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쿄 건강장수 의료센터 연구소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내용을 묶은 <쉰을 넘기면 식사를 잘 챙겨라>라는 책을 발간했다. 노인은 칼로리를 제한하면 영양섭취가 안 좋아져 수명이 짧아진다는 게 결론이다. 또 나이 들어 마른 체형이 되면 체력을 기르기가 더 어려워져서 50세부터 미리 영양 상태에 신경 써야 한다.
물론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 마른 사람이 뚱뚱한 사람보다 지병이 있을 확률이 낮다. 그러나 이번 장기간 역학 조사에서는 마른 체형의 노인이 더 빨리 죽었다고 한다. 사인은 대부분 암이나 폐렴 등이다. 그러나 사망까지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면 나이 들어 몸 상태가 허약해지는 과정이 뚜렷이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까 병은 죽음을 앞당기는 방아쇠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몸이 마르고 허약한 상태라면, 마치 마른 나뭇가지가 쉽게 툭 부러지는 것처럼 여러 가지 병에 걸리기가 매우 쉽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른 체형에 영양 섭취가 좋지 않은 노인이 걸리기 쉬운 병은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이다. 고영양과 저영양 상태로 그룹을 나눠 살피면, 저영양 상태 그룹 노인이 고영양 상태 그룹 노인보다 10년 이내에 심혈관 질환으로 죽을 확률이 무려 2~2.5배나 더 높다. 영양 과잉 섭취로 혈관에 지방 등이 쌓여 혈관이 막히고 결국 뇌경색과 심근경색에 이른다고 보는 일반 상식을 뒤집는 것이다.
뇌경색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아테롬성 혈전성 뇌경색은 혈관에 죽처럼 끈적이는 덩어리인 아테롬(atheroma)이 달라붙는 것이다. 라크나 경색은 약해진 혈관 내벽에 상처가 나 작은 동맥류(동맥에 생긴 혹)가 생겨 결국 혈관이 파열돼 뇌출혈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영양 과다인 구미에서는 아테롬성 뇌경색이 많은 데 비해 일본에서는 식사를 소홀히 하는 노인이 라크나 경색에 걸리기 쉽다. 이유는 단순하다. 근육을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단백질을 비롯한 영양소라서 저영양 상태가 지속되면, 신선하고 튼튼한 혈관을 만드는 재료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또 저영양 상태로는 치매가 빨리 오기도 한다. 세포의 기본 물질을 구성하는 단백질인 알부민(albumin)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사람이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신카이 쇼지 도쿄 건강장수 의료센터 연구소장은 “고기를 잘 먹는 노인일수록 알부민 수치가 높다”고 강조한다.
신카이 소장은 <주간문춘>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의학계가 일반적으로 칼로리 섭취를 제한해야 수명이 늘어난다고 보나 이는 미국 의학계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에서는 남녀 모두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면 과체중이라 본다. 이번 조사결과 체질량지수 25인 노인이 사망할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걷는 속도나 손아귀 힘도 수명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특히 걷는 속도가 빠른 편이 느린 편보다 순환기 계통 질병 사망률이 낮다. 흥미로운 점은 특정 운동을 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쇼핑이나 가벼운 산보, 취미 활동이나 자원봉사 등 사회적인 활동을 하며 자주 움직이는 사람이 장수한다는 점이다. 운동을 격하게 하면 그 시간 이외에는 집에서 빈둥거리게 돼 전체적인 활동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걷는 게 힘든 경우라도 지팡이나 가족의 도움으로 밖으로 자주 나간 노인일수록 수명이 길다. 치매의 경우도 마찬가지. 밖으로 자주 나가 활동하는 편이 집에만 있는 것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도 적다.
또 손아귀 힘이 세지 않을수록 8년 이내 사망할 확률이 크다. 근육량이 충분하고 체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장수한다는 뜻이다. 신카이 소장은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영양, 사회적 활동, 체력 등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