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게임’ ‘파이트클럽’ 등 배신과 속임수 난무…팍팍한 현실 속 일확천금 대리만족 주기도
#겉모습만 보고 탈락자 선정? “비참하다”
MBC는 OTT 플랫폼 웨이브와 손잡고 11월 1일 ‘피의 게임’을 선보였다. 원조 서바이벌 게임이라 불리는 ‘더 지니어스’ 우승자 출신인 방송인 이상민, 장동민이 MC를 맡은 이 프로그램은 3억 원의 상금을 두고 벌이는 게임을 벌이는 과정을 담았다. 첫 방송에서 피의 저택에 모인 10인의 플레이어는 시작과 함께 첫 탈락자를 정해야 하는 미션에 봉착했고, 각자 편을 먹고 세를 불리는 등 치열한 두뇌 게임이 진행됐다.
10명의 참가자 가운데 비교적 조용하던 이나영은 8표를 받아 순식간에 탈락자로 선정됐고, 그는 “비참하고 짜증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정당한 게임이 아닌 겉모습과 편견만으로 탈락자를 배출하는 모습은 MC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생경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을 통해 이미 불평등한 게임을 목도한 시청자들에게 ‘피의 게임’은 오히려 신선하다는 반응을 불러 모았다. 현실에서도 그다지 공정한 게임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탓이다.
카카오TV를 통해 방송된 ‘파이트 클럽’은 비 연예인들의 이전투구를 담아 화제를 모았다. 14명의 참가자들은 1억 1000만 원이라는 파이트머니를 차지하기 위해 168시간 동안 합숙을 하며 대결을 펼쳤다.
‘파이트 클럽’에서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성들의 살과 살이 부대끼며 만들어내는 타격감 못지않게 그들의 감정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끊임없는 도발과 넘치는 자신감 속에서 과연 누가 최후까지 살아남게 될지 긴장감이 고조됐다. ‘파이트 클럽’은 수백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카카오TV는 총 1억 원의 상금이 걸린 ‘생존 남녀: 갈라진 세상’의 참가자를 공개 모집했다. ‘생존 남녀: 갈라진 세상’은 세상과 분리된 환경 속에서 남녀 각 팀이 열흘간 불꽃 튀는 생존 경쟁을 펼치는 리얼 서바이벌이다. 열흘 동안의 서바이벌이 종료된 뒤 정해진 규칙에 의해 최종 승리한 팀이 1억 원의 상금을 갖게 된다.
제작진은 “극한의 환경 속에서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해 보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열정을 가진 이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유튜브 채널 꽈뚜룹에서 공개된 ‘공범’은 마피아 게임을 스릴러 서바이벌 장르로 재구성했고, ‘가짜사나이’로 유명세를 얻은 이근 전 대위가 제작하는 ‘헬 위크’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제 해군 UDT 선발 과정인 ‘지옥주 무수면 서바이벌 훈련’을 진행했다.
#리얼과 일확천금에 열광하다
‘오징어 게임’과 최근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하는 생존 예능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오징어 게임’은 드라마다. 100% 픽션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생존 예능은 ‘리얼’을 전제로 깔고 있다. 기본적인 포맷은 정해져 있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일들은 참가자들의 자율에 의해 진행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배신과 속임수가 난무하고, 룰을 넘어선 싸움이 불거지기도 한다.
앞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론칭돼 누적 조회수 수천만 회를 기록한 ‘가짜 사나이’와 ‘머니 게임’이 대표적이다. ‘가짜 사나이’는 유튜브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가학성 논란에 이어 출연진의 사생활 논란까지 불거지며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머니 게임’ 역시 출연진들의 권모술수와 뒷거래 의혹 등이 제기되며 방송 내내 혼란스러웠다.
한 방송 관계자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은 싸움 구경이라는 말이 있고, 대중은 ‘페이크’보다는 ‘리얼’에 열광한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높았던 것도 비록 극화된 내용이지만, 실제 현실의 구도를 고스란히 반영했기 때문이었다”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생존 예능들은 리얼을 중시하는 관찰 예능의 틀을 갖추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대중은 왜 이런 게임에 적극 참여하려고 하고, 누가 우승을 차지하는지 지켜보려 하나. 그 이면에서는 ‘거액’이라는 미끼가 깔려 있다. ‘오징어 게임’의 우승자에게 456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상금이 주어졌듯, 생존 예능의 우승자 역시 수억 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생존 예능의 인기는 팍팍한 현실에 기반을 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일자리는 구하기 어렵고, 평생 일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 삶의 중요한 것을 포기하는 세대들은 결국 가상자산이나 주식 등을 통해 일확천금을 꿈꾼다. 이마저도 시드머니가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공정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전제 조건 속 치러지는 생존 예능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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