섹스는 본래적인 의미에서의 즐거움이 아니라 말 그대로 ‘노동’이다. 따라서 즐겁다기보다는 힘들고, 유희적이라기보다는 고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섹스에 대한 원초적인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럴수록 더욱 따뜻하고 사랑이 깃든 섹스를 원한다는 것이다. 나가요 1년차인 김 아무개 씨(27)의 이야기다.
“어릴 때는 섹스에 대한 관심도 많고 호기심도 많지 않은가.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없어져 버렸다. 나에게 그것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다가왔지만 이제는 고된 일이자 돈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에 불과하다. 때로는 남자들이 짐승처럼 보일 때도 있고 변태적인 섹스를 하려는 남성들을 보면 혐오감마저 든다. 그럴 때마다 나도 왜 내가 낯선 모텔 방에서 옷을 벗고 있어야 하는지 한심해지곤 한다. 영화 같은 것에서 보면 섹스는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데, 내가 하는 섹스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참 슬프다.”
섹스를 대하는 나가요 아가씨들의 심정은 거의 비슷하다. 그 스스로 ‘여성’이기에 배려받고 사랑스러운 섹스를 하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남성의 쾌락을 위한 일방적인 ‘도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섹스에 대한 감흥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가요 4년차 최 아무개 씨가 그런 경우다.
“솔직히 뭐 섹스가 별건가. 이제는 그런 것에 별로 기대도 하지 않고 새로운 남성을 만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워낙 많은 남성들을 대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감각이 무뎌져 남자와 섹스에 대해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가끔 일 끝나고나면 술자리에서 마음이 여린 친구들이 이런 문제로 질질 짜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들이 어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지나면 모두들 다 나처럼 무덤덤해질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한 우리들에게 그런 이야기는 사치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여성들은 오히려 다양한 남자와의 섹스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경향이 있다. 일부는 그런 여성을 두고 ‘도화살이 있다’고 말한다. 때로 그런 여성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자신을 지칭하는 것을 꺼려하지도 않는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봐도 내가 도화살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여러 남자들을 유혹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흥분되고 재미있는 일이다. 상대방 남성이 만약 나와 2차를 가길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오히려 슬플 것 같다. 내가 그만큼 여자로서의 성적 매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래서인지 나는 2차를 즐겁게 받아들인다. 돈도 돈이지만 다양한 남성들과의 섹스가 즐겁다. 아는 언니 중에 한 분은 섹스 때문에 나가요 일을 한다고 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언니는 하루라도 남자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섹스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나왔다고 했다. 욕망이 진짜 강한 여자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남자와의 잠자리를 즐기는 것은 사실이다.” 나가요 2년차 이 아무개 씨의 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나가요들의 섹스’는 본인들이 생각하기 나름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만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남자와의 섹스’가 간절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약간은 ‘한탄’하는 면이 있는 반면 호스트바 선수들은 오히려 다양한 여자들과의 섹스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부류들이 많은 편이다. 특히 한창 성적인 욕구가 넘쳐날 때인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은 더욱 더 그렇다. 선수 1년차인 김 아무개 씨의 이야기다.
“솔직히 이런 직업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많은 여자들과 잠을 자볼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한번 잠을 자고 나면 많은 돈이 생긴다. 내 또래의 다른 남자들은 성매매를 한번 하고 싶어 안달하고 하는데 나는 정반대의 입장이 아닌가. 선수가 아닌 일반인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그런 나를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바닥에서 일을 하는 나이 많은 형들은 그것도 ‘한때’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그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다.”
그의 말처럼 경력이 오래된 선수들일수록 노련하게 섹스를 하긴 하지만 때로는 섹스 자체보다는 ‘공사’를 위해서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6년차 선수 임 아무개 씨(28)의 말을 들어보자.
“이제 나도 일선에서 물러날 때가 됐다. 그런데 그럴수록 더욱 간절한 것이 바로 ‘공사’다. 돈 많고 인생의 즐거움을 모르는 여자들일수록 섹스의 쾌락에 깊이 빠져드는 경우가 더러 있고 그런 여자를 만나면 한순간에 인생이 뒤바뀔 수 있다. 손님과 섹스를 할 때는 나의 쾌락보다는 상대 여성이 얼마나 오르가슴에 잘 오르는가에 포인트를 맞춘다. 한 번의 섹스는 그냥 그것으로 끝나지만 공사가 성공하면 그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가요 아가씨든 호빠 선수든 공통적인 것은 섹스가 하나의 고된 노동이 되거나 혹은 상대방과의 진심어린 교감이 아니라 일종의 도구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겐 공통적인 걱정거리도 있다. 그것은 ‘진정 사랑하는 상대가 생겼을 때 과연 즐거운 섹스를 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그들이 화류계 생활을 정리하지 않는 한, 그들의 걱정은 곧 현실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그들과 같은 길을 걸어온 선배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구성모 미디어강남(mgangnam.co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